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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골 때리는 코미디 영화.. 남자사용설명서
ldk209 2013-02-21 오후 4:59:31 959   [0]

 

한마디로 골 때리는 코미디 영화.. ★★★☆

 

5년째 CF 조감독으로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지만, 인정은 받지 못하고, 자신의 꿈조차 잃어가고 있는 최보나(이시영)는 잠깐 잠이 들었다가 혼자 남겨진 해변가에서 자신을 닥터 스왈스키(박영규)라 부르는 한 남자로부터 ‘남자사용설명서’라는 비디오 세트와 ‘왈도를 찾아라’ 책 한 권을 무려 50만원에 구입하게 된다. 처음엔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한 최보나는 직장에서 일이 꼬이자 속는 셈 치고 비디오의 지침을 따라 해보기로 한다. 그러자 닥터 스왈스키의 장담대로 그녀의 일은 술술 풀리기 시작하고, 심지어 한류스타인 이승재(오정세)와도 애정관계로 엮이게 된다.

 

<남자사용설명서>는 남자들만 득시글거리는 직장에서 여성이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얘기하는 일종의 처세술 영화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처세 관련한 책을 읽어 본 적도, 읽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으며, 심지어 이시영이 약간 비호감이었던(이유는 딱히 없다) 나로선 <남자사용설명서>라는 영화를 볼 이유(?)가 전혀 없었다. 시사회 직후의 쏟아진 호평에 ‘어라 의외네’ ‘이런 제목의 영화가 재밌을 리가 없는데’ ‘한 번 볼까’ 아무튼 이렇게 해서 보게 된 영화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남자사용설명서>는 한마디로 골 때리고, 한국에선 보기 드문,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코미디 영화다.

 

영화엔 직장에 근무하는 여성으로서 겪는 현실적 어려움들이 그득하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떨어지는 외모와 최소한 꾸미지 않는 여성은 밀려나기 일쑤고, 여성은 그저 직장의 꽃 정도의 역할만을 강요받는다. 여성이 성공할 경우 그 이유를 당사자의 능력보다는 남자친구의 능력에서 찾는 것도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사실 영화 속 비디오가 얘기하는 여성으로서 성공하기 위한 방법은 남자들이 원하는 꽃으로서의 여성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이를 오독할 사람은 없겠지만, 영화에서 이를 강조하는 건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비판하는 세태풍자로서의 비꼼이다.

 

영화의 내용이 아닌 형식으로 봤을 때, 일단 느껴지는 건 일본 코미디 영화의 영향인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과 같은 영화들이 떠올려지는 지점들이 있다. 유치할 정도로 과도한 원색과 작정하고 시도하는 치키적이고 아스트랄한 설정들, 판타지한 장면들이 그러하다. 한국 코미디 영화의 초반 유머-후반 감동이라는 도식(!)을 탈피한 것도 좋다. 초반에 비해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 평이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진지한 장면에서조차 끊임없이 시도되는 코미디는 그 자체로 대단한 뚝심이라 평가해줄만하다.(이시영이 눈물을 흘리며 힘들어 하고 있는 상황과 밖에서 계속 “잤냐?”를 궁금해 하는 찌질한 오정세의 대비)

 

조금 아쉽다면 코미디와 로맨스의 질감 차이인데, 영화의 긍정적 부분은 대게 코미디가 끌고 나가고, 로맨스 부분이 좀 애매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차라리 로맨스보다는 직장 생활에서의 좌충우돌을 중심으로 끌고 나갔다면 어땠을까 싶기는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간만에 포복절도하며 본 충분히 재밌는 코미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 코미디 영화에서는 연기가 과잉되기 쉬운데, 이 영화에서의 배우들 연기는 과잉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코미디로서의 재미를 준다. 그건 기본적인 캐릭터와 에피소드, 연출의 힘에 근거한다.

 

※ 이시영이 대단히 매력적인 배우라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 앞으로 최소한 비호감은 아닐 것이다.

 

※ 코미디는 취향을 많이 타는 장르라 나는 재밌게 봤지만, 다른 사람도 모두 그러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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