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男子 광식...
대학 졸업 학년에 그녀를 처음 보았다.
윤경...
나는 그녀를 좋아했지만 말을 붙이지 못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MT에서도 수줍게 기타를 들고 프로포즈를 하려고 하니 딴 녀석이 먼저 선수친다.
나는 그날도 사랑을 위해 양보해야만 하는 평화 유지군이 되어 버렸다.
아뿔사... 내 사랑은 그렇게 끝나나 싶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진사가 되었다.
같은과 동기 녀석이 결혼을 하게 되어 결혼식장 사진을 찍으려던 날 윤경을 다시 보았다.
그 수줍음 어디 가겠는가?
이번에는 그 몇 년전 처럼 거리에 식물에 물주는 행위는 하지 않으련다.
소변 볼 때마다 생각나던 그녀... 하지만 이번에도 그녀에게 생뚱맞은 한마디만 남기고 떠난다.
"메... 리 크리스마스!..."
내 수제자 일웅이 윤경에게 접근한다.
이 놈... 전화번호 알려달라는 건지 노래방에서는 지누션의 '전화번호'만 불러대는 그 녀석...
윤경앞에서 드디어 노래를 부르는 순간...
그 男子 광태...
나는 형과 같이 가게를 돌본다.
물론 좁은 비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형은 사진관, 나는 비디오 가게를 운영한다.
얼마전에도 나에게 바람맞은 그녀가 가게에 돌을 던지고 간다.
뭐... 하루 이틀 그러는 것도 아니고...
하여튼 '메멘토'에 나오는 그 주인공처럼 난 술만 먹으면 필름이 끊긴다.
그냥 생각없이 나간 마라톤 대회...
한눈에 반해 침까지 질질 흘리던 그녀,,,
경재는 오래된 책을 재본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녀에게 마라톤은 취미이고 이제 나랑은 취미가 아닌 생활의 한 부분으로 그녀는 함께 해야한다.
어느 날 궁금해서 그녀에게 내가 몇 번째냐고 물었다.
농구팀이니, 축구팀이니?
뭐라고?? 그 사이...
괜한 걸 물어본 내가 바보이다.
술에 헬렐레 된 상태에서 형의 첫사랑 윤경을 보았고 윤경은 형에게 초콜릿 바구니를 선물했다.
하지만 필름이... 필름이...
내가 전달해준 사람은 일웅...
한편 경재가 나랑 그만 끝내자고 한다.
나를 고치는 것이 이제는 지겹단다.
그리고 추억도 없는 나와 무슨 연애냐고 이야기한다.
하긴... 그녀와 나는 모텔, 차, 모텔 그녀의 집, 모텔...
경재야... 다시 시작하면 안될까?
당신은 신이 공평하다고 느끼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여기 한 형제가 있다. 하지만 하나는 완전 사랑에 초보인 소심쟁이 형이고 또 하나는 능숙한 작업맨으로 보이지만 진실한 사랑은 하지못하는 동생이 여기 있다.
'YMCA 야구단'을 전작으로 내놓았던 김현석 감독이 신작을 들고 왔다.
각본과 연출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던 그이지만 흥행을 몰고오는 감독은 아닌 듯 싶었다.
어쩌면 그게 운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번에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남녀간의 사랑이야기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흔해빠진 스토이구나 하면서 거부반응을 일으킬 사람도 보일 것이다.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싱글즈'와 '연애의 목적'사이의 이야기라고 해도 괜찮을까 싶다.
개방적인 사랑관을 갖고 있는 동생과 반대로 소심한 형의 이야기인 이 작품은 얼핏 제목만 보고서는 '광식이의 동생 광태'의 이야기이구나(광태가 주인공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는데 '광식이와 그의 동생 광태의 이야기'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두 형제를 비교함으로써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우리에게 던져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그렇듯 나는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의 문제점과 장점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리뷰를 쓴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고나서 문제점을 생각해보려고 해도 문제점이 크게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영화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현실성 있게 그려진 이야기라는 점에서 괜찮은 로맨틱 코미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광식이와 광태가 대한민국 남성들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광식이와 광태는 소심남과 작업남으로 대표되는 사람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광식은 그녀 앞에서 사랑을 고백하려고 하지만 첫번째는 타이밍을 놓쳤으며, 두번째는 그 타이밍을 만남으로 이어보려고 했으나 만남이 좌절되고 그게 그를 마치 평화를 위해 교통정리를 하는 평화유지군처럼 비추어진 것이며, 또한 결정적으로 계속되는 라이벌을 현재에서도 잘 물리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생의 술이 문제였다.
윤경에게 항상 부르려다가 실패한 노래는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이다.
MT에서 실패한 이후 노래방에서 윤경앞에서 재도전하지만 역시 운이 작용하지 않아 실패한다.
