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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평가! 혁명이라는 도화선 가운데 꼿꼿하게 피어난 매화 두 송이
제독의 연인 | 2009년 4월 14일 화요일 | 박정환 객원기자 이메일


제1차 세계대전 중의 1915년, 러시아 해군과 독일 해군은 제해권의 자웅을 겨루기 위해 발트해에서 힘겨루기를 한다. 화력은 독일 해군이 월등히 우세한 상황이었지만 화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러시아 해군에게 승전을 안겨준 인물이 있었는데, 러시아의 코르챠크(콘스탄틴 카벤스키) 함장이다. 코르챠크는 헬싱키의 파티에서 안나(엘리자베타 보야르스카야)를 만남으로 운명적 사랑에 직면하고, 이 두 사람은 자석처럼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린다. 두 사람에겐 각기 다른 배우자가 있었고 험난한 운명이 이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으니, 이 두 사람이 걷고자 하는 사랑의 행로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러시아 해군함대 보관소에서 코르챠크에게 보냈던 안나의 서신 53통이 100여년 만에 빛을 보게 됨으로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러시아 제독 알렉산드르 코르챠크의 연대기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코르챠크가 당대의 비범한 인물이었음을 부각시키기 위해 발트해에서의 스펙터클한 전투 시퀀스를 12분 동안 보여준다. 영화 초반부 관객의 시선을 스크린에 묶어두기 위한 시각적 기폭제임과 동시에 코르챠크가 담력과 지략을 겸비한 해전의 영웅이었음을 두각시키기 위한 일석이조의 전략이다.

더불어 영화는 1차 대전 이후 급격하게 변동하던 러시아 권력의 축 가운데서 자신의 안위를 보전하기 위해 권력의 철새로 전락하지 않은 코르챠크의 기상을 놓치지 않는다. 러시아 황제 차르의 아성은 1차 대전 이후 급격하게 쇠퇴하고 급기야는 1917년에 발생한 러시아 혁명으로 인해 차르가 퇴위하고 만다. 이러한 러시아 권력의 공백기에 *케렌스키* 임시정부가 잠시 들어서긴 했었으나 최종적인 권력의 수혜자는 볼셰비키로 귀결된다. 옛 차르의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안위를 보전하기 위해 망명의 길을 떠나는 것이 현명한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옛 조국의 재건을 위해 제정 러시아에 충성하는 편을 택한 코르챠크의 연대기를 통해, 영화는 코르챠크의 충성심을 안나와의 사랑과 혼합해낸다.

코르챠크의 일대기는 안나의 회상을 통해 조망하는 방식을 택한다. 초반부 안나의 회상은 영화 마지막 시퀀스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그와 더불어 안나의 시선은 산산이 깨지는 와인잔과 디졸브되어 처리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깨지는 그릇이나 구슬의 흩어짐은 결합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의미와 부합되는 것으로, 이 시퀀스는 앞으로 안나가 코르챠크와 만남으로 행복한 사랑을 영위하기보다는 순탄치 않을 사랑의 행로를 걷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 장치다. 영화는 코르챠크와 안나의 사랑 가운데서 가까움과 멀어짐의 굴곡되는 과정을 놓치지 않는다. 코르챠크를 향한 마음을 고백하는 편지를 안나가 건낼 때, 가정이 있는 몸임을 자각하고 그녀의 사랑을 외면하는 코르챠크의 모습을 통해서나, 러시아 혁명이라는 파고 가운데서 제정 러시아의 복권을 위해 투쟁하는 코르챠크를 간호사라는 입장에서 멀리서만 바라보고 사랑의 심경을 고백조차 하지 못하는 안나를 통해, 멀어지거나 혹은 가까워지는 사랑의 템포를 메트로놈처럼 반복 생산한다.

대사나 시퀀스 가운데서 종교적 색채가 물씬 풍긴다. 발트해전에서 침몰하는 독일군을 바라보는 러시아 병사의 독백, 붉은 군대와 제정 러시아 군대가 충돌한 후 이들의 시신을 동토 아래 묻는 병사들의 대화, 그리고 마지막 후반부 시퀀스에서 얼음을 어떤 모양으로 파냈는가를 눈여겨보시길. 사랑이라는 미명으로 연이 닿은 이들 기혼자들의 애정 뒤편으로 스크린에 두각되지 못한 안나의 남편과 코르챠크 처자에 관한 남겨진 이야기는 자막으로 처리된다. 코르챠크와 안나 두 사람의 사랑 뒤에 숨겨진 이들 가족의 눈물은 자막이라는 생략어법으로 간략화한 것이다. 격동의 시기 한가운데서 애절하게 피어난 로맨스물을 기대하고 이 영활 찾기보다는, 파란만장한 삶의 코르챠크의 연대기에 맞춰 영화를 관람한다면 관전 포인트에 있어 번지수를 제대로 찾을 것이다.

* 케렌스키
러시아의 정치가. 1917년 2월 혁명 이후 임시정부에서 법무장관과 육해군장관을 역임하지만 10월 혁명 때 탈출하고 망명한다.

2009년 4월 14일 화요일 | 글_박정환 객원기자(무비스트)




-실존인물의 연대기를 영상으로 목도하고자 하는 관객
-더위가 일찍 찾아온 요즘, 극장의 에어컨과는 별개로 러시아 설원의 풍경은 관객을 저절로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대규모 전쟁 스펙터클을 기대하는 관객은 영화 초반 12분에 만족해야 할는지도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영상에 익숙한 관객
10 )
kisemo
잘 읽었습니다 ^^   
2010-04-04 14:12
nada356
기대됨.   
2009-12-05 22:48
sprinkle
생각보다 너무 실망스러웠던 영화..먼가 부족해..   
2009-04-28 16:13
hyosinkim
흠..어떨지   
2009-04-18 16:15
mvgirl
스케일이 큰 서사극...   
2009-04-16 20:14
egg0930
그렇군요   
2009-04-15 23:18
kwyok11
별점이 별로네요   
2009-04-15 07:32
gaeddorai
되게 큰 작품이 될지 알았는데..제목의 포스만 못하군요..   
2009-04-1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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