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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페라는 끝나지 않았다 <원챈스> 폴 포츠
2014년 3월 10일 월요일 | 조은정 기자 이메일

처음 영화 제안을 받았을 때 소감이 어땠나?
처음 그런 제안을 준 건 감사했다. 하지만 이렇게 금방 실현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화 되는 게 이르다고 생각하진 않았나?
보통 한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영화는 그 사람이 죽은 다음에나 만든다. 이른 감이 없지 않았지만 영화화 된 것은 굉장히 만족스럽다. 코미디적인 부분이 영화에 잘 녹아들어 보는 분들도 만족하리라 믿는다.

영화화되기 전에 먼저 책을 집필했다고 들었다.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지난 몇 년간 이미 다양한 글을 써 봤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제안 받았을 때 집필해야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다. 책을 쓰면서 무엇을 포함시킬지 무엇을 포함시키지 않을 지 고민도 많이 했다. 돌이켜보면 그런 일들은 내게 어려운 과정이었다. 하지만 내 책은 내가 직접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식 같아 보이지만 내 자신에 관한 것들을 다른 사람이 대필하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았다.

책을 쓰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영화와 책의 내용이 차이가 있던데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책이 영화보다 더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책은 영화보다 훨씬 더 구체적으로, 유연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영화나 책이나 메시지는 동일하다. 단지 영화는 책처럼 다시 덮었다가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토리 전개상 대본이 조금 다르게 나왔을 뿐이다.
영화에서 아쉽게 표현된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영화에서 코미디적인 요소와 드라마적인 요소의 균형이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니 책에 삽입됐던 우울한 부분이 일부 제외됐더라. 하지만 내가 먼저 영화 제작 초기에 코미디 부분이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영화를 봤을 때 긍정적인 느낌을 받길 바랐기 때문이다. 만약 영화에 어두운 부분이 많이 들어갔다면, 코미디 부분을 극복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자신의 인생이 코미디 같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분명 내 삶은 코미디 같은 부분이 많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부분도, 극적인 부분도, 슬픈 부분도, 행복한 부분도 많다. 이는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삶을 되돌아 봤을 때 이런 모든 부분들이 영화처럼 스쳐지나가지 않나 싶다.

영화를 보면 “내 삶은 오페라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실제 본인의 생각인지, 감독의 생각인지 궁금하다.
각본팀이 나와 함께 여러 번의 미팅을 하고 대본을 쓰면서 그런 대사를 쓴 것 같다. 실제로 그 대사가 영화에서 나오는데 무릎을 탁 쳤다. 오페라를 보면 멜로드라마 같은 부분이 많은데 내 삶도 그런 흐름을 따라갔다고 생각한다. 단, 유일한 차이는 내 오페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페라를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고 들었다. 그 계기는 무엇인가? 혹시 오페라 가수 중에 롤 모델이 있을까?
<이티>의 OST를 작곡한 존 윌리엄스의 음악을 들으며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고, 클래식 음악, 특히 드보르자크, 차이코프스키, 브람스 등을 들으면서 점점 오페라에 빠지게 됐다. 특히 오페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호세 카레라스가 부른 오페라 ‘라보엠’을 들으면서였다. 호세 카레라스가 나의 롤 모델이자 스승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백혈병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노래를 계속했다. 백혈병을 극복한 후 백혈병의 치료 및 모금을 위해서 계속 노래하고 녹음하는 모습을 보며 큰 감명을 받았다. 실제로 독일에서 그의 백혈병 모금 공연에 2번 정도 참여했는데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잘하는 아리아와 좋아하는 아리아는 다른가?
매우 좋은 질문이다. 좋아하면서도 잘하지 못하는 아리아는 많다(웃음). 대표적인 곡이 바로 <원챈스>에서도 중요하게 나오는 ‘베스티 라 구바 Vesti la giubba’다. 인생의 가장 어려운 시기에 이 노래를 불렀는데, 인생에 많은 역경이 있어도 괜찮은 척 해야 하는 가사를 따라 부르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당시 이 노래를 부를 때는 기교에서 많이 부족했는데 이제는 연습을 해서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페라 ‘라보엠’에 등장하는 아리아는 어릴 적부터 자주 부를 만큼 좋아한다.

오페라 ‘투란도트’ 중에 ‘공주는 잠 못 이루고’도 좋아한다고 들었다.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처음 듣게 된 건 90년도 이탈리아 월드컵 때였다. 그 때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곡은 한 왕자가 결혼할 생각이 없는 공주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끈기 있게 매달리는 내용을 그린다. 여기서 왕자의 꾸준한 노력과 집념에 공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자서전을 보면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지원할 때 10펜스 동전을 던져서 점을 쳤다고 나온다. 그 결과 동전의 앞면이 나와서 신청서를 접수했고, 우승까지 했다. 만약 동전 뒷면이 나왔다면 포기 했을까?
어차피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던졌다(웃음). 심지어 오디션 기회가 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나이도 많았고 뚱뚱한데다가 라디오에 적합한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는 팝가수를 원할 텐데 오페라 가수로 지원하기까지 했다. 지금 그 순간을 되돌아 봤을 때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지만, 그 때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방송이나 기사에서 보면 늘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겸손하게 얘기한다. 본인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나?
나는 나 자신이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남들과 다르게 특별한 기회가 주어진 것은 사실이다. 내 삶이 나름 성과를 거둔 것은 어린 시절 어려움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내 어려웠던 과거를 다른 사람들은 그저 슬프게만 생각한다. 그런데 오히려 그 때의 그 시간들이 성공을 보다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고 대비해줬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 때문에 내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할 수 있는 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이 11번째 한국 방문이라고 들었다. 한국에서 인상 깊었던 것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제주도, 우도, 속초, 포항 등 해안 도시를 가봤는데 정말 아름답더라. 안타깝게도 서양 사람들은 삼성, 엘지, 현대 때문에 한국을 산업국가라고만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위해 한국 주변 풍경을 사진에 담아 친구들과 공유한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몇 해 전부턴가 한국 사람들은 행복하게 보이면서도 그 안에 간절함이 느껴진다. 나중에 누가 그것이 ‘한(恨)’이라고 설명해줬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아마 남북분단에 대한 아픔들이 그렇게 나타나는 것 같다. 언젠가 한국에 평화로운 통일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휴대폰 판매원에서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로 많은 걸 이루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꿈이 있을 것 같다.
현재 상황에서 새로운 꿈을 꾼다면 주위에서 과도한 욕심이라고 생각할 거다. 나는 여행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더라(웃음). 지금은 내가 사랑하는 일을 계속하고, 한국 같은 아름다운 나라를 계속 방문하며 여행하는 것이 꿈이다.

생애 한 번쯤 기회가 찾아온다고 한다. 아직도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한마디 부탁한다.
포기하지 말라고 전해주고 싶다. 인생이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 않나. 안타깝게도 인생에는 내비게이션이 없다. 그저 삶의 길을 계속 따라 가야한다. 지금 그분들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느낄 것이다. 그런데 터널의 끝이 안 보인다고 해서 끝이 없는 게 아니라 터널 중간이 굴절돼서 끝이 안 보이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결국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력했을 때 기회가 찾아온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노력했을 때 결국 기회는 찾아올 것이다.

2014년 3월 10일 월요일 | 글_조은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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