그러나 못다한 그의 노래는 엉뚱한 곳에서 그 빛을 발휘한다.
반대로 광태는 마치 자신이 완벽한 남자라고 자신하지만 사실은 진정한 사랑을 느껴보지 못한 플레이 보이에 불과한 남자이다.
그러나 그러던 그가 항상 그랬던 것 처럼 경재에게 접근하고 그 접근이 집착이 되고 그 집착이 진실된 사랑으로 변해가면서 그의 인생에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형 광식이 광태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중에 순리에 따르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그 예가 재미있다. 바로 흔히 우리 앞에 마주치게 되는 투명한 유리문이다.
우리는 생각도 없이 그 문을 밀거나 혹은 당긴다. 광식이 알려주는 삶의 진리란 이 유리문에 붙어있는 문구를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며 그 문구대로 행하는 사람이 얼마냐되냐는 것인데 이는 운명을 자기방식대로 해석하는 것이 아닌 노력하고 자신에 분수에 맞게 살다 보면 저절로 모든 삶이 잘 풀린다는 사실은 아주 단순한 논리를 이야기한 것이다.
이 영화는 오프닝이 없다.
흔히 오프닝 타이틀이 나오고 나서야 영화가 진행되는 영화들과 달리 헐리웃의 일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앤딩 크레딧에 타이틀과 영화제목을 표기하는 방식을 여기서 쓰고 있다. 물론 이 방식은 결코 낯선 방식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이 독특한 이유는 뭘까?
같은 상황이지만 영화는 광식의 관점과 광태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물론 앞의 이야기들은 광식과 광태의 러브스토리가 중점이지만 일웅의 등장과 윤경과 광식과의 사랑이야기는 광식과 광태의 서로 다른 입장에서 영화가 진행된다. 그래서 소제목으로 광식의 이야기와 광태의 이야기가 따로 등장하고 비로써 이 영화의 제목인 '광식이 동생 광태'의 타이틀 제목이 쓰여지는 것이다. 그것도 영화의 중반에 타이틀 제목이 뜬다.
영화속 음악들도 예상을 깨는 음악들 투성이다.
광식의 아픔을 달래줄 때 마다 나오는 '나는 못난이'라는 곡은 소심한 자신을 자책하는 것처럼 들리며 앞에 이야기 했듯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은 윤경에게 바치는 일종의 세레나데이다. 광식의 이야기에서는 이렇게 오래된 명곡들이 그의 이야기를 대신하는 반면 광태의 이야기에서는 기존이 곡이 아닌 창작곡이나 편곡을 하여 새롭게 창조된 곡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광태가 경재를 찾으러 마라톤 경기장을 향해 가는 모습에서 나오는 '광식이 동생 광태'의 테마는 가사도 단순하면서 모두 흥겹게 따라부를 수 있는 곡이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광식이 결혼식장에 나타나는 장면이다.(누구의 결혼식인지는 한번 예상해 보길 바란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익숙한 음악이 아닌가? 맞다!
바로 수많은 마니아를 트렌치 코트의 유행을 예고했던 그 영화,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에서 나오던 곡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장국영이 부른 '당년정'(그 때 그 추억)을 떠오르기 쉬운데 아니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주윤발이 위조지폐에 폼나게 불을 붙어 담배를 피던 장면에 나오던 오프닝 테마곡이다. 그렇다고 광식이가 트렌치 코트(일명 바바리 코트)를 휘날리는 것도 아니고...
마지막으로 영화의 마지막인 엔딩 크레딧은 '삽질의 추억'이란 독특한 제목의 곡인데 지나친 삽질(?)의 후유증을 두 배우 김주혁과 봉태규가 직접 노래하고 있다. 이렇게 이 작품에는 과거와 현재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노래들이 포진되어 있다.
영화를 다 보신 당신(남성분들)에게 또 하나 묻고 싶다.
"정말로 당신에게 신이 불공평하다고 느껴지는가, 그리고 당신은 어느쪽에 더 가까운가? 광식? 혹은 광태?"
PS. 개인적으로 나는 이 영화의 시사회가 맘에 들었다.
아주 인상적인 기념품... 우리가 흔히 호치키스라고 불리우는 그것 스테이플러...
스테이플러 알을 10개들이 한 통씩 나눠주신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이 소품 매우 중요한 역활을 한다.(그건 비밀이고...)
다만 집에 이 스테이플러 알을 천개짜리 한 통을 구입한 사람이 있다면 절대 혼자 쓰지 말 것을 권한다. 치명적이다!
아울러 경재가 봤던 고전 영화에 대해 한마디... 감독의 안목에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
1954년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작품 '길'(La Strada)이 이 작품에 숨어있다.
하지만 이런 오래된 고전영화를 찾는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닌데 경재와 광태는 어떻게 이 영화를 찾았을까?
나도 보지도 못한 이 명작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