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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평가! 시점의 차이로 이뤄지는 사건의 재구성
밴티지 포인트 | 2008년 2월 21일 목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대테러협약에 조인하기 위해 스페인을 방문한 미대통령이 마요르 광장에 등장한다. 대통령이 묵은 호텔부터 광장까지 이어지는 삼엄한 경계 속에서 광장의 안팎은 각각 그를 환영하는 인파와 비난하는 인파로 가득 메워져 있으며 방송 카메라들도 즐비하다. 잠시 후, 단상에 오른 대통령이 두 팔을 벌려 박수에 화답하자 두 발의 총성이 울리며 대통령의 가슴을 관통한다. 그들 말대로 이른바 ‘독수리’가 떨어졌다. 순식간에 현장은 비명으로 가득 메워지고 방송은 순식간에 비보로 돌변한다. 게다가 곧이어 이어지는 단상의 폭발은 현장을 비극의 도가니로 만든다.

<밴티지 포인트>는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시선으로 분열시켜 개별적인 육체를 부여한 뒤, 그 개별적인 육체를 각자의 트랙에 내려놓고 내달리게 만든다. 12시 정각을 기준으로 출발선을 통과했던 각각의 시선들은 23분을 정점으로 차례차례 시점을 옮겨가며 자가 분열되듯 반복적으로 러닝타임을 확장한다. 등을 떠밀린 분할된 시선의 질주극은 한 점으로 귀속되는 결승선 앞에서 시점끼리의 충돌이 벌어지기 직전마다 시선의 무게중심을 타자에게 바톤터치한다. 거듭된 플래쉬백은 시야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캐릭터간의 치열한 생존게임처럼 이뤄지며 이는 무언가를 이루거나 막고자 하는 캐릭터들의 고지점령 싸움과도 같다.

모든 건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것을 본다고 해도 어느 각도에서 보고 있는가,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에 따라 보이는 양상은 판이해질 수 있다. 이 영화가 단거리 에피소드를 릴레이로 매듭지어나가는 건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다각도의 시선이 시점의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형성하게 되는 과정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한 장소에 존재하는 각각의 인물들은 필연적으로 조합되거나 우연히 뒤섞인 이들이다. 의도를 지니고 상황을 발생시키는 자와 의도를 파악하려는 자, 그리고 우연히 그 의도를 지켜보는 자와 의도에 휘말리는 자.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시선을 순차적으로 배열하고 이에 따라 동일한 서사에 담긴 사건은 제한된 시선에 담긴 다양한 목격담을 연출한다. 그 과정에서 사건의 배후가 차근차근 드러나며 각기 다른 시점을 지닌 인물들의 개별적 동선으로 확보되는 다양한 개연성은 단순한 직선 구조의 이야기를 다각도의 꼴을 갖춘 도형으로 완성시킨다.

중심 캐릭터를 갈아타며 완성되는 개별적인 에피소드는 점차 중첩되는 지점을 드러내며 총체적인 이야기 흐름을 형성한다. 결국 각각의 사연은 궁극적인 결말부의 통합구조로 귀속되며 연속되던 짧은 릴레이는 그 지점에서 막판 스퍼트를 내달린다. 각자의 제한된 시선을 하나씩 드러내며 베일에 가려있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더 이상 릴레이 구조의 형식은 불필요해진다. 그 특별한 형식을 드러내기 이전과 이후에 자리잡는 건 폭발과 카체이싱의 긴박함과 현란함이다. 또한 리얼타임 형식의 <24시>나 캐릭터의 시점을 통해 제한된 정보의 제공으로 이야기를 장악하는 <로스트>와 같은 미드 스타일의 형식을 조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완성형의 결말을 향해 달려나가는 어떤 시점은 일방적인 소모품으로 활용되기 위해 억지스럽게 배치된 인상을 주기도 하고 이는 불필요한 정서를 부여하며 전체적인 호흡을 흩뜨려놓기도 한다. 특히 현장에서 벌어지는 어떤 시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활용된 하워드(포레스트 휘태커)의 시점 활용은 이해가 가나 그 뒤 그가 벌이는 활약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동떨어진 인상을 주고, 사건의 형성을 위한 장치적 역할을 하는 엔리케(에두아르도 노리에가)의 애증 역시 필요 이상으로 보폭을 넓힌 인상을 준다. 하지만 결국 <밴티지 포인트>가 중시했던 이야기 진행의 속도감을 고려한다면 그 체감지수가 주는 감상의 묘미는 평균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인상이다. 결국 <밴티지 포인트>가 감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고려했던 형식의 특수성은 오락적 묘미에 적중하는 인상이다. 물론 영화가 은연중에 노출하는 비장한 정치적 수사까지 인정받길 원했다면 그건 너무나 뻔해서 고리타분해 보였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결말부에서 영화가 강조하는 건 미대통령의 헌신적인 소명이 아니라 그를 보좌한 경호원의 충직한 인상이었을 것이라 믿어야 홀가분할 것이다.

2008년 2월 21일 목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다양한 시선을 통해 완성되는 짧고 굵은 사연, 90여분의 러닝타임이 알차다.
-시점의 교체와 함께 의문은 한꺼풀씩 벗겨진다. 단선적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구성한다.
-긴박한 초반 테러씬, 속도감 있는 후반 카체이싱, 시작과 마무리가 중요하지.
-포레스트 휘테커, 매튜 폭스, 윌리엄 허트, 시고니 위버, 그리고 데니스 퀘이드, 꽉 찬다.
-정치적인 제스쳐를 취해보지만 끝을 흐린다.
- 같은 것을 보고 있다는 건 결코 착각이 아니다. 단순반복노동이 제일 힘들다던데.
-이야기가 특별한 건 아니다. 형식의 약발이 떨어질 때쯤엔 권태로운 감상이 찾아올지도.
22 )
theone777
매튜 폭스도 나오넴 ㅎ   
2008-02-25 13:55
mvgirl
기대되는 영화   
2008-02-24 18:29
eurji5331
보고싶어> <   
2008-02-24 14:46
nmnmz
과연.....   
2008-02-24 00:31
loop1434
과연   
2008-02-23 22:13
like2kn2jb
강추!   
2008-02-23 16:34
gt0110
음... 혹하지는 않는군요   
2008-02-23 03:25
iamjo
그런가요 ㅎㅎㅎ   
2008-02-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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