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재정비할 시간 필요, 차기작 코미디 아냐” 넷플릭스 <닭강정> 이병헌 감독
2024년 3월 28일 목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를 되돌리기 위해 아빠 ‘선만’(류승룡)과 ‘민아’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이 나선다!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 이병헌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이다. 그간 현실감 넘치는 생활밀착형 이야기와 진한 말맛으로 사랑받아온 이병헌 감독은 이번 작품이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새롭고 재밌는 도전이었다”면서 “다음 작품은 코미디가 아닐 것”이라고 귀띔했다.


공개 직후 독특한 소재와 만화같은 연출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시청자 반응을 찾아보는 편인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호불호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오히려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장르의 드라마 데이터들이 쌓이고 쌓이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개인적으로도 재밌는 도전으로 다가왔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 보니 좋아하는 분들은 좋아하는 이유가 다 다르고, 싫어하는 분들은 비슷한 지점에서 싫어하는 거 같더라. 댓글, 리뷰, 해외 평까지 전부 찾아보고 있다. 다채로운 욕을 보는 재미도 있고 좋은 평도 생각보다 많아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웃음)

어떻게 연출을 맡게 됐나.
원래도 웹툰을 많이 본다. 재밌는 소재를 찾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이 접하게 됐다. 그러던 차에 제작사에서 먼저 ‘닭강정’이라는 웹툰을 보여줬다. 아직 드라마화를 염두에 둔 건 아닌데 내가 좋아할 거 같아서 보여준다더라. (웃음) 그렇게 원작이 완결 나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 봤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다음 화를 기다리고 있더라. 보면 볼수록 더 재밌는 이야기가 될 거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전작들이 현실적인 톤인데 반해 이번 작품은 굉장히 만화적이다.
이렇게 만화적인 톤으로 연출하는 것 자체가 내게는 완전히 새로운 시도였다. 이전 작품들에서 현실감 있는 톤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이번엔 훨씬 더 과장되게, 더 연극적이고 만화적으로 그렸다. 소재의 이질감을 그런 것들로 중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 있었다. 연출자 입장에선 매일 재밌는 연극 한 편씩 보는 거 같아서 작업할 때도 재밌었다. (웃음)

한 회에 30분 남짓으로 여타 시리즈에 비해 에피소드당 분량이 짧은 편이다.
솔직히 이 이야기를 길게 할 자신이 없었다. (웃음) 처음엔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화를 생각하기도 했다. 여러 방향을 놓고 제작사와 고민한 끝에 숏폼으로 만들어야 보는 분들도 부담스럽지 않고 나도 쫀쫀하게 만들 수 있겠다는 결론이 났다. 어떤 분들은 이것도 길다고 하더라. (웃음) 결과적으로 한 회차를 짧게 가져갔던 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극한직업>에서 호흡을 맞췄던 류승룡, <멜로가 체질> 때 함께했던 안재홍을 기용했다.
두 사람의 색깔은 완전히 다르지만 각각 코미디, 생활 연기로는 최고이지 않나. 처음부터 두 사람 외에 다른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가 서로를 잘 아는 만큼 작업하면서 편하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다행히 두 분이 원작도 재밌게 봤고, 스케줄도 맞아서 캐스팅할 수 있었다. 작가이자 감독으로서 감격하게 만드는 팀이었다. 일단 싱크로율이 너무 좋더라. (웃음)

드라마는 키치하고 코믹하게 만들어졌지만 현장 분위기는 무척 진지했다. 배우들과 길게 리허설을 하거나 대사를 맞추진 않았고, 대신 ‘우리 작품이 만화적이고 뮤지컬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언질 정도만 줬는데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게 나왔다. 사실 배우 입장에선 좀 부끄러운 연기일 수도 있는데, 현장에서 그런 티를 안 내더라. 물론 따로 대화하면서 은연 중에 그런 불안함이 느껴질 때는 있었다. (웃음) 이번 작품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느꼈지만 류승룡, 안재홍 배우 모두 놀라울 정도로 똑똑하다. 처음 연기 톤은 굉장히 만화적이고 극적인데 어느 순간 힘을 서서히 빼더라. 따로 디렉팅을 주지도 않았고, 시간순으로 찍지도 않았는데 끝으로 갈수록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다 계산을 해서 연기한 거다. 그런 지점이 놀라웠다.

