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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잡지 않는 유쾌한 솔직남 차승원!
인터뷰 | 2004년 9월 5일 일요일 | 심수진 기자 이메일

차승원은 참 잘생긴 배우다. 모델 출신답게 껑충 큰 키와 감각있는 스타일은 보는 이가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한 외양을 소유한 배우. 하지만 그는 근사한 외모를 소비하게 하는 영화들로부턴 왠일인지 멀찌감치 비켜서 왔다. 다른 이미지도 있지만, 그에겐 씨익 웃을때 만화처럼 이빨에 다이아몬드가 몇 개쯤 빛날 것 같은 코믹스런 모습 아니면, 뭔가 꼬이는 사건 속에 좌충우돌하는 재미난 모습 등이 떠오른다.

그렇게 언제부턴가 코믹 연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가 된 차승원은 영화 기자들 사이에서 실제로도 유쾌한 배우라는 평이 자자하다. 그래서 궁금했고, 인터뷰하고 싶었던 배우 중 한 명이 바로 그. 만나보니, 정말 그랬다. 주로 기자가 던진 질문들에 그대로 답하게 되는 일방향적인 대화가 인터뷰지만, 그는 기자가 가진 생각이 의문스러우면 지체없이 반문하는 솔직한 배우였다. 그래서 기자 또한 편안하게 질문하게 됐던, 인터뷰 자리였기에 좀 닭스러운 표현이지만,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할까.

그가 ‘또’ 선택한 코미디 <귀신이 산다>는 차승원의 표현에 의하면, 중요한 시험대가 되는 영화기도 하다. 이미 다음 작품인 김대승 감독의 <혈의 누>를 찍고 있지만, 코미디에 대한 자신의 능력과 관객의 반응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종이인 것. 그 흥미진진한 주사위가 던져지기 전, 차승원과 나눈 솔직한 토크를 공개한다.

여름에 가족들끼리 휴가는 다녀오셨나요?
네, 다녀왔어요.

제가 재밌는 사실 하나 발견했거든요. 김상진 감독의 영화에 세 번째로 출연하셨는데,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귀신이 산다>. 모두 다섯 글자의 제목이더라구요.
아, 그거요. 맞추자고 그런 거에요. 왜 <주유소 습격사건>이 잘 됐냐? 홀수의 제목이었고...뭐 그런거죠.

<귀신이 산다> 예고편 보니까 <선생 김봉두>만큼이나 차승원씨 독무대(?)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제가 나오는 씬이 너무 많아요. 봉두 때도 굉장히 많이 나왔잖아요. 근데 봉두 때보다 더 많이 나와요. 봉두 때는 아이들이라도 있는데, 이건 저 쭉 나오다가 귀신 한번 나오고 쭉 나오고 귀신 나오고…그런 거 아니겠어요? 복골복이라고 되면 크게 되는 거고, 안 되면 망하는 거죠.

<귀신이 산다> 캐스팅 일화가 있잖아요. 술자리에서 김상진 감독의 간단한 시놉시스만 듣고 오케이 하셨다고. 솔직히 정말 그러셨나요?
그게요, 웃긴 게 김상진 감독이 이런 거 있는 데 할래, 그럼 제가 일단 보구요라고 말해요. 그러고선 나왔는데 하는 거야 그러면 하는 거죠. 비즈니스 능력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게 굉장히 탁월한 사람이에요.

그래도 김상진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으시니까 수락하신 거 아닐까요?
아무래도 그랬겠죠.

김상진 감독이 말하길, 차승원씨가 아이디어를 많이 가미했다고 했거든요. 살짝 소개해 주신다면?
몇 가지요. 시나리오에 요렇게 나왔는데 내가 얘라면 요렇게 하겠다 그러면 그게 반영이 돼요. <신라의 달밤> 에서도 그랬고, <광복절 특사>에서도 그랬고.


흠, 좀더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영화에서 귀신이 장난을 쳐서 손발이 바뀌는 부분이 있거든요. 손발이 바뀌었으니 중심의 축이 손으로 갈 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중심을 잃고 물구나무를 서서 도망을 친다든지 그런 거요.

