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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을 지치게 할 공포 파라노말 액티비티
jimmani 2009-10-18 오전 3:21:00 4010   [1]
 
흔히 영화제마다 기대하는 방식의 작품들이 있다. 가령,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잘 만들어진 아시아 예술영화를 만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선 잘 만들어진 장르영화를 만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런데 이 기대감이 살짝 어긋나는 순간이 있다. 내가 올해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런 경험을 했다. 잘 빠진 예술영화를 만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정말 잘 빠진 장르영화를 만난 것이다. 이것은 기대가 어긋난 결과이긴 하되, 너무나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 온 큰 수확이라 배신감이라기보다는 예상치 못한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영화의 제목은 <파라노말 액티비티>이다. 사실 인터넷 예매 시작 당시 이 영화는 나에게 1순위가 아니었고, 결국 여러 기대작의 예매를 실패한 뒤 고르고 골라보다 차차선책 정도로 고르게 된 영화다. (지금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그 때는 미국에서 개봉도 하기 전이라 내가 접한 정보는 영화제 홈페이지에 나온 줄거리 정도였다.) 그런데, 난 지금 그렇게 된 것이 너무나 다행스럽다. 그 덕분에 이 영화를 만났으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최소한 근래 10년 간 내가 본 가장 무서운 공포영화다. 난 지금 이 어마어마한 공포영화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난 사람 중 하나라는 사실이 너무나 뿌듯하다.
 
평범한 젊은 중산층 부부 미카(미카 슬로앳)와 케이티(케이티 피더스턴)가 역시나 평범한 집으로 이사를 와 새출발을 맞이한다. 그러나 그들에겐 한 가지 고민이 있다. 그것은 케이티가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주변에 마치 귀신이 붙어다니는 것 같은 이상한 현상을 겪는 것이다. 걱정된 미카는 집안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기로 한다. 낮에는 시종일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미카의 심리상태를 관찰하고, 밤에는 안방에 카메라를 설치해 간밤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살핀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이상한 현상이 하나둘씩 발생한다. 부부는 더욱 더 면밀한 조사에 착수하지만, 그것이 잘못이었을까. 그들이 앞으로 겪게 될 공포체험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10년 전 <블레어 위치>가 표방했던 '모큐멘터리'(모방기록영화)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촬영기법과 같은 기술적 측면만 그런 게 아니라 전반적인 구조가 모두 다큐멘터리인 척 하고 있다. 나야 사전에 알고 봤지만, 정말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이것을 실제 있었던 사건을 기록한 비디오인 줄 착각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시작부터 '이 비디오를 제공해주신 해당 경찰서에게 파라마운트 영화사는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는 식의 사전공지를 시치미 뚝 떼고 띄우니까. 뿐만이 아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부부의 이름도 실제 배우의 이름을 쓰는 등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블레어 위치>가 활용해 대박을 터뜨렸던 '최대한 실제상황인 척 하기' 기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활용은 다행히도 공포영화에 비교적 무덤덤한 나같은 관객도 벌벌 떨게 할 만큼의 파괴력을 가져왔다.
 
<블레어 위치>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사실 <블레어 위치>는 영화 자체도 그렇지만 영화 개봉 전부터 이 이야기에 대한 여러 일화들을 마치 실제 있었던 일인 양 인터넷을 통해 퍼뜨림으로 인한 효과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컸다. 그러한 일화들이 사전에 공포감을 조성했고, 그 축적된 공포감이 영화를 통해서 폭발하면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오로지 영화의 힘만으로도 관객들을 사정없이 질리게 만든다. 배경 이야기를 굳이 알지 않아도, 90분 남짓한 영화 속 이야기만 따라가도 공포감은 충분히 관객들에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완성도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소재 면에서도 <블레어 위치>는 어느 숲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소재로 삼아 공간적 특수성이 부각된 반면,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집에서 벌어지는 기현상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호소력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흔히 TV나 인터넷을 통해 접하게 되는 '심령영상'이라는 소재에 대한 대중의 보편적인 호기심을 절묘하게 활용하면서 말이다.
 
제목이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라는 뜻을 품고 있듯이, 이 영화는 수많은 매체를 통해 접해 온 기이한 심령현상에서 출발한다. 이 심령현상이라는 게, 매체를 통해 알려진 바로는 특정한 순간에 눈에 띄게 벌어진다기보다 알게 모르게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지라, 영화 또한 이러한 특성에 맞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낮에는 주인공들이 주로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그들의 심리 상태를 조명하는 반면, 관객들을 진정 놀라게 할 기현상들은 주인공들이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새벽 시간에 벌어진다. 처음에는 '이게 다야?' 싶을 정도로 별것 아니던 현상이 일어나지만, 날이 갈 수록 그 강도는 점차 세지면서, 관객들은 불안감과 공포감은 갈수록 높아진다. 실제로 내가 상영관 내에서 이 영화를 볼 때, 러닝타임이 흐르면 흐를수록 영화 속에서 새벽 시간이 등장할 때 관객들이 내는 탄식의 소리(또 공포를 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오는 탄식)도 점차 커졌다.
 
