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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갱스터 무비의 반열에 오르다
로드 투 퍼디션 | 2002년 9월 9일 월요일 | 구인영 이메일

궁금증 하나. 신랄한 블랙 코미디 <아메리칸 뷰티>로 미국 중산층 사회의 치부와 몰락의 단면을 설파했던 연극 연출가 출신 샘 멘데스 감독의 차기작은 의외로 미국인의 가치에 부응하는 듯한 정통 갱스터 무비 <로드 투 퍼디션>이다. 샘 멘데스 감독이 영국인 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영국을 떠나 할리우드로 갈 생각이 전혀 없음에도.

하나 더. 그는 이미 데뷔작 <아메리칸 뷰티>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하여 5개 부문의 아카데미 수상이라는 영예를 가졌고, <로드 투 퍼디션>을 위해서는 2회 수상경력의 톰 행크스와 폴 뉴먼, 할리우드의 살아있는 빛의 역사 콘래드 할 촬영감독 등 12명의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명예의 전당’ 스탭을 집결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얻어낸 또 하나의 수식어는 ‘2003년 아카데미가 주목하는 최고의 영화’라는 찬사. 이쯤되면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말은 영 나올 성 싶지 않다.

영화적 완성도의 달성이라는 넓은 의미에서 <대부>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로 이어지는 미국 갱스터 장르의 전통을 잇는 영화 <로드 투 퍼디션>. 살인과 협박이라는 수단으로만 대를 이어갈 수 있는 마피아 가문의 아버지와 아들이 되묻는 숙명과 그에 필연적으로 얽혀 있는 폭력이라는 문제를 탐구하기 위해 의미심장하게 배치된 두 부자관계가 등장한다. 아일랜드계 마피아 보스 존 루니(폴 뉴먼)와 질투많은 후계자 코너 루니(다니엘 크레이그) 부자, 그리고 보스의 양아들이자 조직의 해결사 마이클 설리반(톰 행크스)과 그의 열 두 살짜리 아들 마이클 설리반 주니어(타일러 후츨린).

평소 아버지의 직업을 궁금해 했던 아들 마이클 설리반 주니어는 코너 루니와 함께 살인을 저지르는 아버지의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이 사건으로 아버지의 신임을 잃게 된 코너는 마이클 일가를 처참하게 살해한다. 살아남은 마이클 설리반 부자는 루니 가문을 좇아 복수를, 킬러 맥과이어(주드 로)를 피해 도주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 영화 속에서 ‘퍼디션’은 이들이 향하는 도피처인 호숫가 마을의 이름이다. 동시에 ‘지옥’으로 향하는 피로 얼룩진 길 위에 놓여 있지만 자신의 아들만은 천국으로 보내고 싶어하는 마이클 설리반이 살아온 인생을 뜻한다. 최종적으로 마이클 설리반 부자는 드디어 아름답고 평화로운 ‘퍼디션’에 도착하지만 그 곳은 또한 아버지와 아들의 운명의 갈림길이 되는데, 바로 ‘로드 투 퍼디션’ 이라는 제목이 함의하고 있는 바를 보여주는 멋진 대단원이다.

영화 <로드 투 퍼디션>은 샘 멘데스 감독의 고전적인 영화의 미덕에 입각한 꽉 찬 프레임과 정공법적 연출, 백발의 콘래드 할 촬영감독이 만들어내는 황량하면서도 따뜻한 느와르적 영상미 그리고 폴 뉴먼, 톰 행크스, 주드 로에 이르는 헐리우드 연기파 3대의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정통 연기의 앙상블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을 허락하였다. 완성도 있는 할리우드 영화의 장점들을 보유한 이 영화는 마치 정교하게 조화된 고대의 그림이나 건축물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요즘은 가정적인 이미지를 가져왔던 코미디 배우가 정극, 특히 악역을 하는 것이 헐리우드의 유행인 듯 하다. <스토커>, <인썸니아>의 로빈 윌리암스 역시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능청스럽게,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악역 전문이었다는 듯 비열하고 능글맞은 살인범 역할을 해내었는데, 톰 행크스의 경우는 더욱 놀라울 뿐이다. 사람 좋은 웃음을 가진 자타가 공인하는 헐리우드의 나이스 가이 톰 행크스가 제대로 한번 웃어주지도 않는 대변신을 보여준다. 그의 연기는 평면적이며,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해왔던 필자의 좁은 식견을 반성하였다. 폴 뉴먼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이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다. 샘 멘데스 감독의 말대로 ‘드림 캐스팅’이다. 긴장과 우아함을 끝까지 놓지 않는 <로드 투 퍼디션>은 모처럼 진지하고 지적인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영화임에 손색이 없다.

2 )
ejin4rang
배우들이 멋있다   
2008-10-16 15:48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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