<신라의 달밤>에서 차승원씨가 한 애드립이 너무 재밌었거든요. 왜 차안에서 투덜투덜거리는 장면 있잖아요. (웃음) <귀신이 산다>에서도 그런 애드립을 많이 발휘하셨는지?
음, 여기서는 그렇게 말을 많이 하고 그런 게 없었어요. 상황이 돼야지 그게 또 나오는 건데 ‘신라’에서는 그런 상황이 많았고, 여기서는 그런 상황들이 별로 없어서 말로 애드립을 하기보단 행동이었죠.

제작 보고회에서도 이번 ‘필기’라는 역할은 차승원씨가 맡아왔던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래도 뭔가 관객들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캐릭터 분석에 신경 썼을 것 같거든요.
저는 분석 안 해요. 분석이요, 올바른 분석이면 참 좋은데, 올바르지 않을 경우 분석이 아니라 독이 된다는 거죠. 전 분석 안 하고, 일단 시작해서 끝날때까지 인물이 처한 상황들이 과연 내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대충 내가 겪어온 거랑 비슷한 가만 봐요. 그걸 보는 거지, 뭐 이 인물은 어쩌구 저쩌구 이런 분석은 안 해요.

아, 그럼 차승원씨가 인생에서 경험한 느낌과 비슷한 점이 있는 영화들을 주로 선택하시는 편인가요?
그러지 않겠어요. 가령 시나리오에 내가 어떤 사람하고 싸웠는데 나같으면 한 대 팍 치고 싶은데 그 인물은 그렇지 않고, 굉장히 유하게 대한다 그러면 전 납득이 안 가는 거죠. 그럼 못하는 거에요. 억지로 가면 되게 어색한 거죠.

그런 점에서 김상진 감독과 코드가 맞으시나요?
아니, 그런 점에서 코드가 맞는게 아니라 요번에도 느꼈고…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는 얘기지만, 김상진 감독은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에요. 아, 영화가 왜 감독의 예술이구나라는 거를 다시 한번 알게끔 해준 사람이에요. 영화라는게 감독에 의해서 얼마나 많이 바뀌는지를 이번에 너무 많이 알게 됐죠.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신다면요?
말하자면 이런 거에요. 시나리오에 잘 표현되지 않았던 부분, 재밌지 않았던 부분이 이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굉장히 기발하고, 아주 재밌게 바뀌는 거죠.

차승원씨가 생각하는 김상진 감독의 영화의 매력은 뭔가요?
유쾌함이요.

<귀신이 산다> 제작 보고회에서 김상진 감독이 했던 심오한(?) 말이 기억나거든요. (웃음) 한국인에게 집이라는 공간은 꿈의 상징인데, 그 공간에서 느끼는 행복에 갑자기 찾아오는 불행의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다는 말이요. 개인적으로 차승원씨에게 ‘집’의 의미는 뭔가요?
좁은 땅덩이다 보니 한국사람들은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해요. 왜냐 자기 영역권이거든요. 돈벌어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하면, 대한민국 사람들 10명 중의 한 8명은 집 사고 싶다고 할 걸요. 아마 그런 점 때문에 (김상진 감독이) 나한테도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얘가 한국 사람들이 보통 느끼는 생각, 집에 대한 애착이 있는데 집에 무슨 문제가 있어요. 아니 집을 샀는데, 집에 하수구만 터져도 얼마나 엿같겠어요. 근데 그 집을 나가야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귀신이 있는 거니까.

김상진 감독이 캐스팅 제의를 했을때 마침 차승원씨가 집 사느라 돈이 필요했다는 농담반 진담반투의 얘기를 했잖아요. 그거 사실인가요? (웃음)
이상한 얘기를 해 가지구…

음, 차승원씨가 어렸을때부터 살고 싶었던 집은 어떤 형태였어요?
전 천장이 높은 집이요. 그리고 넓은 집.

지금 살고 있는 집도 그런 집인가요?
더 좁죠.

