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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평가! 한없이 파랑에 가까운 추억, 아버지
파란 자전거 | 2007년 4월 13일 금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어린 시절의 추억, 혹은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 그런 기억을 부르는 것들이 있다. <파란 자전거>는 지나간 기억 속에서 뒤늦게 빛을 발하는 애틋함과 흘러간 세월 뒤로 농익은 추억에 대한 잔잔한 드라마다.

곧 폐장될 동물원의 코끼리 사육사 동규(양진우)는 오른손이 불편한 장애자다. 그는 자신의 장애로 세상에 벽을 쌓는다. 자신을 향한 세상의 시선이 동정과 폄하일 뿐이라 여기고 그렇게 쌓아올린 벽 안에서 세상을 등진 채 자신을 둘러싼 것들로부터 스스로 격리된다. 그런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건 유년 시절의 기억, 그 중에서도 그 기억을 지탱하는 아버지(오광록)라는 기둥이다.

<파란 자전거>는 성인이 된 동규의 삭막한 현실에 포커스를 맞추고, 동규의 유년 시절로 흐릿한 여백의 잔상을 채우며 동화적인 감성을 선사한다. 동규의 장애는 그가 변변찮은 직업을 얻는 것도 힘들게 하고 오랜 연인과도 등 돌리게 한다. 그에게 현실은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며 그는 그런 현실 앞에 스스로 포기를 먼저 습득한다. 그런 말라붙은 감성에 아직 물기를 머금은 과거의 기억들이 하나 둘씩 스며든다. 그의 현실을 환기시키는 건 아버지와 공유한 추억들이다. 어린 동규의 잘못에 언성 높은 꾸지람 대신 거센 강을 건너는 법을 알려주는 아버지의 가르침은 그에게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도 잊히지 않는 커다란 잠언으로 맴돈다. 그와 함께 어린 시절 풋풋했던 첫사랑과의 추억이 오버랩 되며 동규가 스스로 교살(絞殺)시킨 삶이 숨을 쉬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남긴 아기코끼리들은 그가 남기고 간 유품 같은 추억들을 상기시키고 진한 부정(父情)에 눈시울을 붉힌다.

권용국 감독의 자전적 메시지이기도 한 <파란 자전거>는 결국 반쪽짜리 삶을 살아가는 관계의 장애를 주변과의 소통을 통해 극복해가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동규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육체의 장애가 아니라 그의 내면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심적 장애 탓이다. 스스로 먼저 소통을 거부하고 타인과의 교감을 튕겨내는 피해 의식이 관계의 장애를 부른다. 그런 상처 입은 감성에 치유를 꾀하는 건 아버지라는 버팀목이며 그 버팀목은 동규를 아련한 추억들에게 인도하며 망각하고 지냈던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마치 '육체가 너무 빨리 달려와서 영혼이 쫓아오지 못했다.'는 영화 속 잠언처럼. <파란 자전거>는 삭막한 현실을 상기시키며 동시에 투명한 감성을 일깨운다. 우리가 삭막한 현실 안에서 잊고 지내던 아련한 추억들과 소중했던 관계에 대한 고찰. <파란 자전거>는 사막을 건너듯 감흥 없는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삭막한 감성에 촉촉한 감수성을 적셔주는 단비 같은 작품이다. 무엇보다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이야기에 감동을 숨결을 불어넣는 오광록의 아버지 연기는 단연 박수를 받을만하다.

2007년 4월 13일 금요일 | 글: 민용준 기자




-깊고 투명한 부성애에 빠져보고 싶다면!
-잔잔한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분
-오광록 씨의 연기에 평소 호감을 느꼈다면 꼭!
-조용한 영화에 코를 고는 취향은 절대!
-스타급 캐스팅이 아닌 이상 입맛 땡기지 않는다면.
32 )
loop1434
개봉관이 늘어나야,,   
2007-04-17 16:54
lolekve
영화 볼 때보다.. 보고 난 후에.. 더 잔잔하게 감동이..ㅠㅠ   
2007-04-16 23:17
justjpk
어느정도 개봉할지..   
2007-04-14 14:54
ldk209
김정화 오랜만이네.....   
2007-04-14 11:17
mjalways
아주아주아~~주 조용한 영화가 아니라면야
보고 싶은데 말이죠..
가슴 따뜻해 지는 영화는 너무 좋아요!   
2007-04-14 08:45
theone777
ㅎㅎ 오광록 재밌는 분 ㅋㅋ   
2007-04-14 01:30
hrqueen1
따뜻한 영화를 외면하는게 사회분위기 탓일까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탓일까요?   
2007-04-13 18:47
kgbagency
난 관람가군 근데 개봉관이 있으려나...   
2007-04-1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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