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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저드>는 오프닝에 삽입된 아이의 내레이션 그대로 버블 경제의 거품이 빠져나간 일본의 현실을 다룬 영화다. 혼란스러운 핸드 헬드의 정서가 심리적 공황을 야기하는 <헤저드>는 그들의 국적성에 배타적인 이들에게 소비성이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일본이란 지정학적 정서 밖에서도 <헤저드>가 받아들일 수 없는 편협한 것은 아니다. 급속한 경제 개발을 이룬 한국에서도 이는 받아들여질만한 이야기가 될 법도 하다. 지독하게 지루한 세상에서 염세적이기까지 한 신(오다기리 죠)은 어느 책에서 우연히 발견한 가장 위험하다는 도시, 뉴욕을 발견하곤 짐을 싸들고 그곳을 향해 떠나버린다. 하지만 신은 그곳에서 인종 차별적 모욕과 함께 모든 물건을 강탈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그 후, 그곳에서 그는 정체가 묘연한 두 친구, 리(제이 웨스트)와 다케다(후카미 모토키)를 만나 난데없이 비행(非行)을 일삼게 된다.
급작스러운 경제 발전 후, 거대한 망상에 빠져있던 일본인들의 부풀어 오른 거품 같은 현실을 풍자한 <헤저드>는 허상에 가까웠던 현실이 허구를 걷어낸 뒤 추락하는 현실에 대한 콜라주다. 뉴욕에서 펼쳐지는 기묘한 활극은 자본주의적 환상에 젖어있던 현대인들의 정서적 고립감과 무분별한 인스턴트식 충동감을 극대화시킨다. 그리고 환상과 현실의 영역이 무분별한 뉴욕의 거리를 헤매는 신은 급작스러운 경험들을 통해 환각과도 같은 현실의 망상을 누린다. 마치 달콤한 아이스크림으로 위장한 마약처럼. 극에서 등장하는 세 명의 젊은이들은 윗세대가 쌓아놓은 거품 안에서 허우적거리다 급작스런 몰락을 경험하다. 마치 약의 환상에서 깨어난 것처럼. 하지만 그 모든 여정은 신에게 커다란 경험의 장이다.
사실 <헤저드>는 젊은 세대에게 던지는 소노 시온의 경고이자 조언이다. 그 어조는 진부하지도 까다롭지 않고 되레 충격적이며 난해하다. 충동적인 에너지를 기반으로 거칠게 내달리는 세 젊은이의 무질서한 비행은 젊음의 영역 안에서 범할만한 단점임과 동시에 그들만이 누릴 수 있는 장점으로 이해된다. 결국 자신의 울타리, 즉 일본을 떠난 신의 체험은 그에게 큰 경험으로 체득되고 그를 일본이란 현실로 다시 돌아오게 한다. 그리고 신이 지닌 1센트짜리 동전의 가치는 가진 것 없는 젊은 세대가 누려야할 것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부모 세대가 부풀린 온실 속 거품 안에서 헤맬 것인가, 그 밖의 거친 세상에서 자생하는 법을 터득할 것인가. ‘어떤 섬이든 그곳에 도착하면 주인이다.’라는 극 중 대사는 뉴욕의 이방인이라는 정체성을 터득하고 새로운 시대에 안착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초현실주의적 일탈이 무질서하게 나열되는 <헤저드>는 결코 편안한 이야기를 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노 시온의 전작들에 스스로 길들여진 관객들과 컬트적 영상과 이야기 앞에 순발력 있게 적응할 수 있는 관객들에게 <헤저드>는 이색적인 작품이 될 만하다. 소노 시온의 초창기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02년도 작품이란 점 역시도 그의 팬들에겐 특별한 선물이 될듯하다.
2007년 4월 17일 화요일 | 글: 민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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