<귀신이 산다>에서처럼 실제로 집에 귀신이 있다면, 어떻게 행동하실 것 같아요?
(단호하게) 전 나오죠. 포기하죠.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 해결을 하겠죠. 귀신하고 얘기를 한다고 되겠어요?

최근 쭉 코미디 영화를 해와서 이번엔 다른 장르를 맡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음, <귀신이 산다>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면요?
뭐 결정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죠. 예를 들면, 그렇다고 해서 코미디 영화를 안 한다는 건 아니구, 이번에 찍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내가 재밌어 하는 부분들이 사람들한테 요번에 얼마나 먹힐까. 이 코드가 맞으면 그건 정말 성공하는 거고, 안 맞으면 코미디 인제 접어야 겠다. 요번에 하튼 이 영화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외국 영화로 치면, 어떤 스타일의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전 코미디 영화 말구요. 영화로 따지면, 요 근래 본 영화 중에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재밌었어요. 성경에 나와있는 몇 줄 안 되는 얘기를 그대로 살리면서 어떻게 저렇게 잘 만들 수 있을까 그런 것도 재밌구요. <반지의 제왕> 같은 경우도 나름대로 너무너무 훌륭한 영화였죠. 상업적이면서도 재밌고. 뭐 그런 류의 영화들, 호러 영화 빼곤 다 좋아하는 건 같아요.

코미디 연기를 그렇게 잘 소화하시는 비결이 있다면요?
에이, 제가 코미디 영화를 많이 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그렇게 봐 주시는 건데, 그건 남들이 생각하는 차승원이지 내가 생각하는 차승원은 아니거든요.

거제도에서 거의 붙박혀서 지내셨잖아요. 촬영이 없을 땐 김상진 감독처럼 낚시로 소일하셨나요?
아니구, 전 낚시를 한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생각을 낚은 것 같아요. 남들이 기대를 많이 한다구 해서 좋은 건 아닌데, 요번에 그런 기대에 대한 부담감이 컸죠. 저번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고 얘기했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해서 그랬던 거 같아요.

그동안 알려진 재밌었던 에피소드 외에 또다른 재밌었던 에피소드 얘기 좀 해 주세요. 신선한 걸루. (웃음)
저희는요, 재밌었던 게 별로 없는 거 같아요. 음, 그냥 스탭들이 유부남이 많다보니까 애들 얘기가 화제가 됐던거. 그걸 보고 아, 내가 나이가 진짜 먹어가는구나. 불과 3~4년 전만 해도 애들 얘기 안 했었는데…애들 얘기, 집 얘기. 집 얘기는 꼭 나와. 이번에 김상진 감독이 집을 이사했는데 집이 몇 평이더라 그런 얘기들이 많았어요.

김상진 감독과 친분이 두텁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그 부분에 있어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너무 잘 알면요, 연기라는게 부담스럽죠. 내가 아는게 남들 앞에선 굉장히 기발한 건데 이사람 앞에선 기발하지 않다라는 거죠. 그럼 맥빠지는 거죠. 에, 그래서 얘기를 오히려 더 많이 해야 하는데, 그런 건 좀 안 좋은 거 같아요.

친하니까 차승원씨 연기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더 냉정하게 지적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잘 안 해요. 뭐라고 얘기하면, 내가 뭐라고 얘기할까봐. 늘 하는 얘기가 있거든요. “연기를 그거 밖에 못하나” 그러면 나는 “영화나 똑바로 만들지 그래요”. 하하하하하. “형, 영화나 똑바로 만드시라구요”뭐 이런 형태. 그러니까 진짜 별 얘기 안 하구, 자기 생각과 너무 다르다고 생각할 때만 얘기해요. 그게 참 좋은 거 같아요. 믿고 있는 것 같구. 김상진 감독 생각도 그런데, 배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잘 하지 못 하는 걸 억지로 할 순 없는 거거든요.

