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나 성룡 ‘오빠’, 전세계적인 스타답게 무척 바빴다. 기자가 알고 있는 TV 프로그램 스케줄만 해도 장난이 아닌데, 여기에 각종 지면, 인터넷 매체 등의 인터뷰, 여기에 자선활동 스케줄까지, 얼핏 생각해도 너무나 빡빡한 스케줄이었던 것.
그걸 모르는 바 아닌지라 불안한 마음을 안고, 인터뷰 장소인 하얏트 호텔에 가보니, 역시나 “전날 늦게까지 스케줄을 소화하시느라 성룡씨가 무척 지치셨다”고 홍보 직원이 넌지시 귀띔해 주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예정된 인터뷰 시간에서 5분을 삭감당한 기자는 ‘이를 어쩌면 좋나’하고 맘속으로 울면서, 서둘러 인터뷰를 진행했다.
호들갑스런 변명으로, 서두를 꾸미는 것을 이해해 주시길(아래에 펼쳐질 몇 안 되는 질문이 쬐금 민망한지라 ^^;). 참고로 말씀드리면, 성룡은 정말 지쳐보였다. 어쩔 수 없이 눈치를 슥슥 봐야했지만,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예의 귀여운 미소와 함께 친절함이 깃든 눈빛으로 성심성의껏 답변해주니, ‘아, 언제 또 만나보랴!’하는 감격스런 마음이 밀려들었다(또, 호들갑...).
<뉴 폴리스 스토리> 홍보차 이번에 내한한 성룡은 며칠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영화에 대한 반응을 상당히 궁금해했다. 그거야 당연한 거겠지만, 영화를 보니 ‘아, 그래서였구나’라는 느낌이 솟아나는 것이 사실. 할리우드에서 만들었던 영화들에 왠지 정붙이기 힘들었던 관객들이라면, <뉴 폴리스 스토리>에선 성룡의 왕년 느낌들을 새록새록 되살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성룡이 야심차게(?) 키우고 있는 두 꽃미남 오언조, 사정봉이 밀물처럼 안겨주는 매력에 흐뭇하게 빠질 수 있다. 아, 오랜만에 보는 양채니의 청순한 모습도 즐거움 중의 하나(살짝이 늙긴 늙었지만...).
그럼 이제, 성룡과의 인터뷰 현장으로 함께 떠나보시길.
‘성룡의 영화와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우리나라에서 당신은 한 시대를 풍미하는 아이콘같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우상’이시다. 그런 존재감을 가진 배우인지 혹시 알고 계시나?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그런 환영을 받는 걸로 알고 있다. 가끔 인터뷰를 하다 보면 외국의 노인분, 진짜 나이드신 분들까지 내 영화를 보고 오랜 세월 지내왔다고 말씀하신다. 그럴때 ‘내가 이렇게 사랑을 받고 있나. 와아~’하고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이런 내 인기는 정말 ‘기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오랜 기간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고, 전세계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 자체가 너무너무 놀랍다. 전세계적으로 그렇게 장기간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는 스타들이 별로 없는데, 난 스스로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한국팬들과 전세계 팬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다.
이번 <뉴 폴리스 스토리>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전작과 달리 코믹이 사라진 당신의 진지한(?) 연기가 인상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특히 양채니에게 프로포즈할 때 뭉클했다는 의견도 있구. ^^ 이번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건가?
에~ 어느 일정 부분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전체적으로 봤을때, 난 이번 영화에 대해 스스로 기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음, 그래도 특별히 고르자면, 두 가지 장면이 있다. 시한폭탄을 몸에 두르게 된 양채니한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장면이랑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는 장면, 두 가지가 좋다.
음, 과거에는 좋아하는 장면을 꼽으라면 항상 액션 장면이 들어갔을거다. 근데 요번에 없는 이유는 옛날에 너무 많은 액션 영화를 찍어서 그런지 오히려 신선한 감이 없다고 해야하나 그렇다. 대신에 요번 연기는 나 스스로 만족한다. 새로운 연기를 할 수 있었다는 느낌 때문에 연기하는 동안 정말 좋았다.