딸 ‘민아’ 역을 맡은 김유정을 비롯해 특별 출연한 배우들은 어땠나.
김유정 배우와는 처음 작업해 보는데 베테랑 선배님 포스가 있다. 선배님이 현장에 오면 스태프들이 불편할 수 있지 않나. 그런데 김유정 배우가 연기도 다 알아서 해주고 현장 분위기도 살려주니까 오히려 나는 되게 편했다. (웃음) 디렉션이 별도로 필요 없더라.

정호연 배우를 보고서도 깜짝 놀랐다. <오징어 게임> 전부터 친분이 있었는데 <닭강정>에 먼저 흥미를 보여서 특별 출연을 제안하게 됐다. 생각보다 대사가 더 길고 어려워서 당황했을 텐데 준비를 엄청 많이 해왔더라. 대사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리듬감 있게 잘해줘서 놀랐다. 류승룡 배우도 극찬하더라. 내가 썼지만 관객이 된 것처럼 즐겁게 지켜봤다. (웃음)

연출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9회에 나온 핵 장면이다. 쓸 때는 너무 재밌게 썼는데, 막상 영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안 되겠더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들고는 가보자’는 마인드로 대본을 줬더니 배우들이 엄청 진지하게 준비해왔다. 안무 팀까지 불러서 동작을 맞췄다. 배우들이 창피할까 봐 나도 같이 춤췄다. (웃음)

CG가 꽤 많은데 제작비는 얼마나 들었나.
CG 비용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는 않지만 양심껏 돈을 많이 쓰진 않았다. 적당히 썼다. (웃음)

‘이병헌’하면 말맛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코미디 각본을 쓸 때 어디에 주안을 두나.
의외로 과장된 코미디는 선호하지 않는다. 이 장면이 꼭 필요한지 자문했을 때 그렇지 않은 장면은 빼려고 한다. 어떤 분들은 내 대사가 말장난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쓰진 않는다. 예를 들어 <닭강정>에서 정호연 배우가 ‘백중’의 전 여자친구로 나와서 언쟁을 벌인다. 얼핏 가벼운 말장난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나는 이 시퀀스가 ‘백중’을 더 풍부하게 설명해 주고 미스테리함을 더해준다고 생각했다. 특히 부먹, 찍먹에 대해서 언성을 높여가며 싸우지 않나. 호불호가 갈리는 우리 드라마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웃음)

<극한직업>으로 천만 감독에 오른 이후 매 작품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담감이 느껴질 때는 없나.
사실 이제는 내 패턴이 읽혔다고 느껴진다. ‘조금만 더 텀을 두고 작품을 공개할걸, 내 이름이 걸림돌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작가로서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 게다가 해외 관객과 시청자까지 고려하다 보니 공부할 게 더 많아졌다. (웃음) 비행기 타는 걸 싫어하는데도 꾸준히 해외 영화제를 방문해서 현장 분위기를 살핀다. 특히나 코미디는 문화와 언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힘든 장르이지 않나. <닭강정>을 하면서도 그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이런 장르, 이런 대사에 해외 시청자는 어떻게 반응할지 가늠이 안 되더라. 가능한 한 데이터를 많이 쌓으려고 하고 있다. 이게 모이면 나뿐만 아니라 코미디 장르 창작자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병헌표’ 병맛 코미디를 좋아해주시는 분들께 죄송하게도 다음 작품은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될 거 같다. 마냥 병맛만 할 수는 없다. 계속 공부하고 도전하는 게 계속해서 이 일을 해나가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사진제공_넷플릭스

0 )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