배우분들에게 물어보면 상대 여배우(남자배우)하고 호흡이 잘 맞았다고 대답하시잖아요. (웃으며) 장서희씨하고 호흡은 잘 맞으셨죠?
그럼 방송에서 호흡 안 맞았다고 하겠어요? 왜, 그게 이상했어요?

(앗!) 음, 솔직히 촬영 중에 서로에게 불만이 생기는 경우도 있을 테니까요.
언짢은 부분도 있겠죠. 왜 없겠어요? 사람인데. 근데 그걸 일일이 얘기하면 안 되지 않겠어요. 알아서 좋은 게 있겠지만, 그냥그냥 넘어가는 거죠.

제작 보고회때 김구라씨도 말했지만, ‘차승원’ 하면, 실제로도 진짜 재밌고, 웃기는 배우 라는 인식이 있거든요. 원래 그렇게 재밌으셨어요?
제가 재밌나요? (매니저, 홍보사 직원 등을 돌아보며) 재밌어? 진짜 난 모르겠어요. 근데 어렸을 때부터 그런 생각은 갖고 있었어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거를 과연 가슴에 머금고 있을 것이냐 입으로 내뱉을 것이냐, 어떤 게 옳나라는 것에 대해서.
전 어떤 생각을 그냥 가슴 속에 묻어두면, 불이익 아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을 안 하는 것보단 말을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물론 말이라는 게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는 거니까 생각하는 것을 무작정 내뱉을 순 없지만…어떻게 됐든 간에 재밌을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이왕이면 내 생각을 재밌는 얘기로 풀어서 얘기하는게 사람들한테 가장 쉽게 다가간다 이거죠.
왜, 어렵게 얘기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요만큼 되는 거를 이만큼 늘려서 무슨 가래떡도 아니구…그건 좋은 방법이 아니죠. 지루하죠. 그렇다고 그 사람이 똑똑하냐 그런 것도 아니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저한테 너무 직접적으로 얘기하는거 아니냐 하는데, 그건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거든요. 내가 사는 방식은 이런 거니까 싫으면 싫은 거고, 좋으면 좋은 거죠.

(이때, 홍보사 직원이 가져온 맛깔난 샌드위치 등장!)

(매니저 등을 보고) 먹어, 먹어. (기자에게도) 드세요. 나는 샌드위치 안에 야채만 든거 정말 싫어. 이런 경우 있잖아요. 가령 김치찌개를 먹는데 돼지고기 듬뿍 들어간 거 그거 맛있잖아요. 근데 어떤 애들 보면 김치찌개 시키고 돼지고기는 빼달라고 해. 그 집이 돼지고기 넣어서 김치찌개 맛있게 끓이기로 유명한데 돼지고기 빼 주세요라고. 고기를 먹는 게 무슨 죄악이야? (일동 웃음) 그런 애들 보면 살도 이렇게 쪄있다구.

<귀신이 산다>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재밌는 장면은 어떤 거에요?
모르겠어요. 영화를 아직 안 봐서. (조금 더 생각한뒤) 아~진짜 모르겠어요. 난 내가 찍은 영화는 다 재미없으니까. (웃음)

사실 인터뷰 전에 <선생 김봉두>를 봤거든요. 차승원씨 출연작 중에 그것만 못 본 상태여서. 찡하면서 재밌더라구요. 차승원씨 연기도 좋구요.
아, 그래요? 전 그런 감성이 맞는 사람이에요. 가령 조그만 동네에, 별일 안하고 무위도식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일거수 일투족을 다 아는 동네 청년 있잖아. 하하하. 그런게 감성에 맞거든. (일동 웃음) 아니, 정말 사람들이 날 보면 양복 쫙 차려입고 뭐 그런 걸 하라고 하는데 사실 난 그런 감성이 없는 사람이라구. 그렇게 살아오질 않았기 때문에 감성이 없는데 자꾸 그런 거를 시킬려고 해요. 그러니까 삐걱거리는 거지. 사실 난 ‘김봉두’가 너무 좋은게 뭐냐면 막 폭발적인 건 아니지만 아주 잘 흘러가잖아요. 전 그런 게 좋아요.

