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배우: 김시은, 배두나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38분
개봉: 2월 8일
간단평
소외 받는 이웃을 향한 관심을 환기하는 데뷔작 <도희야>(2014)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정주리 감독이 비슷한 결의 두 번째 장편 <다음 소희>로 9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 작품 역시 지난해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
특성화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소희’(김시은)는 졸업을 앞두고 인터넷 회사 콜센터에 현장실습생으로 취직한다. ‘소희’는 대기업에 취직했다며 들뜨지만 실상은 기대와 다르다. 노동 착취가 예사로 일어나는 콜센터는 그야말로 노동 지옥이다. 그곳의 잔인한 현실은 암울한 사고로 이어지고, 형사 ‘유진’(배두나)은 악착같이 진실을 좇는다.
지난 2017년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콜센터로 현장 실습을 나갔던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한 <다음 소희>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분별하게 착취되는 저임금 노동자의 실태와 이를 조사하는 형사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누구나 공분할 법한 잔혹한 현실이지만 인위적인 감정적 과잉을 배제하고 담담하게 제시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세상에 살고 있을 많은 ‘소희’가 이 영화를 통해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의도가 빛을 발한다. 이번 작품으로 장편 데뷔를 한 신예 김시은은 함께 주연을 맡은 배두나에 뒤지지 않는 존재감으로, 험난한 현실 앞에 점차 무너져 내리는 십대 소녀 ‘소희’ 역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도희야>에 이어 정주리 감독과 두 번째로 합을 맞춘 배두나는 건조한 영화의 톤에 맞게 지치고 무력한 형사 역을 탁월하게 소화해내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유사한 역을 맡았던 드라마 <비밀의 숲>,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2022)에서와는 또다른 면모를 만나볼 수 있다.
2023년 2월 3일 금요일 | 글_이금용 기자(geumyo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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