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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샘 레이미가 다시금 펼쳐 놓은 호러영화의 경지!
드래그 미 투 헬 | 2009년 6월 11일 목요일 | 하성태 이메일


구관이 명관이란 말은 진정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다. 샘 레이미가 황홀하게 귀환했다.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샘 레이미가 아니다. 만에 하나 <스파이더 맨> 시리즈에 돌입하기 직전에 만들었던 <기프트>와 같은 초자연적 스릴러를 예상했다면 완벽한 오판이다. 긴장하시라. 놀랍게도 <이블 데드>의 샘 레이미가 돌아왔다. 거대 제작비를 주무르던 그가 태생과도 같은 저예산 소품 호러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움이요, 고마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호러 팬만을 위한 서비스도 아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드래그 미 투 헬>은 놓치지 말아야 할 올해의 호러이자 필견의 여름 오락영화다.

물론 <이블데드>를 기억하는 호러 팬이라면 반가움은 배가될 것이다. 일단 악마 라미아의 저주로 죽도록 고생하는 주인공 크리스틴은 어쩔 수없이 '죽은 자의 책'을 발견한 뒤로 자기 팔을 스스로 자르면서까지 고군분투하는 <이블데드>의 애쉬를 연상시킨다. 크리스틴은 근심이라면 부지점장 승진과 교수로 재직 중인 남자친구 클레이와의 신분차가 전부인 평범한 은행 대출 상담원이다. 그러나 대출 연장을 요구하는 집시 노파의 간곡한 청을 거절한 게 화근이었다. 그날 노파의 저주를 받은 크리스틴은 헤어 나올 수 없는 고통과 공포에 시달린다. 사실 어디 호러 영화의 피해자들이 딱히 천인공노한 잘못을 저질러서 재앙을 맞았던가. 이 간계한 집시 노파는 3일 동안 온갖 방법으로 사람을 괴롭힌 뒤 지옥으로 끌고 가 버리는 '라미아'의 저주를 내려버리고, 크리스틴은 꼼짝없이 이에 시달리다 죽을 운명에 처한다. 그리고는 호러 영화의 공식 그대로 크리스틴의 사투가 시작된다.

영화를 보기 전, 먼저 그간 극장에서 만날 수 없었던 하나의 장르를 복기해 보자. 이름하야 스플래터 무비. 피와 살점이 튀는 등 극도로 잔인한 비주얼을 자랑하면서도 포복절도할 유머를 잃지 않는 호러의 한 갈래가 바로 이 스플래터 호러 되겠다. 스튜어트 고든의 <좀비오>와 함께 샘 레이미는 <이블 데드> 시리즈로 이러한 스플래터 장르를 완성했으며, 호주의 신예였던 피터 잭슨은 <데드 얼라이브>를 통해 궁극의 잔인함과 코미디를 결합한 걸작을 만든 바 있다. <드래그 미 투 헬>은 스플래터의 원조 <이블 데드> 시리즈 중 2편을 가장 닮아 있다. 극도의 저예산으로 사뭇 진중한 분위기를 풍겼던 1편과 중세시대로 날아간 애쉬의 고군분투를 좀 더 큰 스케일로 그렸던 3편에 비교해 오리지널의 설정을 그대로 따왔지만 좀 더 세련되고 코믹했던 바로 그 2편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영화적 지식은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려도 그만이다. <드레그 미 투 헬>은 한마디로 역대 최강의 롤러코스터 오락영화다. 오프닝부터 화끈하다. 남미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마치 70년대 B급 호러를 보는 듯한 오프닝에서 라미아의 저주를 강렬하게 소개한다. 그리고 고요했던 초반을 지나 노파가 등장한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고속 질주다. 샘 레이미는 도무지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노파와의 사투 이후 저주에 걸린 크리스틴의 고생담 릴레이는 시종일관 응집력으로 철철 넘쳐흐른다.

호러의 거장답게 호러영화의 관습적 장치들을 관장하는 샘 레이미의 연출력은 거의 신의 경지다. 강력하게 밀어 붙일 때와 치고 빠질 때를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다 랄까. 한국 공포영화에서 낭비되어 짜증을 불러일으켰던 음향효과는 진정 적재적소에 활용됐다.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 분명 예상 가능하지만 겁을 집어먹지 않을 수 없다. <이블데드>의 인장과도 같았던 빅 클로즈업 또한 크리스틴의 심리를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으로 설명해 준다. 호러영화의 단골 메뉴인 악몽 장면은 군더더기 없이 우리를 심리적 공포로 이끈다. 지극히도 익숙하지만 비명을 지를 수 없다. 이게 다 유려하면서도 스피디한 편집과 함께 정석에 가까운 공포 효과를 적재적소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그가 어떻게 <스파이더맨>을 3편까지 만들면서 그간 호러영화를 제작만 해왔는지 의아할 지경이다.

