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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악령보다 무서운 건 소외감이다 레퀴엠
tmdgns1223 2006-10-14 오후 3:13:58 1122   [5]


*스포일러 있습니다.

*본 영화는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관람하였습니다.

"엑소시스트"를 필두로 하여, 엑소시즘에 관한 소재를 다룬 영화가 많아졌다. 이런 엑소시즘을 소재로 다루는 영화는 보통 악령의 무서움을 내새운 공포영화가 주류를 이루고, 신은 과연 존재하는 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은 제쳐두고 단순히 악령에 사로잡힌 사람과 그 악마를 퇴치하기 위한 사람들의 투쟁이 엑소시즘을 소재로 하는 영화의 주요 패턴이다. 그러나 독일 영화 "레퀴엠"은 이런 공포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엑소시즘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공포스럽다기 보다 우울하고, 영화의 컬러도 어두운 색 혹은 실루엣으로 일관되어 있다. 간질이라고 믿고 있던 주인공이 학생 때에 아파서 1년동안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로 인해 미카엘은 소외감을 느끼게 되고, 어머니마저 그런 딸을 탐탁치않게 본다. 아버지가 미카엘의 조력자로 등장하지만, 결국 미카엘의 본질적인 고통은 배제한 체, 물질적이고 외부적인 사랑만을 주기 때문에, 미카엘이 애정결핍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미카엘은 자신의 동창에게 먼저 말을 걸고, 그녀와 같이 붙어다니면서, 남자친구에게 "계속 나를 지켜달라"라는 말을 하고는 그 애정은 점점 집착으로 까지 변해가는 과정은 어느 공포영화보다 더 공포스러웠다.

특별한 효과음이나 섬뜩한 음악도 없지만 이 영화에서 악령이 미카엘을 고통스럽게 하는 부분은 충분히 공감을 얻을 만 했다. 이는 산드라 휠러의 훌륭한 연기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녀는 이 영화로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런 특수 효과들 없이 단순히 연기만으로 관객들에게 엑소시즘의 공포를 보여주었다는 면에서 정말 대단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 미카엘이 부엌에서 광기를 부리는 장면은 실로 압권이었다고 생각된다.

미카엘의 가족과 신부들은 의견을 차이를 보이면서 미카엘에게 계속 병원에 가라고 설득하고, 그녀의 친구도 병원에 가보라고 권하는 장면도 인상깊었다. 이는 미카엘의 심리적인 혼란이나 고통을 들어주지 않고 "약만 먹으면 낳는다"라는 현대인들이 쉽게 가지는 오류를 잘 보여준 장면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미카엘이 신부에게 자신이 악마때문에 고통을 받고있다고 하소연을 해도 믿지 않는 신부의 모습과 "예수님은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시험한다"고 말하는 신부의 모습을 통해 기독교인을 은근히 비판하고 있다고도 보여진다. 예수님은 잘못이 없고, 그 악마에게 고통을 받는 피해자만 잘못이 있다고 말하면서, "수는 언제나 전지전능하고 심판자라서 악마가 씌워진 것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야 된다"라고 말하는 일부 카톨릭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간접적으로 보여 준 것 같다.

영화의 마지막에 자신의 동창과 산책을 하는 미카엘의 모습으로 영화가 끝나고, 자막으로 "미카엘은 계속되는 엑소시즘으로 몸이 쇠약해져 결국 죽었다"라는 자막이 나온다. 결국 미카엘은 치료를 받다가 죽은 것이다. 가족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대응했더라면 미카엘은 죽었을까? 자신의 친구나 남자친구가 단순히 간질로만 인식하지 않고 상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 미카엘은 죽었을까?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주변인물이 전부 자기를 미쳤다고 생각하여 미카엘 또한 이런 치료를 받길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주인공을 소외했기 때문에 미카엘은 목숨을 잃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또, 보통 헐리우드 영화라면 주인공이 죽는 모습까지 보여주었을텐데, 이걸 그냥 자막으로 처리한 감독의 배짱도 놀라웠다.)

또한 촬영도 매우 인상깊었다. 극단적인 클로즈 업을 빈번하게 사용하면서, 효과음이나 빠른 편집 없이도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거의 모든 장면에서 헨드헬드를 사용하면서 불안에 떠는 주인공의 모습을 잘 잡아냈다고 생각한다. 헨드헬드나 극단적인 클로즈 업 외에도 멋진 카메라 워크나 위치선정을 통해 영화의 분위기와 주인공의 심리를 잘 표현해낸 촬영이 정말로 인상 깊었다.

단순히 엑소시즘을 소재로 했다고 해서, 엑소시스트나 에밀리 오브 엑소시즘과 같은 헐리우드 영화와 비교를 하면 지루할 것은 거의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엑소시즘은 단순히 소재일 뿐이다. 같은 소재를 사용하여 만든 "아마겟돈"과 "딥 임팩트"가 전혀 다른 영화처럼 보이는 것처럼, 이 영화도 소재만 엑소시즘이지, 헐리웃 영화와는 전혀 다르다. (아 물론, 이 영화가 관객을 확 잡을만한 임팩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영화내에서 큰 사건이나 멋진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좋다"라고 말하기 보다 "잘 만들었다"라고 표현해야 하는게 맞을 거 같다)

유의사항 - 엑소시즘을 소재로 했다고 해서, 악령에 길들여진(?) 주인공의 모습을 바라시진 마세요

비슷한 영화 - 엑소시스트(소재만!)

이 장면만은 - 영화의 후반부. 악령에 씌여진 미카엘이 집 부엌에서 광기를 부리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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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2006, Requ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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