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유~~우 감독님, 시방!”
“시간, 잘 가~~~~아 응!”
가진 것 없는 테러리스트가 잘 나가는 부부를 인질로 잡고 악에 받쳐 내뱉는 후두부를 강타하는 말 중 하나이다. 순진무구함이 절로 묻어나는 충청도 사투리를 아이러니하게도 호러 영화의 소재로 끌어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생경함은 임원희의 입을 통해 펄떡펄떡 살아 움직여 낯선 오싹함을 건져 올리는 데 성공했다.
임원희가 분한 테러리스트는 폭력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성향뿐만이 아니라 정말 억울한 감정이 층층이 쌓인 다층적 성격의 캐릭터에 다름 아니다. 애초에 그를 염두에 두고 캐릭터에 살을 붙였다고 말할 만큼 박찬욱 감독은 이 배우의 독특한 스타일과 폭 넓은 연기 폭에 신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 임원희는 괴물처럼 제 몫 이상을 해냈다.
현재 배우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겸손함을 넘어 쪽팔려도 상관없다는 듯 직설적으로 표현한 그를 박찬욱 감독과 마찬가지로 모호필름에서 만났다.
멋있게 얘기하면 테러리스트고 그냥 말한다면 침입자다. 모든 사람이 다 부러워하는 감독의 집에 침입해서 그 사람의 부인을 인질로 어려운 선택을 강요한다. 평생에 맛보지 못한 공포를 주는 ‘들어난 몬스터’ 캐릭터라 볼 수 있다.
<실미도>에 이어 이번에도 억울한 일이 삶으로 점철된 캐릭터다. 이러야 배역이야말로 정말 억울하지 않나.
ㅎㅎ 모르겠다. 뭐 억울할 거까지는 없고, 역할 자체는 뭐 억울한 캐릭터지만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라 생각하니까 그런 마음은 안 생긴다. 모든 배우가 한번쯤 해보고 싶어 하는 인물이라 본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놀라웠던 건 사투리의 억양도 충분히 공포 장치로 쓰일 수 있다는 거였다.
시나리오를 건네받고 바로 읽어보니 충청도 사투리더라. 감독의 의도였다. 충청도 사람들이 감정표현이 없는 편이다. 포커페이스가 많다는 거다. 그런데서 나오는 능청스러우면서도 느물느물한 느낌. 그런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살인을 저질렀을 때 와 닿는 섬뜩함이 매력적으로 그려진 거 같다. 나 역시 그러한 필을 받았으니까.
박찬욱 감독의 말을 들어보니 완벽한 사투리 구사를 위해 류승완 감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
맞는 말이다. <아라한...> 촬영 때문에 시간이 없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줬다. 류승완 감독이 충남 온양 출신이라 사투리를 참 잘한다. 테이프에 녹음도 해주면서 여러 가지 개인 레슨을 해줬다.
이번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나 과정을 알고 싶다.
감독님이 이 작품을 구상하다가 나의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아까 말했듯이 충청도 사투리의 양면성과 마찬가지로 “저 사람이 살인을...” 뭐 그런 의외나 빗나감, 그런 생각 때문에 나를 캐스팅 하지 않았나 싶다. 어떻게 보면 유머러스한데 또 어떻게 보면 무섭기도 하고. 그리고 사실 어느 배우나 박찬욱 감독 작품에 다 나오고 싶어 하지 않나! 그러니 당연 나야 출연하기로 결정한 거다.
박찬욱 감독하고는 처음 작업하는 걸로 알고 있다.
사석에서는 몇 번 본 적이 있다. 보통 관객들도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박감독의 작품을 보자면 복수니 뭐니 해서 잔인하니까 괴팍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절대 아니다. 작품만 그럴 뿐이지 굉장히 멋있는 사람이고 호인이다. 촬영장 분위기 역시 항상 좋은 걸 원한다. 인상 쓰고 싸우는 거 싫어한다. 배우들 많이 배려하고 말이다. 술 담배 하며 배우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좋아하는데 이번 촬영은 일정이 워낙 빡빡해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쉬울 뿐이다. 물론, 원하는 그림은 집요하게 뽑아낸다. 배우가 준비가 안 된 상태라면 기다려주고나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오히려 과장된 행동 말투를 잘하는 배우로 인식된 게 어떤 면에서는 콤플렉스다. 그 이미지의 잔상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다찌마와 리> 같은 경우는 좀 부자연스러운 측면이 있었다. 좌우지간,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콤플렉스이기도 하다.
얼굴표정이 퍽이나 다양하다는 그런 점에서 무성영화에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글쎄, 변사나 성우는 잘 할 수 있고 어울릴 거 같기도 한데 무성영화의 배우는 좀 그렇다. 지금이야 시대를 잘 만나 영화배우가 된 거지 잘 생긴 얼굴이 아니라 아마도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80년대만 해도 이 얼굴로, 영화배우 이거 못했다. 개성 시대인 게 고마울 뿐이다. 하하!~
살인마 또는 다중 인격을 가진 캐릭터 등 호러 장르의 인물에 잘 어울리는 마스크라 생각한다. 광기가 서려 있으면서도 아이들 같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 엿보인다. 자신의 얼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마냥 좋아하지도 않지만 내 얼굴을 싫어하는 편도 아니다. 배우하기에 그리 나쁜 마스크는 아니라 본다. 미남은 아니지만 어차피 갖고 태어난 얼굴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려고 한다.
나중에라도 혹 연출을 하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그리고 싶은지?
배우나 잘했으면 좋겠다. 연출은 생각도 안 한다.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연출가라..........아마 그럴 일 없을 거다. 하나도 못하는데 두 가지나......ㅎㅎ
개인적으로 “이건 내가 적역인데!”라고 말할 만큼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나?
그런 거 없다. 좋은 감독에 좋은 시나리오면 절대 구애를 받지 않는다. 아직, 뭐 “이거 하고 싶다” 그런 마음 가진 적 없다. 이것저것 선택할 입장이 아니다. 그건 건방진 얘기다.
강남 근처에서 새벽 또는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때 쯤 술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아주 대단한 애주가인 모양이다.
하하하. 좀 된 얘기다. 물론, 술 좋아한다. 하지만 요즘은 많이 약해졌다. 전엔 일주일에 대 여섯 번은 마셨다.
향후 계획이 있을 거다.
결정된 건 아니고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을 찍을 거 같다. 최민식 선배와 류승범이 나올 예정이다. 세부일정은 아직 나온 게 없다.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인식되고 싶은가?
“아 저사람 연기 잘 하는 사람이다” 그런 소리 듣고 싶다. 그리고 자기 개발을 꾸준히 하는 배우. 요즘 관객이 눈이 높아서 그런지 다 알더라 노력하는지 안 하는지. 그리고 또 인기도 없지만 인기에 연연하는 배우가 되고 싶진 않다.
마지막으로 <쓰리 몬스터>에 관심이 많은 이들을 위해 한 멘트 날려주시길 바란다.
후회하진 않을 거다.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색다른 공포를 맛볼 수 있을 거다. 후회하지 않을 것을 자부한다.
취재: 서대원 기자
촬영: 이기성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