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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생존을 갈망한다. 피아니스트
dogma 2002-12-24 오후 1:39:20 2254   [10]
-전쟁상황이라는 인간 생존의 최 극단 상황, 생존만이 이유이자 본능인 그 황폐한 전장에서 오직 생존이라는 목표에 충실한 나약하지만 그러나 끈질긴 인간상의 전형을 보여준 영화!-

최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들 중 피아니스트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거나 비슷한 제목을 가진 영화들이 세 편 정도 되는데 내가 보기엔 세 편 모두 훌륭한 내용과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만 대작들에 밀려 그 개봉시기가 연기되거나 아직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에서도 로만 폴란스키라는 거장 감독이 2002년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이라는 화려한 종소리를 울려버린 the pianist는 전쟁이라는 아픈 역사적 현실과 맞물려 공허하며 생존을 목적으로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생존의지를 한 피아니스트이자 나약한 인간일뿐인 주인공의 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이라는 유대계 폴란드인의 자전적인 스토리를 그 뼈대로 삼고 만들어진 실사 영화이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한 인터뷰에서 폴란드 역사에서 가장 슬프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영화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지만 평범한 자전적 스토리에 빠질 수 있는 두려움 역시 동시에 지니고 영화에 임했다고 술회했는데 이 영화를 감상한 나의 느낌에는 슬프고 고통스러운 기억의 증명이라는 단선적인 한가지 사실로만 그 느낌이 전달되었다기보다는 그레이 빛의 차가운 현실아래에 생존을 위한 한 인간의 치열한 삶의 의지와 본능을 통해 가슴 저 깊은 곳부터 솟아오르는 내면의 휴머니즘이랄까! 그 어떤 감동을 전달받았기에 전쟁의 잔인함과 황폐함으로 이어지는 인간이 인간을 살육하는 존엄성 상실의 현실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천재 피아니스트이기에 살아남은 것은 아닐까!
이 영화는 생존에 대한 희구라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극한의 상황에서 끈질기게 발휘될 수 있는 초인적인 힘을 이끌어내는 인간의 나약하면서도 끈질긴 본능을 통해 한 인간의 눈으로 본 전쟁의 황폐한 결과와 나치의 잔학상을 고발하고 있지만 내가 이 영화의 전체적인 감상을 끝냈을 때 느꼈던 것은 단순히 인간 생존의지의 거대하고 감동적인 기록이라기보다는 과연 이 영화의 주인공이 천재 피아니스트가 아니고 아무 능력도 없는 특별히 배운 것이 없는 무식쟁이 평범한 유대인이었다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하는 기본적인 사실에 역점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주인공이 천재 피아니스트라는 사실은 이 영화가 고발하고자 하는 나치의 잔학상과 인간 생존을 향한 감동적인 이야기와는 별도로 별관심사가 될 수 없는 딴지 거는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냥 평범한 한 사람의 생존기라고 보기에는 왠지 눈에 거슬리는 것은 평범한 사람과 동떨어진 예술적 능력을 타고난 피아니스트에 대한 나만의 시기심에 불과한 것일까!.
주인공 스필만은 솔직히 다른 유대인들과 같은 유대인이기는 했지만 천재 피아니스트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기에 같은 유대인 커뮤니티에서는 물론 남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생존의 기회보다 더 많은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를 보면 유대인 거주지역인 게토 내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혹은 그를 도와준 폴란드인들과 심지어 막바지에 그에게 결정적 도움을 준 독일군 장교 호센펠드 역시 주인공 스필만이 치는 피아노의 선율이 보여준 천재성 혹은 그가 가지고 있는 유명 피아니스트라는 타이틀 때문에 주변의 사람들이 호의를 베풀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러한 사실들은 특히 나치즘이 횡행했던 독일을 비롯하여 유럽인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가를 존경시하는 문화의식이 전쟁이라는 인간 존엄상실의 지대에서도 존재함을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음은 물론 (내가 볼 땐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나라에 대한 일종의 문화 우월감이 숨어있다고 보지만) 뛰어난 능력을 가진 우성인자는 어떻게든 살려서 유대인의 우수성이 끊어지지 않게 하려는 유대인들 자체내의 종족보존이라는 절박하고도 합리적인 의도들도 엿볼 수가 있었다.

◎감독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생존에 관한 인간성 존엄의 메시지
이 영화 피아니스트의 감독 로만 폴란스키는 유대계 폴란드 감독으로 나치로부터 직접적인 가해를 당한 피해자로서 유년시절 나치의 학살현장에 있었으며 어머니를 가스실에서 잃었다고 한다.
이러한 그이기에 이시기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필연이자 의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미국계 유대인이기도한 스필버그가 "쉰들러 리스트"의 감독을 맡아줄 것을 제의했을 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거절한 일화는 영화 피아니스트에 임한 감독 자신의 자세가 어떠했음을 미루어 짐작하게 만든다.
수없이 오디션을 하다가 겨우 발탁한 주인공 배역의 캐스팅 역시 너무나 적절했다고 생각하는데 창백한 모습으로 우수에 찬 피아니스트에서 전쟁의 상흔과 탈출 뒤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피클깡통에 집착하는 모습을 연기한 애드리안 브로디의 연기는 너무나도 처량해서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터져 나올 만한 진한 감동을 불러왔다.
이 영화가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점은 위에서 거론한 것처럼 전쟁에서 살아남은 한 인간의 생존기 이전에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자 전쟁으로 야기될 수 있는 파괴적인 결과를 탱크의 캐터 필러 자국이 또렷한 먼지투성이 도로와 마치 인류종말의 모습을 예고한 듯한 폐허의 모습과 함께 한 인간의 눈을 통해 공허함 그 자체로서 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가 곧 현재의 사실로서 발현되기도 하는 역사의 순환은 우리에게 매번 교훈을 남기지만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전쟁은 시간이 지나도 야만적인 공격성을 숨기고 있는 인간 본연의 폭력성 때문인지 아니면 나약함을 감추려는 자기 방어본능인지 그 비극의 현실은 자취를 감추지 않고 계속 일어나고 있다.
종교적인 문제나 인종 차별적인 문제로 끊임없이 일어나는 대량학살과 전쟁은 인간이 이성을 가진 존재임을 가끔씩 의심하게 만드는 사실로서 뉴스에 종종 등장하지만 그 무서운 독일군 장교 앞에서도 허기에 겨워 피클 깡통을 결코 놓지 않는 피아니스트에서 주인공의 모습은 그러한 사실과 실망감을 뛰어넘는 인간 생존의지에 대한 일말의 감동을 불러오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영화를 만든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관객에게 스필만이라는 한 인물을 통해 나치가 저지른 엄청난 만행을 고발하는 동시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나약함 속에서도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끈질긴 생존에 대한 의지가 불러올 수 있는 새로운 감동과 인간 존엄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충분히 이루어냈다고 평하고 싶다.

사족: 진정 위대한 예술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고 했던가! 하지만 피클 깡통을 놓치지 않으려는 주인공의 모습은 예술이라는 것이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본능인 식의 본능을 초월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예술가로서 자존심 있는 또는 도인적인 모습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허기에 지친 굶주리고 나약한 인간에게는 선반위를 굴러다니는 피클 깡통만도 못한 것이 예술임을 이 영화가 관객에게 의도한바와는 다르겠지만 나만의 시각으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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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2002, The Pia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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