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의 마지막날 미라클씨어터에서 "여친해방"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방법)을 보고왔습니다.
이제 12시가 넘었으니 어제의 공연이 되겠네요 ^^
원래 영화나 연극이나 스토리나 감상평을 최대한 적게 읽고 보는게 가장 재밌고 신선하게
감상하는 가장 좋은 준비자세라 여기는 본인의 굳은 소신덕에 연극에 대해 일부러 많이 모르고 봤습니다
처음에 연극의 제목을 보고 상상된 것은 가벼운 꽁트식의 사랑이 식은 연인의 권태기 탈출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상상과는 전혀 다른.. (기쁘게도)
무겁고 진지한 또.. 조금 슬픈 사랑이야기 였습니다.
물론 시종일관 재밌고 배꼽빠지게 웃는 시간이었지만요..
연극작가(?) 인 장동건삘의 미남주인공 우진과 그에게 붙어 기생하는 잔근육의 축구선수 이천수를 연상케
하는 그저그런 전천후 배우 대협군..

그리고 한 건물에 사는 4차원 소녀????  광연(光년) 과 우진의 3년된 여친 민경...
옥신각신 지내다 우진은 하반신불구의 병에 걸리게 되고... 여친을 사랑하는 우진은 여친에게 슬픔을
주지않고 헤어지기위해 거짓말을 하며 벌어지게 되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습니다.
내용은 어디선가 접할듯한 이야기일수 있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상황과 연출.. 그리고 연기는 매우 진지하고
웃고싶으면서도 웃을수없는 그것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특히 주목되었던것은 결코 평범치 않은 이웃집 소녀????  광연..
이름도 재밌지만, 독특하면서도 자유롭고 이기적인 자기만의 사고방식과 대화로 시종일관 극을 무겁지않고
지루하지않게 재밌게 해주는 주인공이상의 역할을 해주었다고 느꼈습니다.
어렵게 서술했지만,, 쉽게 말해 완전 웃느라 배꼽빠질 정도였습니다.
톡톡튀는 대사와 함께 이천수 삘 싸가지와 약간 무식한 즉흥적 성격으로 무장한 대협과 옥식각신 싸우다
사랑하는 내용이나 친구와의 충돌은 공연장을 내내 웃음바다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캐릭터의 특성을 살리기위해선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이 캐스팅일텐데 정말 4명의 주인공다 딱 맞는 외모와
성격이 극에 잘 어울렸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극의 핵심인 불구가 될 주인공의 운명을 감추며 여친을 아름답게 이별시켜주기위한 과정에서
또 여러번 폭소를 자아내게 했구요.  어떤 영화였더라.....
여친을 떼어내기위해 게이인척 하는 영화를 본적이 있었는데, 실제 연극의 연기로 본 상황과는 비교가
되지 않겠죠 ^^
그리고 마지막에 진실을 알게되어 슬퍼하는 장면에서는 연기자분들도 눈물까지 흘리며 슬퍼해서
여기저기서 콧물 눈물 흘리는 소리가 흑흑... 퍼졌어요... 저도 살짝...

 

그리고,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과연 끝을 어떻게 맺을지 궁금했는데....
몇번씩이나 민경은 하반신불구가 된 우진을 버릴수 없어 계속 집을 찾고 그러다...
마지막엔 예전처럼 잔소리하고 티격태격 소소한 애정싸움을 하며 막을 내리는 엔딩..
정말 멋지고 깔끔해서 박수갈채를 보내고싶었습니다.  실제로 박수 열심히 쳤습니다. ^^
무작정 행복하게 사는 해피엔딩도 아니고,  비정하게 헤어지며 끝내는 모습도 아닌,
진행형으로 그들의 삶과 사랑이 계속된다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여운... 캬아~~

 

진정한 사랑은 그런것이겠지요. 서로의 단점을 보듬고 희생을 하며 위해주는 그런것..
요즘세태에서 거의 보기힘든 사랑이지만..
주인공들의 대사중에 영화에서나 있는 일이라는 희생적인 사랑..

 

비록 연극에서 실컷 웃고 울며 본 사랑이긴 했지만, 추운 겨울에 극에서나마 아름다운 사랑을보며
나도 그렇게 살꺼라고 다시한번 다짐하는 행복한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전 단순해서... 시종일관 깔깔 대고 웃을 수 있어 정말 재밌었어요!!

같이 본 약혼녀도 눈에 눈물 살짝 글썽이며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 좋았구요...

 

Ps. 사족이지만... 소극장이어서 날씨도 추운데 혹시나 난방이 약하면 특히나 추위잘타는 우리아가씨
    어떻하나 살짝 걱정했는데.. 너무나 훈훈하고 빵빵한 온풍이 불어 정말 좋았어요.
    종종 추운 소극장이 있더라구요... ^^;
    그리고, 주인공이 잠시 공기 환기시킨다고 방문 열었는데 정말 실제 리얼 대학로 모습이 문밖에
    펼쳐져서 깜짝 놀랐습니다. 진짜 바깥 풍경인데..  잠시 멋진 영상효과로 착각했다는거.. ㅡㅡ
    처음보는 특수효과 센스에 완전 @.@   (공연장은 건물 5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