특별히 이번 영화에서 난이도가 더 높은 장면이 있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과거에도 매영화마다 항상 고난이도를 추구했었다. 그대신 특별히 말하고 싶은건, 아시아와 헐리웃의 큰 차이다. 만약 내가 헐리웃에 있었다면, 실제로 그렇게 폭파시키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장면은 찍을 수 없었을 거다. 왜냐면 헐리웃에선 그린스크린 앞에서 진짜 폭발하는 상황처럼 달려나갔을테니, 아마 그들은 홍콩에선 왜 그렇게 실제 폭파물을 설치해서 찍는지 아마 나를 보고 정신나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웃음) 음, 그 폭발씬은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고 제대로 찍는데 3일이 걸렸다.
<뉴 폴리스 스토리>를 보고 새삼 또 느꼈는데, 50대가 됐는데도 ‘아, 저러다 크게 다칠텐데’ 싶은 힘든 액션 장면도 변함없이 찍구. 흠, 그렇게 한결같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다면?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게 운동이다. 난 어렸을때부터 계속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다른 분들이 생각하기엔 나이에 비해서 힘들텐데 싶은 동작도 별로 그렇게 어려운 동작이 아니다. 매일매일 그런 식의 운동을 하니까 그렇게 크게 난이도가 있거나 힘든 액션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아, 방금 말안했으면 나도 내가 몇 살인지 까먹을 뻔했다. (일동 웃음)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기쁜 마음가짐으로 임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헐리웃에서 찍은 영화들도 그 거대한 스케일이랄지 꽉찬 스토리 구성이랄지 재밌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많은 팬들이 조금 우려의 소리를 하기도 했다. 특유의 동양적 정서랄지 아기자기한 맛이 사라지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그래서 이번 <뉴 폴리스 스토리>가 반가웠다는 반응도 있다. 왕년의 액션 스타일도 볼 수 있고. (웃음) 언제까지 예의, 그 아슬아슬한 액션 연기를 계속 하실 생각인가?
헐리웃 영화는 미국이나 그쪽 영화팬들을 위해서 찍는 거구, 아시아 영화팬들을 위해선 홍콩에서 영화를 찍는다. 음, 헐리웃 영화와 아시아 영화는 관객들이 차별화 돼있다. 내가 영화를 찍는 건 크게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영화 자체가 내겐 ‘생명’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팬들이 내게 편지도 보내주고, 선물도 보내주고 했는데, 지금은 많은 분들이 돈을 보내준다. 왜냐면 내가 전세계 범위로 자선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다. 그 고마운 많은 팬들에게 한분 한분 편지를 써서 보내줄 순 없으니까 영화를 찍어서 모든 분들께감사의 표시를 대신한다. 그분들이 있기 때문에 계속 영화를 찍을 거다. 팬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찍는 이유도 그런 이유고...
만약 나를 스포츠카에 비유한다면 팬들은 나를 달리게 하는 기름같은 존재다. 그렇게 팬들이 내게 힘을 주시면 더욱더 열심히, 힘차게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더 이상 배우를 할 수 없다면 프로듀서나 감독을 하면서 후진 양성에 힘쓸 거라고 들었다. 이번 <뉴 폴리스 스토리>에 나오는 오언조, 사정봉 씨도 그렇구. 그렇게 키우고 싶은 후배들을 선택할 때 제일 많이 보는 기준은 어떤 건가?
가장 중요한 건 잠재력이 있는지 없는지고, 그 다음엔 말을 잘 듣는지 여부다. (웃음) 요즘 젊은 배우들 중엔 자기가 스타가 됐다고 너무 교만하게 굴기도 한다. 음, 배우뿐 아니라 감독, 스턴트맨, 시나리오 작가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모두 키우고 싶은 생각이 있고, 나중엔 학교도 설립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무비스트 회원들에게 새해 인사겸, 인사말 부탁드린다.
이 자리를 빌어 나를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정말 감사의 말씀 드린다. 팬들이 계시기 때문에 매번 한국에 올때마다 집에 온 듯한 느낌이다. 항상 노력하는 성룡이 될거고, 절대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성룡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그리고 팬들 여러분이 이번 영화보시구 인터넷이나 이메일로 많은 의견 보내주시면, 참고해서 영화의 개선을 위해서 힘쓰겠다. 새해 복 많으시구, 뭣보다 건강하시길.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으세요~”
취재: 심수진 기자
사진: 이영선
촬영: 이한욱
▶ 성룡의 친필 싸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