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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파이터’의 또 다른 핵, 가토 마사야를 만나다!
인터뷰 | 2004년 6월 4일 금요일 | 심수진 기자 이메일

감탄사가 절로 나는 이 묘한 느낌의 배우, 가토 마사야를 만나는 날, 날씨가 무척 흐렸다. 몇 편의 일본 영화들이나 뉴스를 통해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이 훤칠한 키의 남자 배우와 얼마나 진솔한 얘기들을 나눌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머리를 싸맸던 기자. 그러는 동안 인터뷰 장소인 광화문의 한 레스토랑으로 그가 들어섰다.

구릿빛 피부에 움푹 들어간 검고 매력적인 눈매를 지닌 가토 마사야는 그날의 날씨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제12회 일본영화비평가대상 주연남우상, 제12회 일본아카데미상 신인배우상, 제13회 구마모토 영화제 영시네마상 등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그는, 현재 할리우드로도 건너가 활동 중이다. 양윤호 감독의 신작 <바람의 파이터>에서 일본 최고의 가라데 고수이자 일본 최고의 검술 달인 ‘가토’역을 맡은 그는 실제로도 상당한 무도 실력을 갖춘 배우. 극중 역할은 살기어린 눈빛과 무서운 집념의 냉혈한이지만, 인터뷰로 만난 그는 진지함과 유머 감각을 고루 갖춘 부드러운 느낌의 남자였다. 그의 매력이 조금이라도 느껴지기를 바라며, 그날의 인터뷰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먼저, 양윤호 감독의 <바람의 파이터>에는 어떻게 출연하시게 됐나요?
예전에 양윤호 감독의 전작 <리베라메>를 보고, 굉장히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감독님의 영화라면, 기꺼이 출연할 만하다고 생각해서 출연하게 됐습니다. 전 여러 나라의 영화인들과 함께 작업하는 게 꿈이라 그동안 여러나라에서 영화를 찍었거든요. 그중 한국 영화에 이번에 처음으로 출연하게 된 거죠.
또 한 가지 이유는 ‘최배달’이라는 인물을 항상 굉장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바람의 파이터>가 그의 인생을 다룬 이야기이기 때문에 출연하고 싶었습니다. 음...시나리오도 좋았구요.

한국에선 ‘최배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은 편이거든요. 하지만 일본에선 굉장히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그에 대해 이전부터 잘 알고 계셨나요?
네, 원래 잘 알고 있었어요. 『가라데바카 일대기』라고 일본에서 만화와 애니로 나왔던 최배달씨에 대한 작품을 어릴 때 봤었고, <극진가라데 1,2,3> 다큐멘터리도 전부 다 봤었어요. 또, 영화로 나온 <가라데바카 일대기>도 봐서, 그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었습니다.

육상, 복싱, 스키, 수영 등의 스포츠는 물론, 이아이(居合-한쪽 무릎을 꿇은 채 잽싸게 칼을 뽑아 베는 검법), 합기도 등의 무술에도 굉장히 능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특히 마셜아트나 이아이, 합기도 같은 경우는 언제부터 배우셨는지 궁금해요.
원래 중, 고등학교, 대학 시절 모두 육상 단거리 선수였어요. 음, 모델이 된 이후에는 복싱을 배웠고, 그 후에 여러 가지 무도를 하게 됐죠. 사실 동양인, 특히 일본인으로서 복싱보다는 무도를 하는 것이 배우로서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좀더 국제적인 무대로 진출해 활동하려면, 일본인만의 아이덴티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된 거죠.

연예계엔 어떻게 진출하시게 됐나요?
대학교때 모델로 스카웃이 됐었어요. 그러면서 각종 패션지에서도 활동하고, 도쿄콜렉션, 파리콜렉션 같은 곳에 나가서 모델로 활동을 했었어요. 근데 그 당시엔 모델들이 다 키가 크고, 몸집도 건장해서 마치 그리스 조각상 같은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에 비해 전 신장의 열세같이 몇 가지 육체적인 한계를 느끼게 됐어요. 그러던 차에, 마침 배우 한번 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왔어요. ‘아, 배우로 활동한다면 육체적인 한계는 없는 거지. 노력하면 할수록 가능성이 많아질거야’라고 생각해서 배우로 활동하게 된 거죠.

