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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를 향한 스필버그의 로망
캐치 미 이프 유 캔 | 2003년 1월 21일 화요일 | 구교선 이메일

잘생기고 멋진 <타이타닉>의 미남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이번에는 세련되고 지능적인 사기꾼이 되어 돌아왔다고 할까. 아니, 전미 30억 달러의 유일무이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천재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전대미문의 드림팀으로 스필버그 사단을 결성, 자신이 세운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흥행 신화에 도전한다는 건 어떤가. 아니, 아니, 헐리우드 파워 리스트 1위는 물론 미국인 가장 사랑하는 배우 1위에 상주하고 있는 연기파 배우 톰 행크스가 비정한 킬러에서 사기꾼을 쫓는 FBI로 변신한다…. 도대체 어떤 말로 설명해야 가장 적절한지 필자를 한참 헤매게 만든 이 영화, 헐리우드의 톱스타들과 최강의 제작진이 모여 만든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어떤 수식어를 달아도 부족할 만큼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한다.

영화는 오프닝에서부터 21세기에 익숙해져 버린 관객들을 6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도록 하는 감수성 어린 친절을 잊지 않는다. 60년대의 클래식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를 본 뜬 듯한 복고적 애니메이션은 마치 오래된 잡지책에서 오려낸 듯한 삽화들로 추격의 시작을 알린다. 2D와 3D가 결합된 인상적인 오프닝에서 흐르는 재즈풍의 선율도 시작부터 긴박감이 흐르는 피아노 선율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애피타이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영화음악의 거장 존 윌리암스의 테마곡 "Catch me If you can" 은 그의 음악적 재능과 영화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 스필버그와의 찰떡 같은 호흡을 여실히 드러내는 곡으로 영화 속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뒤에 은거해 보이지 않는 긴장감을 조성하는 효자 노릇을 한다. 역시 거장의 손길은 남다르다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각설하고 미국판 <진실게임>으로 시선을 고정시키며 궁금증을 증폭시킨 영화는 1969년 프랑스 남부로 카메라를 돌린다. 곰팡내나는 독방에서 도움을 요청하며 쓰러지는 수감자. 간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 남자가 그를 병동으로 옮긴다. 그러나 잠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병동문이 살며시 열렸다 닫히고 침대에는 아무도 없다. 이쯤 되면 이 신출귀몰하는 젊은이가 누구인지 대강 짐작이 간다.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천재적인 사기꾼인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 기대와는 달리 몇 걸음 못가 잡혀버리는 그였지만 법의 잣대에 원초적 반항심을 지닌 관객들은 벌써 이 간교한 청년을 동정하며 빠져들기 시작하니 벌써부터 영화가 내세운 재미는 활기를 띤다.

실패로 끝난 탈출쇼에 이어 회상의 틀을 통해 소개되는 가족사는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가 어떻게 희대의 사기꾼이 되어가는 지를 설명한다. 사기꾼 기질이 농후한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기술을 살려 16살의 그가 비행사가 되고, 의사가 되고, 변호사가 될 때마다 관객들은 그의 파렴치한 범죄행각(사실 수표를 위조하는 것이 그렇게까지 파렴치하지는 않지만)에 분노를 표하기는커녕 이 흥미진진한 모험이 끝나지 않기를 내심 바라게 된다. 마치 이명세 감독의 걸작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박중훈과 안성기의 쫓고 쫓김을 바라보면서 어느 누구도 승리자가 되지 않기를 바랬던 것과 유사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다만 다른 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이미 그 결과가 나와있기에 기대에 반하는 결말이 나올 수는 없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겠다.) 학보취재를 핑계 삼아 항공사의 비행사에 대해 알아내거나, 비행기 모형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떼어내어 항공사 수표를 위조하는 모습은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한 분노보다는 즐거움과 웃음기가 듬뿍 배어있다. 특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제임스 본드'는 그야말로 60년대를 상징하는 유머의 엑기스. 자신의 성장기 시절인 60년대에 대한 향수와 함께 10대 천재 사기꾼이 탄생할 수 있었던 신뢰와 믿음의 시대, 그 '순수의 시대'를 담고자 한 스필버그는 이렇게 너무도 깔끔한 재미를 군데군데 찔러둔다.

그러나 아쉽게도 스필버그는 이 명랑한 사기극에도 가정불화와 감동적인 아버지와 아들간의 믿음, 아버지의 죽음 등을 보여주며 전작들에서 반복했던 가족주의를 집어넣는다. 영화는 가족 이데올로기와 불안정한 유년을 보냈던 프랭크의 회상을 맞물리면서, 정(情)에 목말랐던 그가 가장 손쉽게 대인관계를 모색할 수 있는 물질(돈)을 추구하게 되었다는, 천재적인 사기행각에 비해 평범한 변명을 만들어준다. 이는 역시 안정된 가족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칼과 프랭크 사이에 공유된 감정이 싹트는 구실이 되지만 약간은 지루한 배경임에 틀림없다. 아버지가 들려준 두 개의 철학, 크림통에 빠진 생쥐 이야기와 유니폼이 생명이라는 양키스 이야기가 그의 정신세계를 지배한다는 설정 역시 관객들을 납득시키기에는 너무 과장된 무게가 실려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들 모두 스필버그가 60년대의 순수함을 그리워하며 들려주는 아버지 같은 조언 이상은 아닐 터, 부담은 없다.

비록 오락을 위한 소품이라 하더라도 60년대의 재즈선율과 밝고 화려한 각양각색의 색채, 복고 스타일로 치장된, 마치 동화같은 사기꾼의 이야기 <캐치 미 이프 유 캔>. 이처럼 유쾌하고 신나고 매력적인 범죄자가 등장하는 사기극이 또 있으랴. 영화를 보고 모방 범죄를 꿈꾸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따라할 수 있으면 따라해봐! 그러나 그전에 이 영화의 실제 모델인 프랭크 애버그네일이 한 말을 잊으면 안되겠다. "모든 범죄자들이 그렇듯 언젠가는 잡히게 되어있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자기 분야(수표 위조)의 전문가로써 백만장자가 되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세상에 이런 일이'를 뛰어넘는 아이러니한 '현실', 그리고 이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하는 '사실'이다.

3 )
naredfoxx
희대의 사기꾼.. 길지만 나름 재밌게 봤음.   
2010-01-01 20:32
gaeddorai
다시 보고싶다   
2009-02-22 21:35
ejin4rang
최고의 사기꾼,,.   
2008-10-1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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