장서희씨의 매력을 꼽는다면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난 그런 질문 좀 안 했음 좋겠어. 내 부인도 아니구. 제일 싫어. 여배우들이랑 호흡이 어땠나, 매력은 뭔가 그런 거. 알게 뭐야, 진짜. (주위를 보고) 너무 막말하는 건가? 아니, 솔직하게 얘기하는 거야. 3개월 같이 생활했는데 그걸 어떻게 알겠어. 단 좋은 여배우라는건 알았죠. 집중력이 강하고, 일 욕심 많고. 아, 늦은 나이에 빛을 발한 게 괜히 그런 게 아니었구나 느꼈지. 근데 여자로서의 매력은 어떤가 그런 질문 받으면, 아니 있다면 어떡할거야. 사귈거야? (일동 웃음)

잘생기고 멋지시잖아요. 근데 왜 멜로 영화에 출연 안 하세요?
내가 멜로 한다고 쳐봐요. 얼마나 이상하겠어?

(주위에서 일제히)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요!

어떤 멜로? 근데 내가 생각하는 멜로는 멜로 보는 주관객층인 여자들이 싫어하는 멜로에요. 정말요, 여자들이 싫어하는 멜로라니까. 저는요 소위 멜로의 기본이라고 하는 건 전혀 감성에 안 맞는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내가 사랑하는 감정이 없겠어? 아, 있죠. 근데 방식이 다른 거지. 그 방식을 여자들이 싫어해.

음, 좀 터프한 방식인가요?
아니, 터프하다는건 너무 닭스럽고. (일동 웃음) 다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이 있잖아요. 멜로 영화에서 보면 그런 멜로 있잖아. 조근조근 얘기하구…(주위를 보고) 좋아하잖아? 여자들은 좋아한다니까. 그런 거 굉장히 좋아해.

예를 들면 허진호 감독 영화 스타일이랄까. 그런 게 맞지 않으시는 건가요?
아뇨, 그런 거 너무 좋아해요. 전 허진호 감독님 영화 좋아해요. 허진호 감독님을 편의점에서 만났는데 “다음에 주인공 저죠?” 그러니까 씨익 웃어. 이번에도 또 아니구나 그랬지. (주위를 보고) 진짜야!

<귀신이 산다> 말고도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을 것 같은데요.
많이 들어왔죠. 멜로도 있고. 근데 참 이상한 건 뭐냐면 ‘김봉두’가 끝났을 때 ‘아, 멜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마음이 어땠냐면, 가장 차분했던 것 같아. 근데 새 영화에 들어가니까 그런 마음이 사라졌어요. 보면 시기가 있는 거 같아요.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다 다르구…지금은 그런 걸 보여주고 싶어요. 영화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기 보다 ‘아, 제가 좀 이렇게 살고 있고, 이런 생각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 역을 통해서.

흠, 그렇다면 영화를 고르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니까 어느 것에도 맞출 수 있는 거죠. 요번에 멜로를 했으니 이번엔 다른 걸 해봐야지하는 생각은 별로 없어요. 그렇게 장르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싶지는 않아요.

아, 그럼 코미디를 쭉 해왔던 것 자체도 별로 부담감은 없으시겠네요.
(힘주며) 네에. 사람들이 “이번에 코미디 또 해요?”. 아니, 왜 그러냐구. 멜로 네 편 찍구 또 멜로 하면 ‘아, 그런가부다’ 하면서 코미디 네 편 찍구 코미디 하면 “또 코미디에요?” 아니 왜 그러냐고. 사실 코미디가 특수한 장르는 아니거든요.

차승원씨가 코미디 아니면, <리베라메>같이 좀 강렬한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하튼간 지금 제일 저한테 필요한 건 뭐냐면 생각의 정리라는 거죠. 지금까지 35년을 살아왔으니까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 이런 것들이 과연 어떤 가를 딱 정리하는게 문제지. 내가 어떤 걸 하고 이런 건 중요하지 않다는 거에요. 그것만 정리가 되면, 어떤 장르를 하건 부대끼지 않는다는 거죠.

