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페이스>의 미셜 파이퍼 등 자신의 영화를 통해 뛰어난 여배우를 발굴해온 드 팔마 감독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팜므 파탈>의 가공할 만한 관능미와 매혹을 관장할 수 있는 로라 역의 여배우를 백방으로 수소문, 끝내 <엑스맨>의 돌연변이 미스틱으로 분했던 레베카 로민 스타모스를 찾아냈다. 탑모델 출신답게 위압적인 몸매와 뇌쇄적인 눈빛으로 무장한 그녀는 일단 그 자태 면에서는 당대를 대표하는 요부 이미지로서 전혀 하자가 없다 할 수 있겠다. 로라와 함께 혹은 요부의 치명적 덫에 걸려들어 오도가도 못 하고 음험한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 파파라치 니콜라스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신 역시 팜므 파탈적 성적 에너지로 충만한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맡았다.
영화의 영토를 부단히 경유하며 다시금 자신의 영화적 자산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스릴러로 돌아온 드 팔마의 <팜므 파탈>에서 도발적 이미지로 팽배한 두 배우의 형상을 유려한 카메라가 어떻게 훑어 내렸는지 자못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부족하나마 그 호기심을 덜어내고자 두 배우의 간단 인터뷰를 옮긴다.
“개인적으로 팜므 파탈 캐릭터를 싫어한다.” 레베카 로민 스타모스
<팜므파탈>에서 당신이 맡은 역할은?
제가 맡은 배역은 '로라 애쉬'입니다. 그녀는 악녀고 야비하며 아주 계획적이죠. 과거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만, 파파라치인 안토니오 반데라스 뿐만 아니라 과거에 알고 지냈던 악당들로부터 쫓기는 있는 몸이에요.
브라이언은 굉장히 편안하고 조용한 사람이에요. 또한, 알다시피 저는 경험이 많이 부족했는데 저를 많이 도와주었죠. 굉장히 명석할 뿐만 아니라, 개방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요. 브라이언은 촬영을 할 때 굉장히 구체적으로 꼼꼼하게, 그리고 자신감 있게 찍기 때문에, 브라이언과 안토니오, 그리고 저는 촬영이 시작하기 훨씬 전에 와서 미리 충분히 연습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실제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어느 정도 안심이 되는 거죠. 사실, 그는 유쾌한 사람이고, 같이 일하기에 편한 사람이었어요. 저에게는 굉장히 도움이 되기도 했고.
상대배우인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실적이고 뛰어난 능력을 지녔으며 무척 활발해 기분을 밝게 해주는 사람이에요. 아이디어도 많고 에너지도 넘치는, 아주 괜찮은 좋은 친구라고 생각해요.
칸느영화제 장면을 찍은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까?
사실 칸느영화제 장면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이에요. 제가 기자들이나 파파라치들과 함꼐 카메라를 들고 서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촬영 당시는 상당히 긴장된 분위기였죠. 영화의 극적인 오프닝 씬이기고 하니까요. 사실 개인적으로 칸느영화제에 가 본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저로서는 이번이 처음이네요.
당신의 어떤 매력이 관객들로 하여금 <팜므 파탈> 보게 할까요?
우선은 감독인 브라이언 드 팔마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탄탄한 구성력을 가지고 있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를 따라오게 만들거든요. 브라이언은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예전 스타일로 돌아갔습니다. 브라이언은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열정적입니다. 그는 정말로 프로입니다.
팜므 파탈이란 무엇입니까?
팜므 파탈이란 자신의 장점이 어디에 있고, 그런 장점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그것을 이용, 어떤 의미에선 악용하는 여성을 일컫는 거죠. 예를 들어 자신의 성적매력이나 미모 같은 장점들을 악용하는 여성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런 캐릭터를 싫어합니다. 스스로를 이런 여성이라 생각할 수 있는지 확신도 못하겠고 또 저의 장점을 이런 식으로 이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껏 살아오면서 이런 짓을 한번도 안했다면 그건 아마 거짓말일겁니다. 아무튼 팜므파탈은 그냥 여성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결함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라고나 할까요.
“말하자면 내 캐릭터는 드 팔마 감독이라 할 수 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
나는 '니콜라스 바르도라'라는 전문 파파라치 역을 맡았습니다. 그는 위험한 장소마다 코를 내비치는 인물이며, 자기를 죽이려는 사람들까지도 구하려고 하는 사람이죠.
'니콜라스'는 팜므파탈을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됩니까?
파파라치인 '니콜라스'는 어느 날 바깥에 있는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을 보게 되었고 이게 바로 자신이 찾던 그 조각과 일치하였기 때문에 '니콜라스'는 이야기 전개에 에 말려들게 됩니다.
어떤 것이 당신을 이 영화로 끌어 들였습니까?
실제로 영화 원고를 읽어보기도 전에 저를 매료시킨 것은 바로 브라이언 드 팔마란 그의 이름입니다. 저는 정말로 그와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작품 하나하나 그만의 느낌이 잘 살아있어 저 역시 푹 빠져있었습니다.
브라이언 드 팔마와 함께 일한 소감은 어떻습니까?
브라이언은 매우 구체적인 사람입니다. 그는 단순한 것을 오래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냥 멈추지 않고 한번에 찍어 버립니다. 브라이언은 어떤 요구도 하지 않는데, 이는 배우들에게 있어서도 바람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5분에서 6분 동안 멈추지 않고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도 감사하게 생각하죠. 우리는 50에서 60개 모션들 사이에서 샷을 분리할 필요도 없고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작업 스타일은 또 어떻던가요?
브라이언은 위험을 부담하는 스타일이며,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대담한 편입니다. 그의 이런 성격은, 자기 입장이나 박스 오피스만을 생각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굉장히 소중한 거죠. 당신은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 이런 일들을 할 것이고 끝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그런 곳으로 뛰어 실험하기 위해서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들은 다 괜찮습니다. 당신을 흥미롭게 해주는 장면들은 제각기 다르며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충격을 주니까요.
팜므파탈이 관객에게 호소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크게 세 가지 부분이 관객들에게 호소 할 수 있을 겁니다. 첫 번째 주인공들의 성격이 조금씩 조금씩 드러나면서 관객들을 놀라게 해줄 수 있다는 겁니다. 둘째로 이 영화는 고전적인 것에 대하여 약간 다루었고요. 마지막으로 예술가들의 삶에 대해서도 다뤘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어떤 면에서는 '니콜라스'라는 인물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과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저는 브라이언 드 팔마라 할 수 있겠죠.
자료제공: 영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