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사실주의 오페라의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꼽히는
푸치니의 오페라 중 <라보엠> 을 모티브로 하여 연출된 브로드웨이
뮤지컬 <렌트> 를 영화화한 작품인 만큼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시각을
가지고 본 영화다. 뮤지컬을 접한지 긴 세월을 보내진 않았지만
적어도 뮤지컬을 영화화했던 영화들과 실황으로 보는 뮤지컬의 공간적
인감각과 시각적인 차이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성공적인 흥행성적을
거두고 영화로서의 매력을 보여주었던 <물랑루즈> , <시카고> 를 비롯해
흥행에 실패했지만 영화화 되었던 <오페라의 유령> 등 뮤지컬 영화의
전작들은 뮤지컬에서만 보던 느낌을 다른 방식으로 전달해주는 색다른
비전을 제시해 왔다. 사족의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라보엠> 또한 앙리
뮈르제르의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을 바탕으로 시나리오가 쓰여졌던
오페라이다. 그 속에서 원작이 주관적인 시각으로 의해 사실상 수많은
변천을 겪는 다는 것을 언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건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이 원작에 항상 비교의 시선을 둔다는 점이 상당히 안따깝게
느껴져서 그렇게 보인다. 물론 원작과의 현격한 차이는 원작을 접했던
이들에게 상당히 변질적인 의미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런 시각으로
한 영화를, 하나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뮤지컬과 영화는 엄격히 다른 장르, 그리고 다른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무대와 조명, 그리고 배우들의 몸짓과 목소리만으로도
생동감있는 감정이입과 열광적인 무대매너를 느낄수 있는 것이 뮤지컬의
매력적인 요소라고 한다면 영화에서 보여주는 장점은 바로 감독의 시각을
따라가고 있지만 좀 더 폭 넓은 공간 활용과 다양한 아이템의 활용, 그리고
제한적인 공간의 제약없이 자유로운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렌트> 역시 시각적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원작인
뮤지컬에 비교한다고 하지만 그건 솔직히 그런 색안경을 끼고 봐서이다.
영화의 중요한 요소를 생각한다면 그런 말은 접어두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틀을 가지고 만들어지는 영화는 없다. 감독의 생각과 관찰, 체험, 상상에
의해 표현되어지고 재창조되는 것이 영화라는 말이다. 뮤지컬 공연이 항상
각광받는 것도 아니다. 뮤지컬과 영화의 결정적인 차이는 실황공연인 뮤지컬에서
한 순간의 실수로 망친 공연의 다음 공연으로 더 열광적인 분위기로 이끌어낼수
평가방식을 이끌어 낼수 있지만, 영화는 감상평점과 분위기에 의해 한순간에
기울어져 버린다. 영화는 영화, 뮤지컬은 뮤지컬이다. 이런 부분을 언급하는
것은 나는 영화 <렌트> 에서 뮤지컬에서 느낄수 없었던 공간적인 제약에서
벗어나는 색다른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한정된 무대가 아닌 소품이 아닌
실제의 다양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원조 초연 뮤지컬 배우들과 새롭게 합류한
인물들의 제한없는 표현 방식이 참으로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인공적인
조명효과없이 배우들의 노래속에 포함된 사랑과 이별, 만남, 분노, 에이즈,
동성연애, 가난함, 마약등 뉴욕 시내의 가난한 예술의 혼들을 가진 보헤미안
들이 쏟아내는 메시지들이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한번 깊숙하게 함몰되어
빠질수 있는 매력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마크, 미미, 로저, 조엔, 톰,
엔젤, 벤자민등 그들이 전하는 가난함과 공존하는 뉴욕시내의 어두운 부분들과
그속에서 피워나가는 아름다운 사랑의 느낌들을 젊은 영혼들의 이야기를
뮤지컬적인 요소를 잘 살려 표현해 낸듯 하다. 물론 중간 중간 어긋나 보이거나
너무 쉽게 흘려버리듯 넘어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영화로서 보기에 부족함없는
그런 시사성있는 뮤지컬 영화로서 만족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