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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의 디비디 디비기! <화피>
2009년 1월 28일 수요일 | 소마 이메일

 <화피>는 언뜻 20여년 전의 <천녀유혼>을 연상시킨다. 초반부 소위(주신)의 등장 장면.
<화피>는 언뜻 20여년 전의 <천녀유혼>을 연상시킨다. 초반부 소위(주신)의 등장 장면.

<화피>는 여러 면에서 <천녀유혼>을 연상시킨다. 일단 이 영화의 원작은 <천녀유혼>처럼 중국의 8대 기서로 꼽히는 기담(奇談) 모음집 <요재지이(聊齋志異)>에 수록된 이야기 중 하나다. 또 귀신과 같은 판타지적인 존재와 인간과의 사랑을 다루었다는 점 또한 <천녀유혼>과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두 편의 영화 모두 귀신 역을 연기했던 왕조현과 주신이 가장 극 중에서 부각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화피>는 <천녀유혼>이 확실히 (1997년 중국 반환 이전의) 홍콩이라는 독특한 지역의 영화였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하기도 하는 홍콩-차이나 시대의 영화이기도 하다.

<화피>의 연출자는 홍콩 출신의 진가상이다. 그는 주성치의 <도학위룡>, 성룡의 <썬더볼트>, 이연걸의 <정무문> 등 90년대 활발한 홍콩 영화 산업의 연출자 중 한 명이었고, 1998년에 발표한 공동연출작 <야수형경>은 홍콩 액션 느와르 장르의 분기점이 되는 중요한 영화 중 한 편으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영웅본색>의 오우삼이 <적벽대전> 2부작을, <황비홍>의 서극이 <칠검>을, <첨밀밀>의 진가신이 <명장>을 만든 것처럼, <화피> 역시 단순히 홍콩 출신 감독이 만든 또 다른 ‘대륙형 블록버스터’ 중 한 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실제로 이 영화는 중국 출신 스탭들과의 협력을 통해 대륙에서 촬영되었고, 배우들 역시 액션 스타 견자단과 악귀를 연기한 싱가포르 출신의 척옥무를 제외하면 모두 중국 출신의 청춘스타들로 채워져 있다.
 오프닝 시퀀스의 사막 장면은 이 영화가 홍콩이 아닌 중국 대륙의 영화임을 각인시킨다.
오프닝 시퀀스의 사막 장면은 이 영화가 홍콩이 아닌 중국 대륙의 영화임을 각인시킨다.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이 영화가 대륙형 블록버스터임을 각인시킨다. 노을진 광활한 사막을 가로지르는 병사들의 검은 그림자의 모습은 드넓은 중국 대륙의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다. 이어지는 왕생(진곤) 일행의 습격 시퀀스와 요염한 요괴 소위(주신)를 크레인 숏으로 포착한 시퀀스 등이 겹쳐지면서 영화는 화려하게 문을 연다. 하지만 오프닝과 견자단의 캐릭터인 방용의 소개 시퀀스 그리고 클라이막스의 액션 시퀀스 정도를 제외하면 <화피>의 상영 시간의 대부분은 왕생을 놓고 벌어지는 두 여인 즉 배용(조미)과 손위의 심리적 갈등과 암투를 중심에 놓고 있다.

이런 중심 삼각관계의 구도에 배용을 짝사랑했던 방용과 방용을 좋아하는 귀신사냥꾼 하빙(손려) 그리고 소위를 짝사랑하는 또 다른 남성 요괴(척옥무)까지 복잡한 남녀 간의 애증이 영화 속의 복잡한 애정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총 6명의 주요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녹아들어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화권에서는 꽤 성공적인 흥행 감독이지만 진가상은 전작들에서도 감정을 폭발시키는 클라이막스에서의 힘이 조금씩 떨어지고는 했었는데, 이 영화에서도 그런 진가상의 연출력의 약점은 여전하다.
 방용(견자단)과 하빙(손려) 커플은 무거운 영화의 분위기를 가볍게 만드는 역할을 담당한다.
방용(견자단)과 하빙(손려) 커플은 무거운 영화의 분위기를 가볍게 만드는 역할을 담당한다.

