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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닌자의 비극적 숙명 (오락성 8 작품성 6)
카무이 외전 | 2011년 3월 14일 월요일 | 최승우 이메일

17세기 일본, 천민으로 태어난 카무이의 소원은 단 하나, 강해지는 것. 그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자유롭기 위해 닌자가 된 카무이(마츠야마 켄이치)는 강인한 의지로 검술의 달인이 되지만 오직 살육뿐인 닌자의 무자비한 룰에 질려 탈주의 길에 오른다. 죽음 말고는 빠져 나올 길 없는 닌자의 매정한 법도에 따라, 카무이는 자신을 쫓는 추격 닌자들과 끝없이 싸워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살아남기 위해 적을 베던 숱한 나날 중, 카무이는 우연히 영주의 말을 죽이고 달아나던 어부 한베이(코바야시 카오루)의 목숨을 구하고, 그의 가족과 함께 하게 된다. 한베이의 아내인 스가루(코유키) 역시 탈주 닌자로, 그녀 또한 카무이를 추격 닌자로 의심하고 죽이려 한다.

<카무이 외전>의 원작은 만화다. 엄밀하게 말하면 원작이라기보다는 이야기 한 토막을 빌려왔다고 하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시라토 산페이의 만화 <카무이전>은 1965년부터 40여 년간 장기 연재되어온 방대한 스케일의 시대물이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카무이전>의 외전 중 한 편인 <스가루의 섬>을 스크린으로 펼쳐 보인다. 사실 이 외전 한 편만 해도 15회에 걸쳐 연재된 분량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카무이 외전>과 원작만화 사이의 혈연관계는 약한 편이다. 시라토 산페이의 원작은 닌자 액션물보다는 17세기 막부의 계급사회를 리얼하게 그린 역사물에 가깝다. 연재 당시 운동권 대학생들의 필독서 중 하나였을 정도로 마르크스주의를 담아낸 교과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카무이 외전> 역시 잔혹한 영주와 가난하고 핍박받는 천민들이 등장하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중요한 설정이라기보다 주변부의 소품에 가깝다. 영주와 그를 부추기는 정체 모를 악녀는 특권의식과 선민사상에 사로잡힌 지배층이라기보다 그저 정신 나간 변태처럼 묘사된다.

원작의 좌파적 이데올로기를 거세한 대신 <카무이 외전>은 전반적으로 느와르의 향기를 짙게 풍긴다. 카무이가 섬에서 한베이의 가족들과 같이 생활하는 일상은 무척이나 평화롭게 묘사되는데, 그러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영주에게 잡혀간 한베이를 카무이와 스가루가 구출해내고 다시 평화가 찾아올 즈음 의문의 해적두목 후도(이토 히데아키)가 등장, 마지막 반전과 활극이 벌어지면서 해피엔딩일 것만 같았던 영화는 비극으로 끝난다. 이는 <달콤한 인생>이나 <카우보이 비밥> 등에서 차용된, 느와르의 전형적인 패턴인 비극적 숙명론을 연상케 한다. 최양일 감독은 프로덕션 노트에서 “홀로 싸워야 하는 지독한 싸움을 떠나 잠시 함께 꾸는 꿈을 좇는 일종의 판타지”라고 밝힌 바 있다.

영화에서 본격적인 액션은 두 번 등장한다. 초반과 막판이다. 의외로 액션의 빈도가 높지 않은 대신 퀄리티는 뛰어나다. 과장된 컴퓨터 그래픽이 거슬리는 부분이 없지 않으나, 슬로모션을 활용한 최양일 감독 특유의 디테일한 하드보일드 액션은 강렬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2011년 3월 14일 월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독특한 무중력 액션. 볼거리는 확실하다.
-<데스노트>의 마츠야마 켄이치, <심야식당>의 코바야시 카오루, <불량공주 모모코>의 츠치야 안나, 특별출연한 홍콩 액션스타 정이건까지.
-원작은 잊으세요.
-잔인성 지수 꽤 높은 편.
1 )
cyddream
닌자물은 남자들에게 참~~ 강하게 어필 하는 영화죠...^^   
2011-03-1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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