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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즐기는 아재들의 소동극” <국제수사> 김봉한 감독
2020년 10월 6일 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아내, 딸과 필리핀 패키지 여행길에 나선 ‘병수’(곽도원)는 현지 범죄 조직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명을 쓰게 되고, 경찰이라는 본업의 경험치를 살려 위기를 헤쳐나가려 한다. 그 과정에서 바다에 가라앉은 금괴에 공동 투자했던 돈을 들고 나른 애증의 죽마고우 ‘용배’(김상호)까지 만난다. 첫 코믹 연기를 선보이는 곽도원의 존재감에 범죄 수사, 보물찾기 등의 설정이 맞물린 <국제수사>는 <보통사람>을 연출한 김봉한 감독의 색다른 신작이다. 김 감독은 곽도원, 김대명, 김희원, 김상호의 협연을 담아낸 <국제수사>를 “편하게 즐기는 아재들의 소동극”이라고 말한다.

<보통사람> 이후 전혀 다른 장르로 돌아왔다.
당시에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투자가 철회되고 쓸데없는 공격도 많이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작업을 했지만 여러 문제가 있었다. 살인마 김대두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는데 그 이야기 자체가 시대와 분리될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가볍게 놀아볼 수 있는 영화를 해보자고 생각했는데, 그러다가 큰코다쳤다.(웃음)

장르는 달라도, 새로운 작품에 따르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영화에서 티는 안 나지만 필리핀 현지 촬영 당시 엄청나게 잦은 태풍으로 고생했다고 하던데.
필리핀 마닐라 바로 아래, 적도 부분에서 촬영을 했는데 주로 그곳에서 태풍이 생성돼서 위로 올라가는 거더라. 태풍만 24개를 맞았다. 특히 코론섬이라는 곳에서는 3일 동안 비가 너무 와서 우중충하게 앉아만 있었다. 한 번 비가 오면 물에 잠길 때까지 오니 돌아가고 싶어도 비행기가 안 들어와 못 돌아간다. 촬영을 하지도 못하면서 비용이 나가고, 그게 전부 투자배급사의 부담으로 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마치 지금의 팬데믹 때처럼 무기력해지더라. 원래 촬영하려던 분량의 50%는 (성에 차는 수준으로는) 못 찍었다고 봐야 한다. 결국 몇몇 배우만 한국으로 데리고 들어와 세트 촬영을 한 뒤에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갔다.


해외 로케이션 촬영의 어려움 중 하나가 낯선 현지 특성일 것이다. 기후와 언어는 물론이고 장소 협조, 기관과의 소통 등 국내 촬영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한국이었으면 더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일도 해외 로케이션 촬영에서는 힘든 부분이 있다. 발품을 팔아 직접 현장 오디션도 보고 우리나라의 영상위원회 같은 기관에 보낼 협조공문도 만들었다. 지인 찬스를 많이 썼다. 이 정도 예산으로 이 정도 해외촬영을 감당하는 건 우리니까 가능했다, 라고 생각은 한다.(웃음)

그렇게 완성된 <국제수사>는 필리핀으로 가족 패키지여행을 떠난 ‘병수’(곽도원)가 현지 범죄조직 두목 ‘패트릭’(김희원)의 작전에 휘말려 누명을 쓰고 자신의 결백을 밝히러 다니는 내용이다. 여기에 어린 시절 친구 ‘용배’(김상호)와 함께 투자했던 야마시타 골드의 존재가 맞물려 등장한다.
왜 아저씨 중에 많지 않나. 난파선 관련 주식을 사면서 허무맹랑한 꿈을 찾으러 다니는.(웃음) 그들의 판타지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야마시타 골드라는 금괴를 소재로 활용했다. 극 중에서 ‘병수’가 우정을 지키기 위해 ‘용배’를 끝까지 믿어주는데, 그렇게 살면 이 정도의 보상은 있을 수 있다는 기분 좋은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싶었다.

곽도원의 첫 코미디 연기이기도 하다. <강철비> 시리즈와 <남산의 부장들> 등으로 묵직한 이미지를 보여준 그를 코믹한 캐릭터로 활용할 때 염두에 둔 점이 있을 법한데.
곽도원은 <강철비1> <남산의 부장들>보다 <국제수사>를 먼저 촬영했다. 대단한 배우들과 함께한 블록버스터에 출연해서 그렇게 느껴질지 몰라도 촬영 당시에는 아저씨끼리 한 번 재미있게 해보자는 느낌이었다. 김대명이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김희원이 예능 <바퀴달린 집>으로 많이 유명해졌지만 <국제수사> 촬영 때는 역시 다들 ‘고만고만’ 했다.(웃음)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주요 포인트라면…
소위 ‘아재’들끼리 패키지여행을 가면 별의별 소동이 다 벌어진다. 너도 약간 모자라고, 나도 약간 모자라지 않나.(웃음) 예컨대 ‘패트릭’역의 김희원은 겉멋이 가득 들어서 등장하는데 알고 보면 모자란 빌런이듯이. <국제수사>는 그런 아재들의 소동극이다. 다만 <럭키>나 <수상한 그녀>처럼 판타지 설정이 있는 작품이 아니다 보니 배우들에게 과장되거나 희화화하지 않은 정극 연기를 요구했고, 웃음은 상황을 비틀어서 만들려고 했다.

‘병수’의 아내 ‘미연’(신동미)은 경매로 집이 넘어갈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도 패키지여행을 가자고 남편에게 떼를 쓰는 등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 퇴행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은 주인공의 행동을 이끌기 위해 가족이 납치되거나 딸이 사라지는 방식을 썼다. 왜 항상 아내와 딸이 장애물이 돼야 하나, 그렇게 하면 욕을 먹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썼다. 그런데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아직은 여성 캐릭터를 만드는 데 조심하고 배워가는 단계인 것 같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수박 겉핥기로라도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하는 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그런 문제를 좀 더 어린 시절부터 고민해봤으면 어땠을까. 마치 굳은살 같은 게 있는 느낌이다. 그동안 당연시했던 걸 다시 생각해보는 과정인 것 같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계속 고민하게 될 일일 것 같다.

코로나19로 개봉이 세 차례나 밀린 뒤 추석 연휴 개봉한다.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공부하면서 봐야 하는 영화는 아니다. 감정을 쥐어짜지도 않는다. 나들이하듯 즐겁게 관람하고 편하게 웃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진 제공_쇼박스


2020년 10월 6일 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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