그렇다고 <드래그 미 투 헬>이 <링>이나 <주온>을 비롯한 아시아 호러마냥 심리적 긴장으로 팽창시키는 방식은 아니니 걱정 붙들어 매시라. 스플래터 영화답게 이 영화는 참을 수 없는 웃음으로 넘쳐난다. 크리스틴이 집어 삼킨 파리가 하필 클레이 부모님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튀어나온다거나, 크리스틴을 덮치려던 악령이 불 위에서 탭댄스를 춘다거나 하는 식의 자잘한 유머와 슬랩스틱 코미디가 긴장을 이완시켜 주며 미묘하게 배꼽을 잡게 한다(샘 레이미는 자신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주온>의 아이디어를 패러디하는 여유까지 보여준다). 일례로 노파와의 1대1 사투 장면을 보라. 난데없이 크리스틴의 차 속에 등장해 처절한 난투극은 한껏 비명을 질러댈 것만 같던 크리스틴의 오기를 포착해 내면서 빤한 장면으로 전락하지 않는다. 노파가 연방 크리스틴의 머리채를 잡아 뜯는 뛰어난 디테일로 웃음을 놓치지 않는 가운데 클로즈업과 풀 숏을 스피디하게 교차시키며 두 인물의 대결 심리를 강조한다. 더불어 시종일관 심각할 수밖에 없는 크리스틴 주변에 점술사나 동료 직원과 같은 코믹한 개성의 소유자들을 배치하는 센스도 일품이다.

또한 이 영화가 재미있는 것은 스플래터 무비의 다소 과도한 표현 방식은 줄이는 대신(이 영화의 미국 등급은 PG-13이다) '저주'라는 키워드를 강조함으로써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공포영화를 창출했다는데 있다. 악마의 등장과 함께 오컬트 무비의 기운이 넘실거리다가도 장기인 스플래터로 빠졌다가 다시금 크리스틴의 동기와 행위에 집중하게 만드는 드라마를 강조하는 식이다. 호러영화의 팬이 아니라도 충분히 웃고 긴장할 수 있다는 충언은 농담이 아니다. 이러한 샘 레이미의 탁월한 연출력은 분명 일반 관객들도 충분히 집중시킬만한 흡입력을 보여준다.

<드래그 미 투 헬>은 또한 영화 내외적으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 영화는 호러영화에 있어 예술적 자의식에 한 눈 팔거나 그러한 공력을 낭비하지 않고 장르적 효과와 법칙 그 자체에 충실히 하는 것이 상업영화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가를 다시금 깨닫게 만든다. 대단한 미학적 실험이나 비관습적인 표현을 창조하지 않았다고 해서 질이 낮거나 평균에 가까운 영화라는 착각은 버리자. 거듭 강조하지만, 샘 레이미라는 장르의 달인은 장르에 충실한 것만으로도 얼마나 뛰어나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가를 확실하게 증명해 보인다. 또한 <드래그 미 투 헬>은 70~80년대의 감수성과 정서, 그리고 영화적인 표현들이 충분히 생산적일 수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올 여름, 샘 레이미의 귀환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이다.

2009년 6월 11일 목요일 | 글_하성태(무비스트)




-한 마디로, '샘 레이미 천국, 불신지옥' 이다.
-<이블 데드>의 코믹한 감각과 센스가 그대로 살아있다. 잘 찾아 보시라.
-샘 레이미의 페르소나 브루스 캠벨의 활약에 버금가는 알리슨 로먼의 발견.
-최근 어떤 호러영화의 클로징과 비교할 수 없는 간단명료하고도 강렬한 마지막 시퀀스
-좀 더 자극적이고 화끈한 표현 수위를 원했다면, 약간 아쉬울지도 모르지.
-시대에 견주어 <이블 데드> 만큼 확연히 뛰어난 영화인지는 잘은… 모르겠다.
33 )
kisemo
잘 읽었습니다   
2010-04-01 16:37
nada356
정말 꼭 한번 봐야 할 영화.   
2009-12-04 19:24
mckkw
샘 레이미의 페르소나 브루스 캠벨의 활약에 버금가는 알리슨 로먼의 발견.   
2009-09-03 20:39
bjmaximus
할머니의 강렬한 카리스마,ㅎㅎ   
2009-09-02 11:35
hoya2167
ㅎㅎㅎ이 영화 두번 봤습니다. 첫번쨈 살짝 무섭더니 두번째는 코미디던데요 ㅎㅎㅎ   
2009-07-29 10:18
shfever
잘 읽었습니다. 꼭 보고 싶네요...;   
2009-06-28 20:55
sorigasuki
넘넘 보고 싶은 영화중 하난데..아직 못봤어요. 꼭 보고 싶네요   
2009-06-26 08:51
bsbmajor
밑에 Moviehong님... 지대 웃김...ㅋㅋㅋㅋ
대게 그 분야에서 어정쩡한 사람들이 남을 험담하지..ㅋㅋ
  
2009-06-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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