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영화에 담긴 사람 이야기 (오락성 8 작품성 7)
글러브 | 2011년 1월 14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강우석 감독에 정재영, 유선이 나온다. <이끼>냐고? 아니다. 강우석 감독은 <이끼>를 끝내자마자 <글러브>라는 스포츠 영화 촬영에 바로 들어갔다. <이끼>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두 배우와 함께 말이다. 헌데 이 영화 설정이 너무 빤하다 싶기도 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청각장애인 야구부인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 이야기다. 게다가 그들을 지도하러 온 사람은 퇴물이 된 과거의 수퍼스타란다. 이런 설정이면 대충 어떤 내용일지 그림이 나온다. 하지만 강우석 감독은 <글러브>를 스포츠 영화의 공식에 우겨 넣지 않았다. 외피는 둘렀지만 결국 그 안에 있는 사람들 얘기다.

투수부문 최다, 최고 기록을 갖고 있는 김상남(정재영)은 연이은 음주폭행으로 물의를 일으킨다. 김상남의 친구이자 매니저인 철수(조진웅)는 징계위원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청각장애인 야구부가 있는 충주 성심학교로 내려온다. 성심학교 야구부는 대한민국 최고 투수가 코치로 온다는 사실에 설레지만, 김상남은 형편없는 야구부에 어이가 없다. 하지만 이들의 목표는 전국대회 1승. 나선생(유선)은 아이들이 해낼 것이라고 믿지만, 김상남은 이들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다. 하지만 자신들의 꿈을 위해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의 의지는 야구만을 사랑한 승부사 김상만의 마음을 움직인다. 호된 훈련으로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김상만은 이들을 이끌고 전국대회에 도전한다.

<글러브>는 스포츠 영화다. 척박한 환경에 제대로 모자라지만, 강한 의지와 희망으로 결국 자신들의 목표를 이뤄내며 감동을 준다는 공식을 잘 따라간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목표가 항상 ‘이긴다’거나 ‘성공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글러브>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비록 청각장애인 야구부를 주인공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의도는 도드라지지만, 단순히 장애를 극복하고 승리를 거둔다는 식의 예상 가능한 결말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어떠한 공식이나 전형성을 지닌 장르라 하더라도 결국 그 안에 있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각종 기록을 보유한 잘나‘갔던’ 투수 김상남이 폭력사건을 일으켜 성심학교 코치로 내려오는 것과 1승을 위한 성심학교 야구부의 가열찬 도전기라는, 두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출발점이 다른 두 이야기는 결국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하나로 합쳐진다. 김상남은 성심학교 야구부를 통해 잊고 지냈던 야구에 대한 열정을 다시 확인하고, 성심학교 야구부는 자신들을 비장애인과 똑같이 대하고 그들에 맞서는 법을 알려준 김상남을 통해 사람 사이의 관계에 눈뜨게 된다.(들을 수 없는 이들은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상대적으로 더 서툴다.) 그래서 영화는 결말보다 과정에 큰 의미가 있다. 144분이라는 시간은 객관적으로 긴 시간이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정재영이 연기한 까칠하면서도 우직한 김상남과 김혜성, 장기범, 이현우 등 여러 연기자가 호흡을 맞춘 성심학교 야구부를 축으로 조직된 영화가 전형적이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적절한 포지션을 잡고 있는 유선과 조진웅의 힘이다. 성심학교 야구부와 김상남을 이어주는 나선생 역의 유선은 자연스러운 연기로 분위기를 잘 이어가며, 이제 퇴물이 된 김상남을 인정하지 않는, 아니 인정할 수 없는 매니저 철수를 연기한 조진웅은 김상남과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감동을 담당한다.

그동안 사회문제를 소재로 한 소셜 코미디를 주로 만들었던 강우석 감독은 오랜만에 힘을 빼고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비록 스포츠 영화라는 전형적인 스타일과 다소 올드한 화면, 과한 감정을 흘리는 음악 등이 영화의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사람을 다루는 그의 솜씨는 여전하다. 퇴물 투수에서 다시 열정을 불태울 용기를 얻는 김상남의 이야기는 1승을 향해, 세상의 편견을 향해,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갈 성심학교 야구부의 이야기와 만나 시너지를 일으킨다. 어떤 영화를 해도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글러브>에는 진정성과 진심이 느껴진다.

2011년 1월 14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스포츠 영화의 감동은 물론, 그 안의 사람들 이야기까지 충실하게 뽑아낸다.
-<이끼>의 천이장 정재영, 솔직하고 까칠하지만 열정적인 남자로 돌아왔다.
-마지막이 담백하다. 드라마틱한 결말보다는 그 과정에 힘을 둔 이유다.
-야구 룰을 잘 모른다면 144분이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소 촌스러운 영상과 올드한 사운드의 사용이 좀 걸리긴 한다.
(총 2명 참여)
cyddream
잔잔한 감동이 느껴질듯 합니다....^^   
2011-01-23 21:58
ruga7
오늘 보러 갑니다 ^^   
2011-01-2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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