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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은 통한다. 굿모닝, 나잇
ldk209 2006-12-17 오후 3:22:00 1016   [19]
 
[굿모닝, 나잇] 극과 극은 통한다.
 
이탈리아는 세계 기독교의 본산이다. 물론 성지는 이스라엘 또는 팔레스타인 지역이지만, 기독교가 세계 종교로 뻗어 나가게 된 것은 바로 로마에서 시작한다. 기독교와 공포/호러 영화, 기독교와 사회주의/공산주의는 그다지 좋은 조화로 보이지 않는데, 어쨌거나 이탈리아의 호러 영화는 스파게티 호러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세계 호러 영화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이탈리아 사회주의/공산주의도 주요한 이론들을 제시하며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어쩌면 종교가 장악하고 있는 보수적, 갑갑한 분위기에서의 탈출이 반기독교적 운동의 팽창을 가져왔다고 보이기도 한다.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은 바로 이탈리아의 대표적 좌파 감독으로 영국에 켄 로치가 있다면 이탈리아엔 마르코 벨로키오가 있다고 할 만한 명성을 누리고 있다.
 
우리에게 [마지막 황제]로 너무 유명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와 함께 이탈리아 좌파 영화를 이끌어온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는 [마지막 황제]부터 정치적 테마로부터 한발짝 벗어나기 시작한다). [굿모닝 나잇]은 2003년 제작된 영화로 실제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70년대 테러리즘의 대표적 사건인 알도 모로 전 수상의 납치 및 살해에 관한 이야기다.
 
이 사건은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잊고 싶어하는 사건이라고 하는데, 알도 모로 수상은 기독교 민주당 리더로서 대표적 우파 정치인이지만, 이탈리아 공산당과의 연정을 성사시켜 좌파를 체제 내로 수렴한 노련한 정치인이었다. 그래서 좌우파를 가리지 않고 존경과 의심의 대상이 된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극좌파 '붉은 여단'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이 더욱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키이라를 포함한 4명(3명의 남성과 1명의 여성)으로 구성된 붉은 여단 행동대원은 한 아파트를 빌려 내부를 개조한 후 알도 모로 전 수상을 습격, 5명의 경호원을 죽인 뒤 아파트로 알도 모로 전 수상을 납치해오는데 성공한다. 이들은 알도 모로 수상을 이용, 감옥에 있는 붉은 여단 관계자의 석방을 요구하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그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 이들은 두 달 동안 알도 모로 수상을 감금한 채 정치권, 교황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러 곳에 편지를 보내게 하지만, 끝내 노동자계급에 대한 배반의 책임을 물어 알도 모로 전 수상을 살해한다.
 
이들은 납치에 성공하자 마자 TV를 통한 반응이 모두 부정적이라는 사실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다. 심지어 좌파의 여러 정당과 단체들도 자신들에게 비판을 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도 지지 성명 하나 나오지 않는 상황에 대한 조바심이 나타난다. 이것은 이들이 스스로의 신념에 갇혀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사실상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이런 부분이라고 보이는데, 이를테면, 키이라가 직장에서 돌아오자 동료들은 외부의 실제 반응을 물어본다. 사람들이 자신들을 '살인자'라고 비난한다고 하자, 그것이 일부의 여론인냥 묵과하자만 엘레베이터에 붉은 별 하나(붉은 여단의 상징)가 그려졌다는 얘기에는 혁명의 기운이 번져나가는 상징이라며 환호한다.
 
윗집 여인이 빨래를 널다 실수로 이불이 정원에 떨어져 찾으러 오자, 일부러 온 것 아닌지 의심하는 등 밀실에 갇힌 이들은 모든 것을 의심한다. 소통의 부재는 이들의 잘못된 신념을 점점 더 굳어지게 만든다. 그나마 직장 생활을 통해 외부인과 소통하는 키이라와 키이라의 남편역할을 하며, 역시 부분적이지만 외부인과 소통이 가능(여자 친구의 가족들도 좌파지만 이들의 행위를 비난한다)한 두 명은 알도 모로 전 수상의 처형을 반대하는 반면, 외부와의 소통이 완전 차단된 2명(그 중 한 명이 팀의 리더)이 처형을 주도하는 장면은 소통의 부재가 가져오는 문제를 확실히 보여준다.
 
한편, 키아라와 남편 역의 두 대원은 계속 반지를 뺐다, 끼웠다는 반복한다. 문 앞에 반지통까지 만들어 놓고. 아파트에 다른 사람이 찾아오면 끼우고, 밖에 나갈 때도 끼우고 한다. 굳이 저렇게까지 안 하고 그냥 끼고 있는게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계속 보다보니, 갇혀 있는 이들의 강박증을 보여주는 의도로 집어 넣은 건 아닌가 싶다.
 
키이라는 알도 모로 전 수상을 납치한 순간부터 과거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한 환영을 본다. 파시스트에 의해 죽은 아버지, 그리고 붉은 여단에 의해 죽음을 맞을 알도 모로의 이미지가 겹치면서 자신들의 신념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행위에 대한 회의는 커져만 간다. 이런 환영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Pink Floyd의 'Shine On You Crazy Diamond'와 'Great Gig In The Sky'는 키이라의 전율을 너무 실감나게 전달하는 매개로 작용한다. (정신적 혼란을 표현하는데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은 너무 적합하다) 키이라는 살아 돌아가는 알도 모로의 환영을 마지막으로 보면서 편하게 잠을 잔다.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은 시종일관 잘못된 신념이 소통 부재로 인해 점점 굳어지는 과정을 그리며 붉은 여단의 행위를 비판한다. 그러나 거기에서 그냥 그쳤다면 이탈리아가 내세우는 대표적 좌파 감독이라고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감독은 붉은 여단 4명의 대원들에게 인간으로서의 감성을 불어 넣고 있다. 애인이 보고 싶어 울며 휴가를 보내 달라고 애원하는 대원(전 수상까지 납치한 혁명분자가 뭐 이래?), 카나리아 한 마리 때문에 남들 눈에 띌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원을 뒤지는 대원. 팀 리더 역시 알도 모로 전 수상의 처형 결정에 키이라가 반발하자 땀을 흘리며 상부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슬쩍 발을 뺀다(책임 회피라기보다는 인간적 고뇌로 보인다).
 
켄 로치의 [랜드 앤 프리덤]이나 마르코 벨로키오의 [굿모닝, 나잇]은 모두 좌파가 감추고 싶어하는 진실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화적 위대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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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k209
소재는 풍부한 한국.. 왜 이런 괜찮은 정치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2007-04-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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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나잇(2003, Good Morning, Night / Buongiorno, No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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