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몇 번 공연되었는데 번번이 놓쳤던 극단 드림플레이의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를 보고 왔습니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는 중고등학교 때 읽었던 추천도서에 대한 이야기인가 했어요. 하하하~;;;;
사회과학서적으로 가득한 서점에 불이 켜지면서 시작되는 공연은 국문과 91학번 동기이자 학생운동을 했던 이들이 주인공입니다. 올바른 세상을 꿈꾸었던 그들이지만 현식은 교수랑 싸우고 박사과정을 때려치운 상태고, 현식의 빈정거림처럼 1등 신문 문화부기자가 되어 있는 광석, 독립영화감독으로 명성을 쌓고 있는 재하는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죠. 같이 운동했던 선배와 결혼했던 유정은 남편이 죽은 후 대학시절에 자주 갔던 서점의 이름을 따서 '오늘의 책'을 열었습니다. 그 서점에 옛 친구들을 다시 불러 모은 거구요.
공연을 보고 있으니~ 선배들 생각도 나고 동기들 생각도 났습니다. 극중 주인공들이 학번은 선배들이지만 그들이 대학시절 했던 고민과 갈등을 저도 엇비슷하게나마 겪어 본 적이 있었거든요. 복적된 88학번 선배가 90년대 학번들 문제라면서 저희들에게 했던 말이 작품에 그대로 등장해서 한참 웃었습니다. 학부제로 바뀌어서 인기 없는 학과는 폐지되고 1학년부터 입사 준비하느라 학점 관리에 목숨 걸고 있는 대학생들에 대한 기사를 보면 평등과 사회를 걱정하며 생각해볼 기회라도 있었던 게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오랜만에 듣는 민중가요에,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 덕분에 진짜 '오늘의 책'에 가서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봤습니다. 학번을 떠나 과거에 겪었고 현재에 부딪치는 인간관계의 다사다난함을 웃음과 진중함으로 잘 엮은 공연이었어요. 열심히~였던 만큼 상처도 많았던 젊음이 가고 이젠 사회 속에서 또 다른 고통과 상처를 받는 그들이지만 예전처럼은 아니어도 새로운 우정을 쌓는 계기가 생긴 건 멋진 일이죠. 미워서 싸우는 게 아니라 싸우면서도 미워하지 않는 인연이란 귀한 거거든요. 헌책방에 있는 책이 다 헌책이 아니듯이. 인간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지... 어제의 동지들은 사라졌지만 오늘의 친구는 여기에 있는 우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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