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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속에 슬픔을 담아내는 테오 앙겔로폴로스
인터뷰 | 2004년 10월 28일 목요일 | 최동규 기자 이메일

영화를 좋아하는 매니아라면 <범죄의 재구성>과 <율리시즈의 시선>을 만든 테오 앙겔로폴로스 감독을 알고 있을 것이다. 세계 거장 감독 중 한명으로 손꼽히며 자신만의 영화 길을 꾸준히 걸어온 그가 부산 국제 영화제의 8번째 핸드프린팅의 주인공으로 우리나라를 찾았다. <영원과 하루>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을 찾은 테오 앙겔로폴로스 감독은 작은 체구를 가졌지만 뿜어져 나오는 내공만은 천하장사의 힘처럼 강하고 표범의 눈처럼 날카로웠다. 그리스와 발칸 반도의 아픔과 고뇌를 담아내고 있는 그에게 있어 영화는 동료이자 삶이라고 말한다. 본인 스스로 디지털 문화와는 맞지 않고 어찌 보면 옛날 방식을 가진 사람이라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감독의 말 속에는 자신만의 영화세계에 대한 강한 애정과 신념이 나타나고 있었다. 나지막한 어조지만 강하면서도 인상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겠다.

영화 속에서 풍경이 아름다운데 어떻게 헌팅을 하는가?
영화 속 풍경은 외면적인 풍경보다 내면적인 풍경을 중심으로 제작을 초점을 맞추어 헌팅하는데 만약 찾지 못할 경우 자체 제작을 해서 촬영을 하게 된다. 인공적으로 비나 눈 등을 만들어서 한다.

<정사>의 안토니오니 감독과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고 있다. 모더니스트 적 감독이라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토니오니 감독은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는 감독이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은 유럽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감독이다. 감독으로서 보다는 개혁적인 성향을 좋아한다.

일반인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보다는 예술을 아는 사람들이 즐기기 좋은 작품들이다. 작품을 만들 때 대중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지 아니면 자신의 예술성을 더욱 중심으로 작업하는지 궁금하다.
보르젠이라는 아르헨티나 작가가 사용한 말을 인용하겠다. 누군가 그 사람에게 누구를 위해 작품을 쓰는가라는 질문을 하자 그는 “나 자신을 위해서 작품을 쓴다."고 말을 했다. 한 명일 수도 있고 여러 명이 될 수도 있는 나의 친구들과의 흘러가는 시간을 달콤하게 만들기 위해서 작품을 제작한다. 나의 영화는 특정한 관객을 위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나는 전문적인 영화감독이 아니고 예술을 사랑하는 아마추어이고 싶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가치는 시간이 흐름으로써 가치가 결정된다고 믿고 있다.

영화 속의 그리스의 풍경이 다른 영화에서처럼 따스하고 화사한 느낌이 아니라 약간은 황폐하고 우울한 모습이다. 그렇게 표현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스라는 나라가 영화들에서 보여왔던 햇빛으로 가득찬 따스한 나라만은 아니다. 내가 그리스의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찾기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본 장면이 있다. 그리스에 영화를 찍기 위해 돌아왔을 때는 독재 정권 아래 있었을 때다. 그때 날씨는 따뜻하고 맑기는 했지만 나라의 내면적인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느낀 그리스는 예전의 모습과 겉모양은 같았지만 속으로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첫 영화를 찍기 위해서 시골 마을에 찾아갔다. 그날은 비가 왔고 저녁이었다. 시골이었는데 남자들은 독일로 일을 하러 갔었던 상황이다. 그곳에는 검은 옷을 입은 여자들만 있었다. 그때 멀리서 고령의 노인이 사랑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았다. 그 장면이 첫 영화의 첫 장면이다. 그 영화가 <범재의 재구성>이다. 그런 모습이 그리스의 참 모습이라 생각하게 됐다.