 
이렇게 관객들의 긴장감을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는 기교도 만만치 않은데, 공포를 일으키는 결정적 장면들에서 보여주는 기술은 더욱 더 만만치 않다. 인공조명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데, 이것은 관객들에게 주인공들이 느낄 밤의 답답함과 불안감을 그대로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효과는 밤동안 방에서 일어나는 기현상을 비추는 장면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유달리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은, 무서운 것이라곤 그저 어둠 뿐인 방 안에서 너무 과장되지도 않고 순간적으로 관객의 뒤통수를 쿡! 하고 찌른 듯 일시적으로 등장하는 기현상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관객들의 심장을 들었다 놓는다. 그리고 기현상의 파괴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커지고 점점 오래간다. 더불어 인상적인 것은, 영화가 촬영수단의 특징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안을 비추는 카메라는 사람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특정 장소에 설치되어 있어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데, 그것은 기현상이 벌어지는 순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설사 기현상이 카메라의 시야를 벗어나도, 카메라는 무리해서 그것을 쫓아가지 않는다. 그저 소리만 들릴 뿐이고, 빛만 비칠 뿐이다. 이렇게 촬영수단의 특성을 고려한 일종의 '공포의 원근감'은 영화의 사실감을 더한다.
 
일반적인 공포물은 인상적인 오프닝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감에 초반에 가장 강력한 장면을 보여주고 갈수록 공포영화로서의 힘을 잃는 경우가 많지만, 이 영화는 그 반대다. 공포의 강도가 시작에서부터 꾸준히 상승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무서운 순간,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것은 일반적인 공포영화가 결말에 마치 속편을 예고하듯 보너스처럼 던지는 장면들과는 다르다. 클라이맥스가 폭발한 바로 그 순간 끝을 맺기 때문에 관객은 그 순간 잠시 깜짝 놀라는 게 아니라 꽤 오랜 시간 공포의 잔상 속에서 멍한 기분을 간직하게 된다. 공포의 효과를 영화 안에서 그치게 하는 게 아니라 영화가 끝난 뒤에까지 그 영향력을 이어가는 것도 이 영화가 노련한 공포영화임을 깨닫게 하는 부분이다.
 
이 영화를 부산영화제에서 볼 당시에 상영이 끝난 후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니, 반응이 꾸준히 좋게 이어진다면 정식으로 극장 개봉을 할 가능성이 꽤 높다. 사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보고 나서 나 혼자 인상적이었다고 품어버리고 끝나기엔 그 파괴력이 예상을 넘어선다. 원인도 알 수 없고, 예고 따위는 하지 않는 공포의 순간들이 마음을 놓았다 싶으면 덮치고, 이제 그만 하겠지 싶으면 또 덮친다. 그 공포가 너무나 가차없어서, 마음 약한 분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무서워 지칠 수도 있다. 그만큼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근래 본 공포영화 중 가장 인정사정없다. 만약 당신이 이 영화를 보고 질린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것은 아마도 식상해서 질리는 게 아니라 너무나 무서워서 질리는 것일 거다. 너무나 무섭게 오랜 시간 돌고 돌아서, 이제는 제발 내려달라고 사정하고 싶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영화다. 그만큼 무섭다. 정말,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총 2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20 17:38
mtlee70
어제 시사회장에서 녹초됨...완전 10초를 위해 1시간 29분 50초 지루함을 인내하고 견딜수 있는 사람만 보시고, 보고 나서 절대로 돈 아까워 하지 말것, 그런 분들만 보시고 나머지 분들은 다른 영화보세요,, 이제까지 영화중 가장 재미없는 영화, 다른 어떤 영화를 골라보더라도 이 영화보다는 재미있을듯   
2010-01-12 16:41
realkor100
잘읽고갑니다.   
2010-01-08 16:02
kimshbb
인내가 필요한가요   
2010-01-04 18:27
iamjina2000
용케 이런 영화에 장문의 평을 다셨군요. 존경합니다.   
2009-12-14 09:20
ekduds92
잘읽었어여~   
2009-12-08 20:06
kyi1978
ㄳ   
2009-11-09 16:53
lofolo
jimmani님 올려주시는 리뷰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평이 좋네여~저는 좀 별로였는데, 역쉬 개인차가 큰 작품인듯~   
2009-11-03 03:05
medi7
재미있을 거 같군요~   
2009-11-02 02:55
snc1228y
잘봤습니다.   
2009-10-18 20:12
actionguy
빨리 내리고싶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롤러코스터 같은 공포라..
기대되네요...ㄷㄷ
웹에 떠도는 섬뜩한 심령영상이나 심령사진 같은 호러라고 알고있는데
꼭 극장에서 보고싶네요....
잘 읽었습니다 ㅋㅋ   
2009-10-1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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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말 액티비티(2009, Paranormal Acti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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