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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도 다시 한번 2002 | 2002년 6월 5일 수요일 | 우진 이메일

1968년 절절한 모성으로 스크린을 달궜던 [미워도 다시 한번]이 돌아왔다. 드라마 작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김수현의 손길을 거쳐 다시 태어난 [미워도 다시 한번 2002]. 60년대 구식 멜로 드라마가 2002년에도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미워도 다시 한번]의 큰 구도는 미혼모인 어머니가 자식을 아버지에게 맡긴다는 것. [미워도 다시 한번 2002]는 이 설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세부사항을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수정은 당차고 대담한 여성으로 묘사되며 직장동료들 또한 그녀가 미혼모라는 사실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이러한 상황은 김수현의 거침없는 대사와 꼭 맞아떨어진다. 경제적인 능력과 모성을 갖추고 있는 수정이기에 그녀에게서 딸을 빼앗기 위해서는(?) 특별한 계기가 필요했다.

영화는 불치병이라는 카드를 내놓으며 어머니와 딸의 이별에 논리를 부여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미혼모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설정은 불륜이라는 사회적 금기와 맞물려 가부장적 사회에서의 여성의 희생을 정당화시킨다. 도입부 현대적 이미지의 여성은 어느새 사라지고 진부한 사고의 틀 속에 갇힌 전통적 여성만 남는다.

전체적인 전개는 단촐하다. 단선적인 구성에 군더더기가 별로 없다. 전개 속도도 빠르다. 적당하게 벌어지는 김수현의 대사들이 플롯에 탄력을 준다. 앵글도 편집도 익숙하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무난하다. 이승연은 현재 김수현의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어서 인지, 대사처리에 능숙하다. 알맞은 속도로 입맛 다시듯 대사를 뱉어낸다. 그래서 특별히 늘어지거나 지루한 감은 없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이다. TV '베스트극장'에나 어울릴 듯한 무난한 이야기를 굳이 큰 화면으로 감상할 이유는 없다. 영화는 보다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부단히 추구하는 매체이다. 관객도 그것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는다. 모든 면이 상투성에 잠겨있는 영화가 매력을 갖기란 어렵다.

[미워도 다시 한번 2002]의 가장 큰 실수는 음악이다. 현악기를 이용한 절망적인 선율은 두드러지게 청승맞다. 영화음악은 의도와는 달리 화면에 녹아들지 못하고 자꾸 튀어 거슬린다. 안 그래도 밋밋한 영화의 흡인력을 더 떨어뜨린다.

이 영화는 2002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낡았다. 시대착오적인 신파는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 소재의 상투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욱 공을 들였어야 했다. 배우만 바꾼다고 새 영화가 되는 건 아니다.

3 )
ejin4rang
기대가 실망으로   
2008-10-16 16:03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8:30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5:5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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