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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인생 같은 조승우의 ‘하류인생’ 촬영답사기
임권택 감독의 99번째 영화 촬영장 공개 | 2004년 3월 2일 화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결기 넘치는 구호! 다름 아닌 당일치기 열사들인 이분들과 함께 외쳤더랬다
결기 넘치는 구호! 다름 아닌 당일치기 열사들인 이분들과 함께 외쳤더랬다
제85회 3.1절을 맞아 무비스트 출장 전문요원은 경건한 마음으로 아침에 일나 태극기 게양식을 갖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하루를 가지려고 했더랬다. 허나. 그 놈의 게으름 때문에 계획은 무산되고......어쩔 수 없이 방구석에 잠시 앉아 면벽참선에 들어갔다. 그리고 15분 뒤 이런 식으로 뜻 깊은 이 날을 그냥 보낼 수 없다고 판단, 노쇠한 육신을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야인시대> 촬영장으로 꽤나 유명한 부천 판타스틱 스튜디오를 찾았다.

그리고 “파쇼정치 중단하라!” “유신 철폐!”라는 결기 넘치는 구호를 최루탄이 난무하는 혼란스런 거리에서 수백 명의 군중들과 함께 외쳤다.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대의를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지는 무비스트 출장 요원의 호방함, 정말이지 하늘을 찌른다.

오바의 극치를 보여준 장황한 서문의 내막은 사실 뭐 이렇다. 다름 아닌 60년대부터 70년대 초반의 부조리한 한국 근대사를 배경으로, 한 건달의 인생사를 담은 임권택 감독의 99번째 영화 <하류인생(제작:태흥 영화사)>의 막바지 촬영현장에 다녀왔다는 말씀.

짱개집 창문을 작살내고....
짱개집 창문을 작살내고....
혼탁한 거리의 인파를 헤치며 달려가는 조승우
혼탁한 거리의 인파를 헤치며 달려가는 조승우
우연의 일치는지는 몰라도 때마침 이날 촬영 분은 박통의 독재정치를 타도하고자 명동 한복판에 군중들이 모여 데모를 벌이는 장면으로, 깡패 생활을 청산하고 사업가로 성공한 태웅이(조승우)이 짱깨 집에서 식사 중 정보부 요원들의 습격을 피해 유리창을 작살내고 시위를 벌이는 인파를 헤치며 추격의 추격을 벌이는 영화의 라스트 신이었다.

<야인시대> 세트장 옆에 자리한 <하류인생>의 오픈 세트장은 <취화선>의 주병도 미술감독의 세심한 세공술이 다시금 발휘된 공간으로 장장 1년 2개월에 걸쳐 완성됐다. 60.70년대의 명동거리를 완벽히 재현하기 위해 260여 개의 간판의 서체를 수작업으로 디자인했다고 주최측이 자랑?하고 있는 게 공치사가 아님이 확연히 느껴질 만큼 당시의 모습과 정서를 고스란히 잘 환기시키고 있었다.

특히, 70년대 통기타 문화의 대명사인 음악살롱 쉘 부르와 휘가로, 그리고 미도극장의 외관과 내부는 적잖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었고, 미도극장에 걸린 영화가 임권택 자신의 73년도 작품 <증언>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는 묘한 웃음과 그의 감독으로서의 인생이 한국의 굴곡된 현대사와 함께 했구나 하는 묵직한 단상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왼쪽서부터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조승우 김영빈 감독
왼쪽서부터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조승우 김영빈 감독
물론, 일명 삼총사로 불리는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이태원 사장은 공원이나 복덕방에서 장기를 두는 순간만큼은 젊은 혈기 못지않은 노익장을 과시하는 분들 마냥 적극적으로 현장을 안정감 있게 지휘하고 계셨다. 자신들의 20대를 반추해 영화 안에 녹여냈다고 하니 여느 작품보다 열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가운데 뻘간 확성기를 들고 쉼 없이 왔다리갔다리하시며 몹(군중)신을 일괄적으로 진두지휘하는 또 한 분의 현장 조율사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테러리스트>의 김영빈 감독이었다. 알고 보니, 김대승 송능한 김홍준 등 임권택 감독의 제자 출신 감독들이 영화에 보탬이 되고자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나서 단역으로 출연도 하며 도와드리고 있다고 한다. 이 중견감독들을 스크린 안에서 발견하는 것도 <하류인생>의 또 다른 재미가 될 듯싶다. 임권택이라는 인물이 한국 영화의 지형도 안에서 어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 절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중국집 창문을 온 몸으로 부시며 혼탁한 거리로 뛰쳐나오는 지난한 장면을 몇 차례에 걸쳐 반복한 조승우와 페퍼포그와 최루탄 연기로 사방이 자욱함에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영화에 일익을 담당한 대규모 엑스트라 등 많은 분들이 큰 사고 없이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다들 박수를 치며 쫑을 내서 그런지 퍽이나 기분 좋은 현장 취재였다 단상된다.

<장군의 아들>이후 오랜 만에 액션 장면을 연출한다고 해 더더욱 관심을 끌고 있는 <하류인생> 중 조승우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김민선은 초간단 인터뷰 통해 “액션에만 너무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하고 있는 눈치”라며 “<하류인생>에는 인생과 삶을 깊고 넓게 바라볼 수 있는 미덕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권택 감독의 아래와 같은 연출의도처럼......

“<하류인생>은 50년대말에서 60년대를 거쳐 70년대 초반에 이르는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건달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다. 자유당 정권 말기의 혼란스러운 시기, 그리고 4.19와 5.16을 지나 군사정권기라는 굴절된 ,한국 현대사의 시공간을 살아가며 인생에 때가 묻어가고 황폐화되어 가는 주인공의 삶을 통해 오늘날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을 비추어 볼 수 있는 영화였으면 한다.”

대중적인 영화가 될 것이라는 호언 속에서도 이 같은 만만치 않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임권택 감독의 99번째 영화 <하류인생>은 조만간 촬영을 모두 마치고 후반 작업을 거쳐 올 6월쯤 개봉할 예정이다.

취재: 서 대원
촬영: 이 기성


☞ 덤으로 싣는 현장스케치 사진

거리를 조망하며 촬영 구상 중인 정일성 촬영감독과 맨 앞에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 이태원 사장
거리를 조망하며 촬영 구상 중인 정일성 촬영감독과 맨 앞에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 이태원 사장


실전을 방불케 할 만큼 험난했던 신
실전을 방불케 할 만큼 험난했던 신


한때 무지하게 잘 나가던 휘가로와 쉘부르 음악싸롱
한때 무지하게 잘 나가던 휘가로와 쉘부르 음악싸롱


임권택 감독의 73년작 '증언'이 상영?중인 미도극장. 참고로 당시 입장료 200원이었음이다.
임권택 감독의 73년작 '증언'이 상영?중인 미도극장. 참고로 당시 입장료 200원이었음이다.


1 )
js7keien
감독의 명성에 내가 너무 기대를 많이 했었나?
  
2006-10-0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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