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링]이라는 충격적인 공포영화 한편으로 공포영화 마니아들을 확실하게 사로 잡았던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신작인 [검은물 밑에서]는 역시나 그 공포의 수준은 똑같이 유지하면서 [링]에 비해 뚜렷해진 메세지까지 전달하고 있다.작년 여름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처음 보고서 꽤나 만족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1년만에 다시 접한 [검은물 밑에서]는 일본 공포 영화의 미묘한 재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었다.[금은물 밑에서]는 언제나 일본 공포 영화의 대명사로 불리는 [링] 시리즈와 크게 다를바 없는 연출 구조와 공포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링]이 다소 난해한 화면과 메세지로 공포를 극대화 시켰다면 이번 영화는 그보다 한층 뚜렷해진 메세지로서 공포와 감동을 복합시켜 놓고 있었다.일본 공포 영화가 언제나 그렇듯이 [검은물 밑에서] 또한 소름끼치도록 충격적이고, 잔인한 장면 없이도 서서히 관객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오히려 보여지는 것보다 느껴지는 공포가 더 큰 영화인 것이다.공포영화 매니아라면, 또 국내에도 많은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팬들 이라면 크게 만족할 순 없지만, 실망은 주지 않을 깔끔한 공포를 보여준다.
이혼소송과 딸 의 양육문제로 급하게 새 집으로 이사하는 "요시미"와 딸 "이쿠코"는 겉으로 보기에도 음산하고,허름한 아파트로 오게 된다.여느 폐쇄공포영화가 그렇듯이 [검은물 밑에서] 또한 아파트라는 음산한 배경을 중심으로 관객들에게 공포를 준다.첫 방문부터 썩 내키진 않지만 딸의 양육을 위해서 어떻게든 일찍 안정적인 삶을 되찾아야 하기에 요시미는 이 아파트에 살게되고,그때부터 요시미와 딸 이쿠코 사이에는 기이하고도 공포스러운 상황들이 일어난다.언제부턴가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과 머리카락이 섞여 나오는 물,윗층에서 들려 오는 아이의 뛰는 소리,그리고 괜히 공포스러운 한 아이의 빨간가방...[검은물 밑에서]가 선택한 공포의 소재들이다.[링]에서 비디오 테잎이라는 현실적인 소재로 더욱 소름끼치는 공포를 주었다면 [검은물 밑에서]는 그 제목처럼 "물"이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분 나쁘고,음산하지만 딸의 양육을 위해서는 어쩔수 없기에 그 공포는 날로 더욱 커져만 가고, 하나둘씩 밝혀 지는 비밀들은 영화가 가진 궁극적인 메세지를 하나씩 전달한다.주인공인 두 모녀의 설정에서도 엿보이지만 [검은물 밑에서]가 선택한 메세지는 바로 "가족"이다.영화는 두 모녀를 통해 가족애와 모성애를 보여주고,이혼하는 부모와 그로 인해 홀로 남은 아이가 느낄 불안함,외로움등을 보여주며 가족의 소중함 이라는 그럴듯하고 감동적인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이혼소송 중인 부모때문에 엄마와 단 둘이 살게 된 이쿠코는 언제나 그 상황이 불안하기만 하다.비오는 날 일자리를 구하러 간 엄마 때문에 홀로 집으로 와야 하고,유치원에서도 항상 외롭기만 할뿐이다.영화는 아이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느꼈음직한 불안과 외로움을 공포로 전환시킨다.윗층에 얽힌 가슴 아픈 사연과 지금 요시미와 이쿠코가 처한 상황을 교차적으로 보여 주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적 상황에 대한 동의까지 얻어 내고 있다.그것이 결코 억지스럽거나 불편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영화내내 암시하는 따끔한 메세지가 충분히 전달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한가진 안타까운 점은 영화의 메세지를 너무 각인시키려 한 나머지 후반 10여분 가량 진행되는 10년후라는 설정이 그동안의 재미를 반감시켰다는 것이다.마치 우리가 헐리웃 영화를 보면서 결국 미국영웅주의 라는 메세지에 허무해 지는것 처럼 말이다.그럼 점에서 후반 10분 정도는 [검은물 밑에서]의 사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일본 공포 영화는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의 묘미를 확실하게 보여준다.우리가 은근히 헐리웃 공포영화 보다는 일본 공포 영화에 기대를 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우선적으로 비슷한 정서로써 그 공포를 이해할 수 있다는것이 첫번째 이유 일것이다.우선 미국에서도 리메이크 된 바 있는 [링]을 비교하면 그 정서적 차이는 확실히 드러난다.두 영화 모두 모성애라는 공통적인 정서를 보여주지만 비디오 속 주인공인 "사다코" 와 "사마라"에 대해서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바로 우리나라의 정서이자 동양의 정서인 "한(恨)"이다. 일본의 사다코에겐 아픈 어린시절과 죽음에 대한 "한"이 서려져 있다.그에 반해 미국의 [링] 속 사마라는 그런 "한"의 정서가 극히 축소되어 있다.아니 어쩌면 느낄수 없는지도 모른다.비상한 능력을 가진 기이한 소녀라고만 비쳐진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검은물 밑에서] 또한 그 "한"이라는 정서를 가장 큰 공포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혼란스러운 부모와 가정적 상황에서 죽음으로 까지 이르게 된 한 소녀의 비극적인 사연이 영화의 중심이듯이 영화는 내내
그 소녀의 상황과 감정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그리고 [링]에서 보여준 충격적인 몇몇 장면들처럼 [검은물 밑에서] 역시 나카다 히데오의 당황스런 연출들이 보여진다.시종일관 소름끼치게 들리는 물 떨어지는 소리나 천정에서 아이가 쿵쿵 거리며 뛰는 소리등 이번 영화에서는 소리로 들리는 공포를 더욱 극대화 시켰고,[링]에서 보여준 비디오 처럼 [검은물 밑에서] 역시 2년전 실종된 미츠코 라는 소녀의 사연을 과거로 보여주고,갑작스레 사람을 놀라게 하는 화면들을 보여주기도 한다.소리와 화면들러 단 한순간도 마음 놓을수 없도록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뒤늦게 국내에 선보이는 작품인 만큼 기대감 못지 않게 자칫 뒤떨어진 진부함도 느껴질지 모른다.하지만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검은물 밑에서]는 놓칠수 없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국내에는 그 어느 장르보다 잘 알려진 일본의 공포영화라는 점과 [링]으로 많은 매니아들을 확보한 나카다 히데오의 작품이라는 점은 그런 선택을 더욱 확고히 해줄것이다.부천영화제와 일반 시사회를 통해 2번 본 [검은물 밑에서]는 공포스러운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히 소름을 자극하고,그 긴장감 만큼은 놓치지 않게 해준다.조여줄 부분에서는 화끈하게 조여주고,공포로써 관객들이 감질을 느끼게도 해줄 것이다.여느 공포영화들 처럼 영화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 이겠지만 그 공포의 정도에서 만큼은 [검은물 밑에서]도 뒤쳐지지 않기에 공포영화 매니아들에겐 꽤나 만족스러운 영화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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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19 오전 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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