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모래는 단순한 낭독형식에 그치는 공연이 아니었다.
문학적 묘사를 가능케 하는 배우의 목소리가 듬성듬성 실루엣처럼 삽입되고
악기 연주가 잔잔하지만 단단하게 깔리면서 온갖 정서를 표현하고,
여러 심경이 교차하고, 마음을 들락날락거리며 심란하게 또 우울하게, 슬프고 때론 미래적 감수성까지 제시하는 게 음악이 아주 훌륭했고,
중간에 등장해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의 입장에
억누르는 듯한 극의 무게가 대단히 심각하면서도 환영적으로 그려졌다.
음악이 문자를 넘어 극에 전유되고 있고
삶의 비극적인 분위기를 잘 전달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고 보였다.
비교적 짧지만 인상깊게 텍스틀 온존하고도 잘 표현해낸 공연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