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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그림자를 밟는 아이들, 나쁜 것 만은 아니야 (오락성 6 작품성 8)
클래스 | 2010년 3월 29일 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교실로 선생님(프랑수아 베고도)이 들어서는데도 학생들은 보는 둥 마는 둥 자기 일 하기에 바쁘다. “한 시간 수업을 떠들면서 보내서야 되겠느냐”는 선생님의 핀잔에, 학생들은 “엄밀히 말해 55분 수업인데, 왜 한 시간 수업이라고 하냐”며 또박또박 대들고, “책을 읽어 보라”는 지시에는 “지금 책 읽을 기분이 아니”라며 반항을 한다. 심지어 “선생님 게이 아니냐?”고 놀리는 학생까지. ‘스승님의 그림자도 밟지 마라’고 교육받았던 우리나라 중년들이 보면 천지가 개벽했다며 혀끝을 끌끌 찰 일이고, 교권 침해니 뭐니 하며 하루 종일 뉴스에 오르락내리락 할 일이다. 다행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이 광경이 펼쳐지는 교실은 우리나라가 아닌, 프랑스 파리 교외의 한 중학교 교실이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여겨졌던 초반의 이러한 생각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슬슬 부러움으로 바뀐다. 당장 교실에서 발견된 건 언쟁과 대립이지만, 그것이 있기에 그들 사이에는 소통의 장이 열리고 교감의 순간이 찾아든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일반화된 우리에게 쌍방의 커뮤니케이션이 작용되고 있는 그네들의 교실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공간인 셈이다. 특히 말로는 ‘주체적인 인간이 돼라’,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인간이 돼라’고 하면서 뒤로는 여러 가지 제약으로 학생들을 옭아매는 우리와 달리, 학생 개개인에게 자유로운 발언권을 주고, 그것이 옳든 그르든 그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는 <클래스> 속의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처럼 중학교 교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통해 올바른 학교 교육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인간과 인간의 소통에 깊이 있게 접근한 이는 프랑스의 로랑 캉테 감독이다. 감독이 주인공으로 선택한 프랑수아 베고도는 <클래스>의 원작자로 실제로 교사 생활을 했던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클래스>를 완성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학생들도 전문 배우가 아니라, 20구역에 사는 중학생들이 실제로 투입됐다. 물론, 카메라가 익숙하지 않은 그들에게서 그토록 자연스러운 연기를 이끌어 낸 것은 감독 로랑 캉테의 능력이다.

<클래스>는 단순히 선생님과 학생간의 대결만 그린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극이 진행될수록, 선생님과 학생간의 대결구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종간의 대결로 스펙트럼을 넓힌다. “외국인 학생들이 프랑스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감독은 다문화, 다인종 국가로서의 프랑스가 짊어지고 있는 고민에도 날카롭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렇다고 무겁지는 않다. 아랍계, 아프리카계, 아시아계의 학생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다인종이 모인)프랑스 축구팀에 대입해 설명하는 재치가 영화 속에는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는 사뭇 다른 프랑스 교육의 시스템을 엿보는 것도 이 영화의 숨은 재미다. 예컨대, 학생에 대한 평가를 담임이나 교과 과목 선생이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모든 선생님들이 함께 의견을 도출하는 과정이 신선하고, 그 자리에 학생 대표가 참석해서 얼마나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나 감시하는 것이 흥미롭다. 반면, 교사라는 직업이 평생을 보장받는 꿈의 직업인 우리와 달리, 계약직 교사들이 대부분인 프랑스의 환경은 다소 놀랍다.

<클래스>에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로빈 윌리암스) 선생님 같은 영웅적인 선생님도, 선생님의 사랑에 개과천선하는 학생도, 교육 시스템을 위해 헌신하는 지도자도 없다. 그들은 그저 각자의 위치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그 경험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으며 다음 단계로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물론 그 깨달음이라는 게 너무나 작아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단계가 모이고 모여 한 인간이 사회로 발을 내 딛는 순간, 커다란 성장을 이룰 거라는 희망의 끈은 놓지 않는다. 영화는 마지막, 교정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어울려 축구 하는 장면을 배경으로 텅 빈 교실 안을 카메라로 잡는다. 어지럽게 쓰러진 의자와 책상만이 고요하게 자리한 이 교실은 누군가에게는 발전의 역사이고, 누군가에게는 반목의 역사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픔의 역사다. 하지만 또 하나. 누군가가 희망의 역사를 만들어 나갈 꿈의 자리이기도 하다. <클래스>가 희망의 끈을 놓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2010년 3월 29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칸이 인정했다. 그 선택에 지지를 보낸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반짝반짝
-싸우기 위한 대립이 아닌, 소통을 위한 대립은 언제든 환영
-작은 교실 안에 언어와 인종, 세대와 권위 등 다양한 주제를 질펀하게 풀어냈다
-미운 선생님 곯려주는 방법이 궁금한 학생이라면
-‘솔까마’, 싸대기 날려주고 싶은 학생들 몇몇 있다
-보고 있으면, 우리의 교육 현실이 갑갑하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같은 영웅적인 선생님은 거기에 없다
-물론 키팅을 따랐던 드라마틱한 학생들도 없다
23 )
geo1999
잘읽었습니다.   
2010-06-02 15:04
again0224
잘봤습니다   
2010-04-14 12:47
kkmkyr
재미가 잇으런지요   
2010-04-08 17:20
nada356
재밌을듯!   
2010-04-04 10:11
ldk209
최소한 프랑스 교육에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상식은 있구나....   
2010-04-03 14:17
k87kmkyr
냉요이   
2010-04-03 13:56
mvgirl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닐지...   
2010-04-03 12:38
clay92
잘봤습니다   
2010-04-0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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