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부산국제영화제 중 한국을 찾은 그녀는 또 다시 그 일로 곤욕을 치렀지만 ‘과거 포르노 이력으로 유명해 지기보다 연기력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당당한 발언으로 스스럼없이 자신을 드러냈다. 11월 12일 개봉을 앞두고 일찌감치 한국을 찾아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자신의 영화에 열광하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너무도 고마움을 느꼈다는 시벨 케킬리와 한국 기자단이 10월 12일 가진 인터뷰를 공개한다.
해외스타들의 경우 잡혔던 스케줄도 취소하는 사례가 빈번한데 갑자기 예정에 없던 인터뷰를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
예정에 없던 인터뷰를 잡은 이유는 여러분들에게 영화를 보다 더 친숙하게 소개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독일과 터키의 색깔이 묻어나는 이 영화를 한국 젊은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한국에 방문한 소감은 어떤가? 또 한국 방문 중 무엇을 하면서 지냈는가?
아시아 여행은 처음이고 한국 또한 처음으로 왔다.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은 모든 사람들이 친절하고, 좋았다는 거다. 독일이나 터키에서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환영과 환대를 받아 너무나 기쁘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시 영화를 보고 난 후 관객들이 티켓을 버리지 않고, 길에서 나를 알아보고는 사인을 해달라고 해 너무나 즐겁고 고마웠다. 그래서 한국을 사랑하게 될 거 같다.
거리에서 캐스팅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린다.
길거리 캐스팅은 아킨 감독이 영화를 찍기 전 직원에게 유럽의 남부계통 터키, 이태리, 스페인 계통의 여성을 찾도록 위임을 했다. 감독이 찾았던 것은 터키어를 할 줄 아는 여성이었고, 그런 터키여성을 찾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유럽 남부 계통의 여성들까지도 찾았던 것이다. 이렇게 길거리에서 캐스팅 한 350명의 여성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은 후 내가 최종선발 되었다.
우선 영화의 결말, 정말 맘에 든다. 내 생각으로는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를 떠나야 한다고 본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한 단계를 극복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스탄불 계통의 택시운전수인 남편에게로 돌아가는 것을 마지막 선택으로 한 것은 영화 속 시벨을 마지막으로 삶의 고난에서 건진 그에게 감사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녀에겐 아이가 있고, 아이에겐 아버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녀의 마지막 결정에 나 역시 설득당할 수밖에 없었다.
<미치고 싶을 때>를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 영화는 독일과 터키의 요소가 조합된 영화로 독일의 현재 젊은 세대들의 문제를 다룬 영화이기도 하다. 한국 또한 엄격한 교육을 지향해 가고 있지만, 전통에서부터 혁명적으로 세계를 향해 개방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많은 것을 기여할 것이라 헤아려진다.
사람은 어떠한 정해진 규율에 맞춰 살기보다 자기가 선택한 삶에 맞춰 사는 것이 중요하다.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문화, 사회가 원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선택한 삶을 일궈나가며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본인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는데, 본인의 의도인지 아니면 감독의 의도인지?
처음 시벨의 역의 이름은 젤라였다. 감독은 내가 원한다면 작품의 역할과 보다 밀접하게 연기할 수 있기에 시벨 이라는 이름을 써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사용하게 되었다.
어깨에 문신을 했던데, 문신의 의미는 무엇이고, 영화를 위해서 문신을 한 건지 묻고 싶다.
영화를 위해 문신을 한 것은 아니다. 본래 가지고 있던 것이고 내 이름이 시벨이기 때문에 S자로 소리나는 중국말을 넣어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流'를 넣어 줬고 우연히 내 이름의 의미와 잘 맞았다. 내 이름의 뜻이 원래 자유롭게 흐르는 물이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슬펐지만, 반면에 자유로움을 느꼈다. 독일에서는 '자신을 억압하는 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강해질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자신에게 닥친 모든 것을 넘어시지 못하면 강해질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나에게 닥친 모든 것을 극복했고, 강해졌다.
연기경험이 전무하다. 처음 접하는 영화작업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솔직히 영화를 찍는 내내 너무 힘이 들었다. 역할이 너무 힘든 역할이었고, 특히 그물 스타킹을 신고 몸을 치장한 후 춤추러 나갈 때는 무척 거북스러웠다. 오히려 머리를 자르고 화장을 하지 않는 연출 시는 편안함을 느꼈다. 특히 폭행당하는 장면은 현실과 같이 괴롭게 느껴졌다.
독일에서 상영시 반응이 대단했다고 들었다.
이 영화는 독일에서 큰 반응을 얻었다. 처음 개봉할 때는 별 반응이 없었지만,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공상을 수상하고, 독일영화제에서 5개 부문 수상 후 예술영화로 큰 호응을 얻어 80만 명의 관객이 영화를 보러 오는 등 큰 이슈를 낳았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는데, 만일 김기덕 감독님의 작품이 아닌 다른 한국 영화에 출연 제의가 들어오면 할 의사가 있나? 또 향후 영화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말해 달라!
일단, 현재 아는 감독이 김기덕 감독뿐이고, 그의 작품을 좋아하다 보니 그와 작업을 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다른 감독의 작품에도 출연하고 싶기는 하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말을 배워야 되지 않을까? 그리고, 2004년 9월에 찍을 예정이었지만, 2005년으로 미뤄진 차기작에서 수용소로 끌려가는 유태인 여인의 역할을 맡게 돼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향후에 기회가 된다면 심리극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자료제공: 프리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