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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워서 비극적인 그녀의 삶 로사리오
kharismania 2006-11-11 오전 2:34:07 790   [2]
아름답다는 것은 축복임과 동시에 저주일지도 모른다. 꽃이 꺾이는것은 그 아름다움 때문이다. 아름다운 것은 소유욕을 잉태한다. 수컷이 아름다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것 역시 그 소유욕으로부터 기인한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의 무대가 되는 트로이 전쟁 역시 헬레나라는 여성때문 아니었던가. -물론 사학자들은 고증을 통해 헬레나는 단지 문학적 허구에 가까우며 사실은 무역분쟁의 원인에 무게를 두지만-

 

 열기로 가득찬 클럽의 군중속에서 서로의 몸을 맞닿은 채 춤을 추는 남녀. 그리고 그 환락의 순간에 비명같은 총성이 울려퍼지고 영화는 제목을 드러내며 관객을 스크린으로 떠밀어간다.

 

 에너지 넘치는 남미의 정서. 육감적인 기운을 뿜어내면서도 석연찮아 보이는 연민이 묻어나는 곳. 환희의 강렬함 뒤에 맺힌 눈물의 열악함이 공존하는 그곳의 정서는 우리에게는 지극히 낯선 이국적 풍경이다. 그리고 그 낯선 풍경을 바라보는 작업은 난해할법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충격이 되기도 한다.

 

 영화는 시간을 역배열하고 부분적인 재배치를 꾀하며 관객에게 평이한 관람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물론 사나울 정도로 관객을 유린하진 않는다. 다만 이어져나가는 플롯의 흐름을 따라가야만 이야기의 정리는 가능하다. 시간의 배치는 이 영화가 취하는 전략이다. 이유가 거세한 결말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관객의 시선을 끌어모으기 위한 일종의 수단적 태도라는 것.

 

 온몸이 피칠갑이 된 여인이 한남자의 품에 안겨 병원으로 들어온다. 그녀의 이름은 로사리오(프로라 마르티네즈 역).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듯한 그녀를 침대에 누이며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그녀를 안고 뛰어들어온 남자는 그녀에게 살 수 있다고 되뇌인다. 그 남자의 이름은 안토니오(유나 유가데 역). 그 남자와 그 여자. 과연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일단 이 영화는 제목 그 자체가 영화의 주인공 캐릭터를 대변한다. 영화의 기원이 된 원작소설과 동명의 제목인 원제 로사리오 티에라스(Rosario Tijeras)는 결국 영화가 로사리오라는 인물 그 자체를 형상화한다는 것을 대변한다. 한 여성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방점은 무엇인가.

 

 그녀는 아무래도 평범한 여성과는 거리가 멀다. 매혹적인 육체적 아름다움으로부터 뿜어져나오는 팜므 파탈적인 성향의 기운만으로도 그런 예감은 과녁에 꽂히는 것만 같다. 마치 가시를 무수히 단 장미꽃처럼 아름다운 그녀는 위험한 살기를 돋는다. 물론 그녀가 표적으로 향하는 대상에게만 말이다. 간직한 비밀만큼이나 그녀의 사연역시 장황하고 기구하다.

 

 수많은 남성편력을 자랑하지만 그것은 결국 실속없는 애정의 산물일 따름이다. 타인에게 지녀야 하는 수많은 비밀이 그녀를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안으로 밀어넣는 것처럼 베일에 가린 그녀의 삶은 외로움의 그늘을 가린 진한 화장과도 같다. 그리고 그녀의 평범하지 않은 삶은 남근주의적인 학대와 상통되고 뿌리깊게 박힌 상처로부터 이어진 뫼비우스의 띠같은 아픔의 통증이 거친 질감의 정서를 타고 관객을 휘벼파는 듯 하다.

 

 소돔과 고모라를 연상시키듯 무질서가 난무하는 콜롬비아의 매델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는 그 악랄함이 지배하는 듯한 범죄의 도시에서 무질서 속의 질서를 향유하는 이들의 모습을 투박하고 거칠게 잡아낸다. 총성이 울리고 죽음이 예감되는 도시의 거리에는 생생한 살육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배어든다.

 

 유년시절의 상처로 어그러지는 한 여자의 일생은 결국 시작부터 예고했던 비극으로 내달린다. 자신의 망가진 삶으로부터 구원을 얻기위해 방아쇠를 잡던 여자의 손은 결국 피로 얼룩진채 그 뜨거운 열기를 식힌다. 마치 밤거리의 허황된 네온사인의 불빛처럼 덧없이 아름답던 그녀의 육체도 환락적인 소멸을 맞이한다. 거품같은 동침만의 반복속에서 진실된 사랑을 갈구하던 그녀가 자신의 사랑을 품에 안으려는 순간 거짓같던 비밀로 가득 차 있던 그녀의 인생은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선다. 

 

 스페인을 비롯한 히스패닉 계열의 국가에서 극찬을 받으며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한 이 영화의 정서가 우리에게 쉽게 다가서는 것은 아닐지라도 한번쯤 음미해볼만한 가치는 녹록해보인다. 낯설게 들리는 스패니쉬 발음으로 연기하는 배우들의 색다른 모습도 색다른 영화의 정경도 무엇보다도 접하기 힘든 이국의 정서도 모두 하나같이 색다른 경험의 묘미로 작용될만한 작품이다.

 

 한 여성의 비극적 삶이 대변하는 것은 영화속 배경이 되는 남미의 여성적 인권을 대변한다. 남성에 비해 대우받지 못하는 여성의 존엄성은 한여성을 어려서부터 낯선 남성에게 받은 혐오스러운 기억의 상처를 짊어지고 살아가게 한다. 그리고 그런 삶속에서 달려나가는 듯하지만 실상 헤매고 떠도는 여성의 영혼은 영화의 불안한 긴장감과 더불어 서글픈 아련함을 불러들인다. 그리고 그 끝에는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이 존재한다. 결코 아름다운 인생을 살 수 없었던 여성의 사연이 먹먹한 아픔만을 남긴채 조용히 영화는 숨을 거둔다. 로사리오와 함께 그렇게 조용히 숨을 거둔다. 비극으로 점철되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한탄할 틈도 없이.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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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리오(2005, Rosario Tijer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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