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드림 (Lucid Dream)
작/연출: 차근호 / 김광보 제작: 극단 청우 출연: 이남희 정승길 길해연 임형택 신덕호 김대진 송희정 박경구 주재언 장소: 산울림 소극장
“가시나무”라는 노래 가사에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라는 구절이 있다. 노래 가사와 꼭 들어맞지는 않더라도 인간은 알 수 없는 덩어리이다. 오죽하면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지 않나.
착하고 멀쩡하게 생긴 아이가 어느 순간 180도로 돌변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도 그 아이의 그런 태도를 알 수 없다. 전혀 종 잡을 수 없다. 인간은 그런 존재이다. 내가 나를 알고 있는 듯 해도, 나조차도 나를 모른다. 30년을 같이 산 가족도 나를 모른다. 20년을 넘게 알고 지낸 베스트 프렌드도 나를 잘 모른다. 관계에 문제가 있기 보다는 사람을 알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보면,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표출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듯 하다. 인간은 자신의 끊임 없는 욕구를 잘 다스리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 내 삶이 어떻게 표출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잘 다스리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며, 갑자기 돌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은 욕망에 이끌려 다닌다. 그러면서 자신이 예측하지 못한 일들을 저지르고, 그런 상황이 자신을 옥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안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다.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루시드 드림은 자신의 모습이 허상임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꿈을 꾸는 도중에 스스로 꿈이라는 사실을 알고 개입하여 꾸는 꿈을 말하는데, 이것이 욕망의 표출이라고 본다. 나의 욕망이 계속해서 꿈에 투영이 되고, 이를 즐기고 내 속에 내재된 것들이 표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연극 “루시드 드림”은 인간의 욕망 표출, 허상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 몇 가지 얘기들 -
1. 공간 산울림 소극장에서 상연되고 있는 이 작품은 공간을 최대로 활용하고 있다. 무대는 침대, 책상, 교도소 접견실로 나뉘어져 있다. 주인공 최현석 변호사는 책상에서 담배를 피고 고민하고, 침실에서는 연인, 이방인과의 경계를 넘나들고, 접견실에서는 살인범 이동원과 팽팽한 기 싸움을 한다. 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극 전개가 나를 드러내는 도구로 잘 활용되고 있다.
2. 배우 주인공 최현석을 연기한 이남희 씨의 연기는 열연 그 자체이다. 이상하게 다듬은 헤어 스타일은 너무 웃기지만 시종일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를 보면 모노드라마라고 착각할 정도이다. 툭툭 내뱉는 연기는 독특하여, 끝나고 따라 하였다. 입에서 튀어나오는 침이 분무기를 연상해서 보는 내내 웃기긴 했다.
살인범 이동원 역의 정승길 씨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의 로쟈와 같은 역할을 보여주며, 얄쌍한 이미지에 섬뜩한 느낌이 확 사는 연기를 하였다.
주인공의 여자인 역할은 길해연 씨 이다. 마파도에서 처음 본 그녀는 기가 센 아줌마들 틈에서 언어장애자로 나와 답답하였지만, 연극에서 본 그녀는 굉장히 도발적이었다. 마파도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나머지 출연자들도 좋은 연기를 펼치며, 극을 잘 표현하고 있다.
<무비스트에서 당첨되어서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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