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감사용
다그치지 않고 나지막이 전하는 꼴찌의 진솔한 응원 메시지! | 2004년 9월 13일 월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아는 사람은 알겠고, 모르는 사람은 이 영화로 알게 되겠지만, 프로야구 원년 꼴찌팀 삼미 슈퍼스타즈는 붙었다 하면 깨지는 여러 가지로 본의 아니게 한국야구사에 길이길이 남을 이채로운 기록을 보유한 보기 드문 팀이다. 감사용은 그 팀의 1승 15패 1세이브라는 전무후무한 초라한 성적을 남긴 패전 전문 좌완투수고.

말 그대로 뭐 빠지게 고생해도 전혀 튀가 나지 않는 불쌍시러운 선수였다는 말씀. 따라서 그는 대중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망각된 게 아니라 애당초 어떤 선수였는지 그 존재가치가 희미한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슈퍼스타 감사용>은 보는 이들에게 감정의 동화를 적잖이 일으킬 수밖에 없는 영화다. 냉혹한 사회적 입장에서 평가하자면 루저 중에 루저지만 우리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소시민이기에 감동을 먹을 수밖에 없는 휴먼드라마로 자리하게 된다. 백 년의 영화 역사 속에서 이러한 컨셉을 가진 영화가 간단없이 등장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내러티브의 매혹이 꾸준히 사랑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슈퍼스타 감사용>은 무엇을 전해줘야 할지 갈 길이 얼추 잡인 자신의 영화적 정서를 제대로 길어 올려 잔잔한 재미와 묵직한 여운을 꿈을 실은 공에 얹어 관객의 가슴을 향해 정확히 뿌린다. 무리수를 두지 않고 큰 욕심을 버린 착실한 연출력이 빛을 발한 경우다. 삼미 특수강 소속의 직장 야구인 감사용이 프로로 파견되며 겪는 오만가지 인간적 역경을 들춰내며 어루만지는 과정을 충분히 오바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절제한 채 인간 감사용과 그의 가족에 무게를 실어 따뜻한 시선을 드리운 결과다.

영, 성에 안 차는 감사용과 은아(윤진서)의 진부한 멜로 스토리, 철공소에서 일하다말고 투수 선발 심사에 참가하고자 자전거를 타고 힘겹게 목적지까지 한 달음에 가는 모습, 싸랑하는 사람의 시합을 보려고 제때에 도착하지 못함이 뻔함에도 경기장에 뜀박질 해가는 은아의 그 예의 순진 청초한 찰나 등등 여러 모로 영화는 그간 숱하게 봐왔던 설정들로 이뤄줬고, 그러한 클리셰들의 배치 역시 그리 리드미컬하게 조합이 돼 있지 않다. 때문에 밋밋한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요러한 느슨한 만듦새의 요소들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영화의 주 뼈대에서 부차적인 주변 장식으로만 기능하고 있기에 그렇다. 누구에게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는 애틋하고 절절한 가슴 저밈을 꾹꾹 눌러 놨다가 “나도 한번 이기고 싶었어요”와 같은 감사용의 애절한 고백과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아들을 추켜 세우며 독려하는 어머니의 그 애달픔을 영화의 중심에 위치시키며 옹골차게 그려내기에 <슈퍼스타 감사용>은 꽤나 설득력 있는 정서적 힘을 발휘하게 된다.

이 외에도 튀지 않고 영화의 큰 틀 안에서 제 몫을 온전하게 해낸 류승수와 이혁재 등 조연들의 호연과 별 다른 대역 없이 방망이질과 글러브질을 그럴싸하게 잡아내 야구경기의 묘미를 만끽하게 해준 배우 및 스텝들의 성실한 노고의 산물은 눈여겨볼 만하다.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가 불굴의 의지를 지닌 이들의 인간 승리를 다루는 반면 실존 인물 감사용을 스크린으로 불러내 영화화한 <슈퍼스타 감사용>은 뭐 결국은 꿈을 이뤘네! 인생 대역전을 일궜네! 하며 극적인 장치로 호들갑스러움을 떨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끊임없이 성실한 자세로 임한 보통 사람을 담담하게 보여줄 뿐이다.

냉혹한 이 세상에서 가진 것 없는 자의 삶이 얼마나 험난하고 비루한지 하지만 그러한 지난한 세상살이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지니는 일 역시 얼마나 중요한지, 다그치지 않고 조용히 우리의 등을 두드리며 힘내라고 응원하는 영화가 바로 <슈퍼스타 감사용>이 전하는 진솔하면서도 진중한 메시지다. 감사용이 동료들과 스스로에게 늘 건네듯 말이다.

"괜찮어! 괜찮어! 편하게 던져!"

(총 9명 참여)
deniro1
야구 못했다고 야구사엔 남아도 영화사에까지 남겠어요?   
2004-09-1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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