<보디가드>같은 괜찮은 드라마가 있으면 영화와 병행할 생각이신가요?
아니, 드라마든 영화든 간에 요새는 경계가 없어진 것 같아요. 드라마 시스템은 좀 힘들지만 나름대로 장점이 있어요. 좋은 드라마가 있으면 하는 거죠. 근데, 불러줘야 하는 거지. “(거만한 말투로) 좋은 드라마가 있으면 내년에 한편 하구여” 이딴 식의 싸가지 없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거죠. 맞는 게 있으면 하는 거죠.

차승원씨는 왠지 영화 현장과 잘 맞을 것 같아요.
제 성격상 그렇죠.

<귀신이 산다>는 ‘차승원과 김상진 감독이 만난 영화’라는 것만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아요. 흥행도 흥행이지만, 혹시 연기에 대한 평은 걱정 안 되시나요?
하하. 절대로 겁 안나요. 어떤 기사가 나올지도 알고 있어. 영화가 좋으면 뭐 이런 거겠죠. 역시 그의 코믹 연기가 빛을 잃지 않는다. 뭐 이런거. 시종일관 일관성 있는 캐릭터로 흥미진진하게 한다. 나쁜 기사는 역시 계속 그런 코미디 영화를 찍은 것이 그를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는 듯. 뭐 이렇지 않겠어요? (일동 웃음)

지금 김대승 감독의 <혈의 누> 찍고 계신데, 차승원씨는 어떤 배우로 남기 싫으세요?
쪽팔린 배우요. 예를 들면, 내 생각이 열 가지 있는데, 한 가지가 굉장히 중요한 생각이거든요. 이 한 가지 생각이 좀 안 변했으면 좋겠어요. 9가지가 다 변하더라두...내가 나름대로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배우의 신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건 안 변했으면 좋겠어요. 그것마저 변하면…그래서 잘 살아야 된다니까. 쪽팔리지 않게. 남들이 뭐라고 하건 간에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구, 싫어하면 싫어하는 거구. 단 내가 대중을 상대로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최소한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나갈 수 있게 그렇게 해야 된다는 거죠. 저한텐 그게 제일 중요한 문제고,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는 거에요. 작품을 잘 하고 못 하고는 나중 문제죠.

마지막으로 <귀신이 산다>가 이래서 재밌다라고 소개 한다면요.
음, 타율이 4할이 넘는 사람들이거든요. 4할이 넘었으니까 안타는 치지 않겠어요. 안타라 함은 영화에서 기본적으로 삼분의 일은 실망시키지 않게, 재밌게 해 드릴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거고, 두 번째로는 추석 10일 동안 뭐하겠어요? (주위를 보며) 아니, 추석 10일 동안 뭐해? 맨날 제사만 지낼 수 없는 거잖아. 그런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한번쯤은 와서 봤으면 좋겠다는 거죠.
세 번째는 차승원이 당분간 코미디를 안 할 거니까…난 우리 영화 문구가 너무 좋아. ‘코미디가 그리운 계절’. 굉장히 닭스러우면서도. (일동 웃음) 코미디를 잘 아는 사람들이 만든 코미디 영화.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통계적으로는 재밌는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요?

취재: 심수진 기자
촬영: 이한욱

10 )
pretto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2010-01-30 16:09
loop1434
멋진 배우   
2007-10-05 14:14
qsay11tem
신나는 배우   
2007-08-10 08:11
kpop20
유쾌한 배우   
2007-05-27 03:31
ldk209
국경의 남쪽... 꽤 괜찮았는데... 흥행은 참패..   
2006-12-30 01:03
js7keien
점점 연기의 폭을 넓혀가는 배우, 기대됩니다   
2006-10-06 18:52
soaring2
이제는 코미디가 잘어울리는 배우죠~   
2005-02-13 06:19
l62362
차승원도 솔직하고 거침없기로유명하신데.. 갑자기최근들어 영화부진에서 오는타격이. 혈의누에서 회복상승세타시기를..   
2005-02-1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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