서극 제작, 정소동 연출의 <천녀유혼>은 잘 알려진 것처럼 처음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쇼브라더스 스튜디오의 이한상 버전을 비롯해 이야기는 여러 편의 영상 버전이 만들어진 바 있었다. 엄밀히 말해 <천녀유혼>은 서극의 일종의 실험작 중 하나였다. 제작자였던 서극은 조지 루카스의 특수효과팀을 초빙해 큰 실패를 맛보았던 <촉산>에서 일찍이 SFX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낸 바 있었고, 그런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영화가 <천녀유혼>이기도 하다. 현재의 관점에서 다시 보면 정소동 버전의 <천녀유혼>은 고전 서사극에서 벗어나 있는 일종의 변종 혼합 장르 영화(Hybrid Films)에 해당하는 영화다. <천녀유혼>은 영채신(장국영)과 섭소천(왕조현)이 연기한 선남선녀들의 멜러 라인 뿐 아니라 연자적(우마)이 맡고 있는 판타지 액션과 코메디적인 요소의 중요성이 클 뿐 아니라, 이런 장르적 요소들은 서로 혼재되어 나타난다.

그에 비하면 <화피>는 꽤 정통 멜러에 가까운 영화다. <화피>에서 <천녀유혼>의 연자적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캐릭터는 일당백의 무술 고수인 방용과 퇴마사인 하빙이라는 남녀 캐릭터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왕생-배용-손위로 구성된 삼각관계의 갈등 구조와 방용-하빙으로 구성된 퇴마 스릴러 구조는 확실히 분리되어 있는 편이다. 물론 두 이야기 구조에는 손위라는 요괴 캐릭터가 중심에 놓여있고 결국 클라이막스에서는 두 구조가 만나게 되지만, 심각한 분위기의 멜러 라인과 가벼운 분위기의 방용- 하빙 커플 이야기는 음악과 장면 구성 등에서 확실히 차별적이다. 이런 차이는 후지와라 이쿠로가 맡은 음악의 사용에서 확실한 차별성을 드러낸다.
 괴기 호러물처럼 보이지만 <화피>는 사실 '핏빛 로맨스'를 다룬 판타지 버전의 치정극이다.
괴기 호러물처럼 보이지만 <화피>는 사실 '핏빛 로맨스'를 다룬 판타지 버전의 치정극이다.

<화피>는 표면적으로 괴기 호러 영화처럼 한국의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영화 속에서 종종 드러나는 마을의 전경에서 제시되는 것처럼, 밀폐 공간에서 벌어지는 치정극에 가깝다. 사막에서 벌어지는 초반부의 시퀀스를 제외하면, 이 영화의 대부분의 러닝 타임을 차지하는 영화적 공간은 왕생의 집과 마을로 국한된다.

이 영화는 진부한 듯 보이지만 영화는 결국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사실 야심만만한 후처가 자애로운 본처의 자리를 노린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드라마들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된 이야기이기도 하고 <사랑과 전쟁>을 비롯한 한국 멜러 드라마의 기본적인 갈등 구도이기도 하다. 결국 <화피>는 그런 신파 멜러 드라마의 변형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화피>는 영화 속에서 배용의 말처럼 ‘아직 사랑을 잘 모르는’ 요괴 손위가 자신의 야심을 실현시키기 위한 음모를 실현하다가 궁극적으로 지순한 인간의 사랑에 승복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영화는 결국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사랑'이라는 고전 멜러 드라마의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결국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사랑'이라는 고전 멜러 드라마의 변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화피>는 이런 핏빛 치정극의 긴장감을 극단까지 몰고 가지는 못한다. 그런 약점은 영화의 갈등 축을 이루는 세 남녀 배우의 영화적 무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입체적인 존재는 ‘요괴’ 손위를 연기한 주신은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스펙터클이라고 표현할 수 있음 만큼의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는데, 순간적으로 표독스러움과 아이 같은 해맑은 표정을 오가는 주신의 표정 연기는 <화피>에서 가장 뛰어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에 비하면 배용을 연기한 조미는 기본적으로 맡은 캐릭터의 성격이 평면적인 편이다. 특히 문제는 두 여인 사이의 남자를 연기한 진곤의 캐릭터 왕생이 그닥 매력적인 인물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역 캐릭터인 방용 역의 견자단에 비해서 지나치게 개성이 없는 왕생 캐릭터의 약한 존재감은 결국 클라이막스 부분의 폭발적인 행동들의 당위성을 떨어지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영화 최고의 스펙터클은 소위를 연기한 주신의 연기다.
이 영화 최고의 스펙터클은 소위를 연기한 주신의 연기다.