<율리시즈의 시선>을 보고 풍경의 영화라고 느꼈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느껴왔는데 작품들에서 풍경은 배경으로써가 아니라 인간의 미약함이나 암울한 역사 혹은 군부 독재가 성행 했던 발칸 반도의 현실적인 모습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제작 하면서 이러한 의식적인 성향들을 혹은 주제들을 영화적 요소로 다루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만의 의식을 담아내는 것인가?
<율리시즈의 시선>의 내용처럼 역사를 통해서 무엇인가를 찾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안에서 무엇인가 느꼈으면 하는 것이다. 영화는 목적을 위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야기를 해나가는 것이다. 그리스의 플라톤이라는 철학자가 말하길 “자신을 정말 알고 싶다면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서 자신을 보라”고 했다. 영화라는 것이 관객과 감독의 시선이 통하는 것이 바로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다.

디지털 제작 방식을 사용한다면 제작비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효율적일 것 같은데 그러한 방식을 수용할 마음은 없는가?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찍는 영화의 경우에는 예산을 상당히 계획적으로 준비해서 찍는 영화들이다. 나는 구세대다. 좀 더 클래식한 방법으로 영화를 찍는 것을 좋아한다. 나에게 있어서 카메라와의 관계는 친구와도 같은 그런 관계다. 그런 카메라를 가지고 촬영을 마친 필름을 현상하는 느낌이 너무도 좋다. 그럼 느낌은 디지털 카메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디지털 카메라로 만들어진 작품은 정보를 주기 위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난 아직 휴대폰도 없다. 난 디지털 세상, 문화와는 거리감을 느낀다. 필름 카메라를 이용한 작업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함께 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영화에서 독특한 미학적 앵글을 많이 사용하는데 예술적인 미술작품을 보는 듯 한 느낌마저 든다. 미술 작품들로부터 영감을 얻는가?
내가 생각하는 영화는 작가가 글을 쓰듯이 문학을 하는 것 과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롱 테이크나 숏 컷을 쓰는 것도 작가가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을 쓰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된다. 현대적인 작가들일 수록 주로 짧게 쓰는 추세다. 호머라는 작가가 가장 긴 문장과 가장 짧은 문장을 사용해서 작품을 쓴 작가다. 윌리어드라는 작가 같은 경우에는 5장이 주인공의 복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롱 테이크는 내가 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있던 것을 차용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어떤 작품들을 좋아하고 영감을 얻는가?
좋아하는 화가가 무척이나 많다. 영화에 따라서 화가나 작품에서 얻은 것들은 다양하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 때 그림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기 보다는 영화를 만들어 놓은 다음 영화를 보면서 ‘이 장면에서는 특정 화가의 작품이 잘 맞겠다.’ 하는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작업을 주로 한다.

부산에서 부산 국제 영화제의 8번째 핸드프린팅을 했다. 한국에 온 소감은?
한국에 대한 인상은 너무 좋다. 부산에 있을 때 농촌과 궁궐을 방문 했다. 그런 곳도 좋았고 한국 사람들이 너무 좋았다. 젊은 사람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활기가 넘쳤다. 부산이 남쪽이라 그런지 몰라도 생명력 넘치는 모습들이 좋았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했는데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

<율리시즈의 시선>에 그리스 배우가 아닌 미국배우인 하비 케이틀을 기용한 이유와 영화 제작할 때 배우 캐스팅은 어떤 식으로 하는가?
배우를 선정할 때 특별한 기준이나 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마다 다르고 주로 연기력이 우선시 된다. <울부짖는 초원>에서 결코 유명하지 않은 아마추어 배우들과 작업 했다. 그리스의 대학의 연극회에서 공부를 하는 젊은 친구들이다. 또 캐스팅을 할 때 예전부터 존경을 해왔거나 다른 작품에 출연한 것을 보고 인상적인 모습을 보았을 때 그런 배우들을 선택을 한다.

