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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축제 2009 페스티벌 場 <허기진 휴식 - 극단 몸꼴>
ludens 2009-10-15 오후 4:31:27 462   [0]
제목 : 공연예술축제 2009 페스티벌 場 <허기진 휴식 - 극단 몸꼴>
일시 : 2009년 10월 14일(화) 늦은 4시, 8시
장르 : 신체극
연출 : 윤종연
출연 : 최은아, 민기
극단 : 극단 몸꼴
 

가스레인지가 딸린 싱크대, 킹사이즈 침대가 바닥에, 침대 위에는 전등이, 무대 중앙에 긴 줄이 내걸렸다. 먹고 자는, 기본적인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이다. 빈공간이 많은 무대가 막막하게도 보이지만 남녀 애인 한 쌍의 등장은 무대를 따뜻하게 채울 수 있을 만한 조건이다. 그런데 무대 중앙의 긴 줄 끝에 걸린 고리가 눈에 거슬린다. 목을 고 자살을 하기에 딱 좋은 크기다.
 
싱크대에 선 여자가 벽이 아닌 바닥에 투사되는 영상으로 자살소동을 벌일 것이라는 예고를 쓰면 이 투사된다. 마치 무대가 거대한 손바닥 안이다. 그러자 미미월드 장난감 세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너무 생각하지 마세요, 여자가 당부를 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미미와 켄의 소꿉장난이라기에는 살벌하다. 남자는 자살을 하기 위한 여러 가지 도구와 장비를 준비한다. 죽음이 허기를 채울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죽음에 이르려는 행동이나 욕구는 쾌락의 논리와 상응한다. 속도계가 올라갈수록 스릴을 느끼는 이유, 마약 역시 치사량에 근접했을 때 최고조에 오른다. 그 정점은 죽음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찾는 건 쾌락인가? 침대 위에서의 퍼포먼스는 섹스를 연상케도 하지만, 그들의 몸짓이나 표정에서는 지독한 노동과 회피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둘 사이 익숙한 관계망이 엿보이는데, 몸짓으로 보여주는 둘 사이의 어긋남과 단절은 접촉점이 불연속으로 이어진다.
 
스 부호를 닮았지만 서로 엇갈리면 무의미한 소음이듯 관계는 변질된다. 시작할 때의 느긋한 재즈 음악은 이제 판이 튀는 듯한 불안한 효과음의 반복이다. 몸과 몸이 부딪히면서 남녀가 가장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기 마련인 침대는 도망가려야 도망가기도 힘든 가장 작은 링으로 변모한다.
 
무엇이 문제람? 익숙한 관계, 서로 사랑하는 사이, 헤어질 마음은 없고 자살이라는 선택을 해서라도 서로 원하는 마음은 여전하다면. 과하게 해석하면 모든 관습과 안정이 주는 중독성에 대한 탈주일 수도 있겠는데, (너무 생각하지 마세요, 라는 당부가 떠오르며) 어쨌거나 남녀로 한정지으면 몇 가지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
 
여자가 목에 줄을 매달고는 나머지 줄을 자는 남자의 손목에 묶는다. 남자가 무의식중에 한 몸짓에 따라 여자는 죽을 고비를 몇 번이고 넘긴다. 관계의 가식 뒤에 숨은 죽이고 싶은 속내, 혹은 무의식적 행동, 말이 주는 상처로 볼 수 있다.
 
남자를 구원하는 건 여자다. (현실에서도 비교적 그렇지만) 남자를 따라 기꺼이 침대 밑으로 따라 들어간 여자는 밖으로 나와 끓는 물에 라면을 넣는다. 남자가 관심을 갖고 따라 나오고, 여자는 남자의 등에 매달린다. 이때도 남자는 여자를 떨쳐버리기 위해 몸부림을 치지만 곧 신랑각시춤처럼 즐거운 춤사위로 변한다.
 
“나의 그늘이 외로움의 그늘을 만들고 외로움의 그늘이 너에게 그늘의 삶을 드리웠다. 너의 곁에 머무는 나는 너의 위태로움에 네 곁에서 지워지고 지워지는 나를 볼 수 없는 너는 허기진 배를 움켜쥐었다. 나는 내가 고프고 네가 고프다.” 공허하고 추상적인 이 말에 동의를 하더라도, 그 허기를 푸는 방식은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며 구체적이어야 한다, 고 생각하지만 정말 구체적이고 효과적이다! 먹는 행위 역시 쾌락과 관계가 있지만 죽음과는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곡예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 배우들이 라면 한 그릇을 사이좋게 맛있게 나눠먹는다. 후후 불면서 먹는 순간, 냄새가 효과음처럼 극장에 퍼진다. 식사를 하고 왔지만 허기가 올라온다. 생각한다고 느낄 수 있는 허기가 아니겠지 싶다. 이 허기는 몰랐거나 무시한 “내가 고프고 네가 고픈 삶의 지랄 같은 먹먹”한 허기다.
 
 
 
 
 
 
 
 
 
 
 
 
 
 
 
 
 
 
 
 
 
 
 
 
 
 
사진출처 - 페스티벌 장
(총 0명 참여)
hope0829
보고싶은 작품이네요..     
2010-06-24 13:49
pecker119
보고싶은 작품이네요     
2010-06-13 13:53
scallove2
재밋엇겟어요~     
2010-01-30 21:51
bldiss
기대됩니다.     
2010-01-03 18:5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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