<화피>는 조금씩 진화하고 있는 ‘차이니즈 블록버스터’의 또 다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차이니즈 블록버스터’는 무협 장르에서 시작해서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고 <화피>는 조심스럽게 판타지적인 요소를 도입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둔 영화다. 또 국내에서는 흥행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중화권에서는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으며, 이 영화의 연출자인 진가상은 2010년 개봉 예정인 비디오 게임 원작의 할리우드 영화 <킹 오브 파이터스>를 연출할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화피>에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 홍콩 영화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자란 한 사람으로서 <화피>는 <천녀유혼>이 보여준 과감한 무국적성과 친근함에 비해, 정통 중국 관객에게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가는 것처럼 느껴지고 나 같은 이방인들에게는 좀 더 멀게 느껴지는 영화다. 물론 로예의 <수쥬>의 신비스러운 여인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 진가신의 <퍼햅스 러브>와 펑 샤오강의 <야연>을 거쳐, 이 영화에 이르러 확실한 연기파 여배우로 자리 잡은 주신의 연기력만큼은 놓치기 아까운 영화이기도 하다.
 DVD의 메인 메뉴, 서플먼트가 '예고편' 뿐이다.
DVD의 메인 메뉴, 서플먼트가 '예고편' 뿐이다.

영화 <화피>의 전체적인 색감은 오프닝 시퀀스에서 보여지는 황색 톤의 사막 빛깔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황색 색감은 공간을 실내로 옮겨서도 지속되는데, DVD의 영상은 그런 영화의 일관된 색감을 잘 구현하고 있다. 최신작답게 영상 퀄리티는 잡티 하나 없는 깔끔한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배경의 약간의 지글거림이 발견되지만 이는 DVD 포맷에 한계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높은 해상도와 안정된 표현력을 구현한다.

DVD의 음향 부분 역시 별로 흠 잡을 곳이 없다. 북경어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액션 시퀀스에서 칼날의 금속음이 잘 살아 있는 편이며, 스코어와 대사음 역시 정확하게 표현되고 있다. 다소 배경 음악이 강조된 사운드 디자인이 신경 쓰일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 하다.

<화피> 국내판 DVD의 가장 아쉬운 점은 서플먼트의 부재(不在)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필자에게 전달된 리뷰용 디스크에는 국내 버전의 예고편이 유일하게 서플먼트로 담겨 있다. 국내 흥행 성적이 저조한 탓인지 작년 말에 홍콩에서 출시된 <화피> DVD와 블루레이 버전에는 약 61분 분량의 서플먼트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더구나 극장판 보다 약 15분 늘어난 ‘감독판’이 DVD 버전으로 수록된 것에 비해 국내판은 103분 분량의 극장판이 DVD에 수록되어 있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화피(畵皮 / Painted skin)

출시일 : 2009-01-15
출시사 : 아트서비스
Starring : 조미, 주신, 진곤, 견자단, 손려
Director : 진가상
Running Time : 103 Min
Video Format : 2.35:1 아나몰픽 와이드스크린
Audio Track : 중국어 (만다린어) / 돌비디지털 5.1/2.0
지역코드 : 3
관람등급 : 15세 이용가
디스크수 : 1disc
자막 : 한국어,영어
<부가영상> 예고편


844 )
1925ymh
홍콩영화라 하면 무조건 거의 다 봤었지요...   
2009-02-01 21:50
junisun
정말 홍콩영화가 세계를 휩쓸었었는데 ㅎㅎㅎㅎ   
2009-02-01 21:44
4642cgs
영웅본색과 천녀유혼 그리고 홍콩영화!! 정말 짜릿한 시대였지요~~   
2009-02-01 21:33
zsgbta56
황제의딸에서 처음보고 팬이되어버린 조미때문에 봤던 영화입니다, 소림축구나 상하이의 하루등의 작품과는 달리 차분하고 조신하게 나왔는데 그것도 잘 어울리더라구요^^
 
 
  
2009-02-01 21:16
dragon2389
어린시절 왕조현에게 반하게 만들었던 천녀유혼.. 그와 상통하는 작품이라하니 더욱 관심이 가네요^^   
2009-02-01 20:22
choa53
손려,진곤의 연기를 보고 싶어요   
2009-02-01 19:15
gmdtld22
이쁜조미 너무 좋아요   
2009-02-01 18:43
greatyck55
<천녀유혼>, <백발마녀전>에 이어 중국 고전 판타지 멜로에

관심이 있어서 더욱 더 기이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화피에 대한 기대감이 유별하다.

  
2009-02-0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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