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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아시아 이주민의 브라질 잔혹사
플라스틱 시티 | 2009년 7월 28일 화요일 | 하정민 이메일


브라질의 도시 상파울로에 있는 리베르다데 구역은 세계에서 대표적인 아시아계 이민자의 거리다. 중국계 브라질인 유다(황추생)와 일본계 브라질인 키린(오다기리 죠)이 거점으로 삼은 곳도 이곳이다. 유다는 아마존에서 부모를 잃은 어린 키린을 발견하고 양아들로 삼는다. 유다는 리베르다데의 대형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성공을 거두고 청년으로 성장한 키린은 유다의 사업을 돕는다. 문제는 이들의 사업이 ‘짝퉁’ 상품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불법 매매업이라는 것. 사업의 성공으로 암흑가의 보스 자리에도 오른 유다는 경찰의 추적을 받는 동시에 다른 조직들로부터 위협을 받는다. 그중 사업가 미스터 타이완(진소영)과 정치가 코엘료가 결속한 조직은 유다에게 결정타를 날린다.

<플라스틱 시티>는 브라질의 이민자 거리를 배경으로 한 느와르 영화다. 영화는 상파울로에서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세계가 어떻게 번성하고 몰락하는가에 대해 유다와 키린 부자를 통해 보여준다. 아마존에서 처음 만난 유다와 키린은 도시에서도 정글 속의 삶을 이어간다. 맨 손으로 시작한 유다의 사업이 점차 번성하면서 유다와 키린의 삶도 안정을 찾아가지만 이민자라는 신분과 뒷골목의 그림자는 그들로 하여금 온전한 평화를 기대할 수 없게 만든다. 유다의 왕국은 코엘료 일파의 비열하고 치밀한 공격에 무너지고 리베르다데 거리는 새로운 세력의 등장으로 재편된다. 유다에게 경외심과 시기심을 동시에 품고 있던 키린은 혼돈 속에 복수를 다짐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 깊은 파멸과 절망이다.

2004년 ‘디지털 삼인삼색’에서 봉준호, 이시이 소고 감독과 함께한 바 있는 유릭와이 감독은 간결한 연출로 두 남자의 연대기를 직조해 나간다. 소리와 움직임을 최소화한 영화에는 흔히 느와르 장르하면 떠올릴 법한 과장된 비장미나 극적인 반전효과 등이 없다. 느와르 장르 특유의 숨 가쁜 전개나 역동적인 액션도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한껏 느와르 영화의 강렬한 포스를 잔뜩 기대하고 온 관객에게는 한없이 느린 영화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민자들의 삶을 통해 숙명을 논한 영화의 비장미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장르의 속도감을 덜어내는 대신 영화가 힘을 준 것은 영상. 영화감독이기 이전에 <소무>(1998) <화양연화>(2000) 등의 촬영감독을 지냈던 유릭와이 감독은 다양한 민족과 가치관이 혼재돼 있는 상파울로의 거리를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화면에 담아 보여준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은 대사가 미처 설명하지 못한 서사까지 이끌어내며 유다와 키린의 운명에 비극성을 더한다.

절제와 생략으로 의도적으로 억누른 영화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은 황추생과 오다기리 죠의 걸출한 연기다. 황추생은 <무간도>시리즈에 이어 다시 한 번 지옥에 빠진 남자의 표정을 얼굴에 새긴다. 카메라는 종종 그의 흔들림 없는 표정을 길게 포착하는데 이는 영화에서 가장 비장한 장면들이다. <빅 리버>(2005)의 영어 연기에 이어 포르투갈어와 광둥어 연기에 도전한 오다기리 죠는 특유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키린의 복잡한 심리에 녹아들어 역시나 다면체 배우임을 입증한다.

브라질에서 올 로케이션하고 중국의 지아장커 감독과 유릭와이 감독이 각각 제작과 연출에 참여했으며 황추생과 오다기리 죠가 주연을 맡은 <플라스틱 시티>는 다국적 합작영화다. 보통 합작영화는 서로의 자본과 문화를 교류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삼지만, <플라스틱 시티>의 합작은 그 이상의 영화적 의미를 지닌다. 다국적 스태프들이 모여 만든 영화는 리베르다데 거리처럼 동, 서양의 세계관과 감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영화의 테마를 극대화한다. 이런 무국적 감정과 뉘앙스는 영화를 두 남자의 인생사에서 아시아인들의 브라질 이민사로 이끈다. ‘짝퉁’을 팔며 ‘플라스틱 시티’를 살아가고 있었던 것은 유다와 키린만이 아닐 것이다. <플라스틱 시티>는 마지막에 프롤로그의 아마존을 다시 등장시키면서 역사의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2009년 7월 28일 화요일 | 글_하정민(무비스트)




-브라질을 무대로 펼쳐지는 홍콩식 느와르
-황추생의 카리스마와 오다기리 죠의 섹시미, 절정에 달하다.
-감각적이 영상에 녹여낸 아시아인들의 브라질 이민 잔혹사
-검은 코트 휘날리며 쌍권총 찬 남자들의 암흑가를 기대했다면 접근금지
-대사가 없는 영화=졸린 영화?
13 )
kisemo
잘봤습니다   
2010-03-31 16:02
nada356
오랜만에 보는 오다기리 죠.   
2009-12-03 22:37
seo1124kr
두뚱~!   
2009-08-09 17:17
justjpk
어쩔지...   
2009-08-05 12:04
gaeddorai
장르가 마음에 안들어   
2009-08-01 00:49
mooncos
오다기리죠의 간지   
2009-08-01 00:31
wnsdl3
평이 안좋은..;;   
2009-07-29 23:27
hoya2167
평이 그다지 좋지 않네요   
2009-07-2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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