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이라는 것은 사랑이 되기에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순간으로 탄생된 사랑은 간혹 평생을 행복해하고 혹은 그로인해 고통스러워야 할 인생의 모든 것들을 뒤섞는, 정신과 육체를 지배하는 모든 것이 되기도 한다.
길다(샤를리즈 테론)는 1930년대를 살아가는 어떤 여인보다도 자유분방했다. 타고난 부유함과 아름다움은 그녀가 누리고자 하는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했고, 사랑의 관계 또한 쿨했다. 그녀가 캠브리지 대학의 모범생 가이(스튜어트 타운센드)를 선택했던 것도 그러한 이유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상대를 바라보는 순수한 눈빛과 뜨거운 열정은 그들을 사랑이라는 존재로 묶어 놓았고, 3년이라는 시간 동안의 헤어짐을 무색하게 만들며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재회한다. 그리고 여기에 아름다운 모델 미아(페넬로페 크루즈)가 함께 하면서 이들 세 사람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들을 공유하게 된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지켜내기에 세상은 그리 안락한 곳이 아니다. 전쟁으로 인해, 그리고 신념으로 인해 가이와 미아는, 그저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원하는 길다와 소중했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전쟁이 일고 있는 스페인으로 향한다.
<러브 인 클라우즈)는 길다와 가이가 만나게 되는 평화로운 순간에서부터 긴 시간을 거쳐 그들의 변화를 담는다. 그리고 그들의 관계 안에 미아를 포함시킨다. 하지만 두 여자와 한 남자로 대변되는 관계는 질투를 수반하거나 감정의 질척임을 동반하지 않는다. ‘셋이 친하게 지냈으면 해’라는 길다의 바램처럼 그들은 개별적 육체와 관계를 인정하고, 우정과 사랑이라는 테두리에서 서로를 보살핀다. 하지만 영화는 그들의 아름다운 날들을 이용해 개개인의 작은 소망이 어떤 식으로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 무참히 깨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함께 사랑하며 살고자 하는 기본적인 마음은 전쟁이라는 위협적 존재 앞에 가장 이루기 힘든 소망이 되어버리고, 자의와 타의의 경계에 선 사람들의 사랑과 신념은 운명 앞에 흔들린다.
이렇게 불온전한 시대를 살아가는,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눈빛을 지닌 길다는 아름다움과 연기력을 겸비한 샤를리즈 테론에 의해 매혹적으로 표현되었다. 그녀는 이야기의 중심에 서서 자신의 실제 연인 스튜어트 타운센트와, 어딘지 모르게 애처로워 보이는 미아, 페넬로페 크루즈를 포섭하며, 시대의 변화를 거부했지만 결국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대를, 그리고 사랑했던 이들의 신념을 돕고자 했던 여인을 표현해 냈다.
이러한 배우들의 연기는 음악과 그 시대의 화려한 의상 등을 담은 영상과 어우러져, 다소 지루하고 매끄럽지 못한 스토리의 빈 공간을 채워 주며 이야기를 이끈다. 그동안 호주 뉴 웨이브를 이끈 감독 겸 소설가로, <로메로>, <휴 그랜트의 사이렌스>, <론 독스>등을 연출한 ‘존 듀이건’ 감독은 긴 시간에 걸친 사랑과 아픈 전쟁을 자신의 장기인 감각적인 영상 안에 담았지만, 영화의 총체적인 흐름을 놓친 것 같아 생각보다 아쉬운 로맨스를 만들어 낸 것 같다.
2008년 12월 29일 월요일 | 글_김선영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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