하비 케이틀은 다른 영화를 통해서 봤다. 댄서 역을 한 영화였는데 얼마 후 다른 영화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그 배우가 부모가 발칸 반도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기용을 했다. 나아가서 배우의 캐스팅은 배우와 감독의 묘한 끌림이 있다. 지금까지 배우 캐스팅 때 그러한 끌림을 중요시 해왔고 그것이 안정적인 방법으로 작용을 했다. 그렇게 하기 때문에 촬영을 마치게 되면 모든 배우나 관계자들이 나의 친구가 되었고 계속 연락을 취하며 지내고 있다.

최근작 <울부짖는 초원>이 그리스의 현대사 3부작 중 첫 번째로 알고 있다. 나머지 두 편의 영화는 어떤 영화인지 이야기 해 달라.
나머지 두 작품도 같은 주인공이 나온다. 그리스 20세기 현대사 3부작은 주인공인 여자의 인생 여정을 담고 있다. 20세기까지의 여행을 이야기한다. 첫 번째 영화는 1919년부터 49년까지의 이야기고 두 번째 영화는 69년부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그 시대까지 그리고 세 번째 영화는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밤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다. 한 여성이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내용인데 주된 의미는 여자보다도 사랑 즉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역사의 시간과 함께 흘러가면서 겪게 되는 만남과 헤어짐의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다. 두 남녀가 3살 때 만나고 80대까지 의 모습에서 사랑이 어떻게 변해가고 진행이 되는지 보여주게 된다.

한국 영화를 접해 보았는가?
데살로니가 영화제에서 한국 감독을 만난 적이 있다. 이름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학에서 강의도 했던 것으로 안다. 영화 제목이 <아름다운 시절>같다. 아마 이광모 감독으로 기억난다. 그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의 작품 중 하나인 <유랑극단>이라는 작품이 떠올라서 무척 좋았고 그것이 처음으로 본 한국영화였다. 최근에 김기덕 감독의 영화 두 편을 봤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봄>을 아테네에서 봤고 토론토에서 <빈 집>을 봤는데 <빈 집>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정말 인상 깊었다. 한국영화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관심이 있었지만 많이 접하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요즘에 세계 영화인들과 영화계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좋은 이야기들을 정말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엘레니 카라인드루 음악 감독과 오랫동안 함께 작업을 해왔는데 첫 만남은 어땠고 자신의 영화에서 음악의 의미는 무엇인가?
음악감독 엘레니 카라인드루을 만나기 전에 그의 음악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 인상적이었다. 어떤 끌림 같은 것이 있었다. 아까 이야기 했던 배우의 캐스팅과도 같은 맥락이다. 아주 만족을 한다. 작업 방법은 영화를 만들고 입히는 것이 아니라 우선 직접 이야기를 녹음을 한다. 그러면 그것을 듣고 음악 감독이 음악을 작곡을 하는 식이다. 그리고 만들어진 음악을 함께 수정하면서 완성을 한다. 몇 번은 아무런 수정도 없이 그냥 사용할 만큼 호흡이 잘 맞는다. 이런 것이 끌림에 대한 결과라고 믿는다.

취재: 최동규 기자

9 )
pretto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2010-01-30 16:05
qsay11tem
평범한 외모가 인상적   
2007-08-10 09:19
kpop20
인상적 기사네요   
2007-05-27 03:23
l62362
범죄의재구성이 동명의 영화이었군요.. 새로운사실.. 이렇게 순순하게 영화가좋아 이렇게 제작하고 감독하는분보면.. 참 . 대단하다는생각이..   
2005-02-11 21:50
ffoy
주위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일궈나간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라보~   
2005-02-10 10:53
cko27
이런 대단한 분이 한국영화를 긍정적으로 봤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쁜 일입니다.   
2005-02-09 17:24
real3mong
신경좀 쓰시죠.. 기자님...^^;;   
2005-02-06 22:49
mirunuri
와 독특한 시각을 가진 감독님이시네요.   
2004-10-2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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