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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캐릭터, 풍자 빠짐 없는 한 상 차림 (오락성 7 작품성 7)
소울 키친 | 2011년 2월 14일 월요일 | 양현주 이메일

터키계 독일인 감독이 요리한 보편적인 정서. <소울 키친>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이렇다. 엄연한 음식 영화지만 요리 장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대신 그 음식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사건 사고로 시끌벅적한 메뉴를 차례차례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감독 파티 아킨의 전작 <미치고 싶을 때>나 <천국의 가장 자리>에서는 일찍이 맛보지 못했던 새롭고도 친숙한 맛, <소울 키친>은 제목처럼 경쾌한 영화다.

함부르크 변두리에서 자그마한 레스토랑 ‘소울 키친’을 운영하는 남자 지노스 카잔자키스(애덤 보그도코스). 그에게 안팎으로 크고 작은 사고가 터지기 시작한다. 화상 채팅으로 장거리 연애 중인 연인은 이별을 선언하고, 허리 부상으로 레스토랑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상하이에 있는 연인에게 날아갈 준비를 시작하는데 때 아닌 식중독 신고, 설비 신고에 체납된 세금 독촉까지, 모아뒀던 벌점 마일리지가 한꺼번에 터진다. 여기에는 개발부지에 딱 자리 잡고 있는 레스토랑을 삼키려는 배후가 있다.

자고로 음식 영화에는 특유의 맛이 배어 있다. 멀게는 <음식남녀>, 가깝게는 <카모메 식당>이나 <남극의 쉐프> 혹은 <줄리 앤 줄리아>까지, 각양각색의 메뉴들을 진열하지만 공통점은 보는 이의 허기진 마음에 온기를 채운다는 것이다. <소울 키친>은 음식 영화답게 신나는 록큰롤과 박자를 맞추는 요리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 허름한 공간은 매일 밤 찾아 드는 손님에 따라 록큰롤, 재즈, 소울, 일렉트로닉 등 리듬을 달리하며 음악과 음식의 다채로운 축제를 선사한다.

<소울 키친>은 한 편으로 음식영화라는 틀에만 묶여 있기를 거부한다. 특정한 메뉴로 캐릭터를 만드는 음식 영화와 달리 이 영화에서 음식은 ‘거들 뿐’이다. 레스토랑을 거점으로 삼아 왁자지껄한 휴먼드라마와 코미디를 적절히 안배한다. 사실 단순히 음식영화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친절한 대중영화의 화법으로 이민자의 정서 또한 잊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터키계 독일인이기도 한 감독은 전작들에서 꾸준히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을 이야기해왔듯이, 이번에도 독일을 기반으로 이민자 터키인의 감성을 녹여 냈다. 하지만 분명 전작 <미치고 싶을 때>의 황량한 정서나 <천국의 가장 자리> 등에서 보여줬던 이질적인 촉감과는 괘를 달리 한다.

<소울 키친>은 본격적인 상업영화 화법을 고수하고 주류 스타일로 이야기를 푼다. 이민자나 소수자를 다루는 드라마가 으레 취하는 심각함을 싹 걷어내고 흥겨운 유머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나날이 허리통증이 심해져도 의료 보험이 없어 병원을 찾지 못하는 주인공의 웃지 못 할 해프닝이나, 오디오가 탐나면 두건을 쓰고 훔치면 그만인 주인공의 터키계 친구들은 의미 있는 웃음을 만든다. 작은 마을이 자본에 매각되어가는 씁쓸한 과정도 빼먹지 않는다. 매번 고달픈 상황은 영화의 가장 주효한 양념으로 사용된다. 정량을 지키는 적절한 풍자와 유머는 66회 베니스국제영화제으로부터 심사위원 특별상이라는 미슐랭 쓰리스타급 인정을 받기도 했다.

감독이 힘을 빼고 만들어낸 <소울 키친>은 레시피에 필요한 드라마적 재료와 음악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푸짐한 만찬으로 차려낸다. 전작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보편적인 상업영화라는 전형성에 놀라거나 아쉬워할 수 있다. 하지만 유쾌한 음식영화 혹은 코미디 영화로는 손색이 없다. 무엇을 골라 먹느냐는 관객의 몫이다.

2011년 2월 14일 월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우리에게 최양일이 있다면 독일에는 파티 아킨이 있다
-코미디, 풍자, 캐릭터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다
-훈남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
-엔딩 씬의 전형성에서 파티 아킨을 읽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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