아, 그러시구나…영화 데뷔작은 어떤 영화인가요?
원래 데뷔할 예정의 작품은 일본 영화 <크레이지 보이즈(Crazy Boys)>(1988)였어요. 그런데 촬영을 하고 나니, <크레이지 보이즈>의 프로듀서를 담당했던 분이 <마릴린이 보고 싶다(Shiro and Marilyn)>(1988)라는 꽤 큰 영화를 찍게 되면서, 다시 저를 캐스팅하셨어요.
그런데 프로듀서가 <마릴린이 보고 싶다>는 섬에 사는 청년을 연기하는 좋은 이미지의 캐릭터고, <크레이지 보이즈>의 배역은 소년원에 들락거리는 젊은이로, 조금 좋지 못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좋은 이미지의 영화를 먼저 하고, 안 좋은 이미지의 영화는 나중에 하자는 제안을 하셨죠. 그래서 <마릴린이 보고 싶다>가 데뷔작이에요.

할리우드로도 진출해서 <고질라>, <우먼 오브 나이트> 등 적잖은 영화들에 출연하시고 계신데요. 특별히 할리우드로 진출하기로 마음 먹은 계기가 있으시다면요?
모델로 치면 파리콜렉션이 최고인 것처럼, 영화에선 어떻게 보면 할리우드가 최고라고 할 수 있잖아요. 전 ‘최고의 세계’를 알고 싶었고, 영어 공부를 좀더 많이 해서 다양한 나라의 영화를 찍고 싶었어요. 할리우드뿐 아니라 아시아를 비롯한 각국의 영화들에 출연하고 싶었던 거죠.
또, 전 모델에서 바로 배우로 전환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제대로 연기 공부를 한 적이 없었어요. 연기공부를 제대로 안 하면, 오래 갈 수 있는 배우가 절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죠. 할리우드로 가기 전에 <크라잉 프리맨(Crying Freeman)>, <세븐스 플로어(Seventh Floor)>, <크라임브로커(Crimebroker)같은 몇 편의 외국 영화들을 찍었었는데, 그 영화들을 찍을 때 일본 프로듀서에게 “영어도 잘 하고, 잘한다!”라는 얘기를 들었죠. 하지만 실제로 할리우드에 가면 얼마나 잘 할지 알 수 없었고, 제 진짜 실력을 알지 못하면 벌거벗은 임금님 신세 밖에 안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뒤 미국에 가서 일을 해 봤더니, 역시나 많이 모자란다는 것을 느꼈죠.

<바람의 파이터>를 찍으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특별히 힘든 일은 없었어요. 스태프들도 다 전문가이고 해서 잘 챙겨주고…다만, 겨울에 촬영해서 무척 추웠웠어요.

그럼, 찍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굉장히 추운날 스크립터가 연못에 빠졌던 일이 있었어요. 또 폭파신 찍을때도 멋졌구요.

일본 최고의 가라데 고수이자 일본 최고의 검술 달인 ‘가토’를 맡으셨잖아요. 무술 장면이 많나요?
많아요. 음, 하지만 드라마적인 부분도 꽤 있구요. 감독님이 드라마적인 부분을 좀 늘려주셨죠.

‘최배달’ 역을 맡은 양동근씨에 대한 느낌은 어떠셨나요? 호흡은 잘 맞으셨나요?
양동근씨와 연기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아마 양동근씨가 일본어로 대사를 하는 게 어려웠을 것 같은데, 그외에는 같이 출연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죠. (휴지 후 다시 얘기를 이어가며) 액션신을 찍을때 무술 감독님은 자꾸 “더 강하게 쳐라”, “더 세게 때려라” 하는데 양동근씨는 스타고, 상처를 내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신경이 쓰였어요.
근데 양동근씨는 아직 젊기 때문인지 “괜찮다. 세게 때려라”고 했는데, 제가 젊을 적에 상대 배우한테 세게 때리라고 했다가 크게 상처를 입은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보면, 결국 영화 진행에도 차질이 생기고 좋지 않더라구요. 상대 배우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멋지게 액션신을 소화해야 되는 게 힘들었죠.

일본, 할리우드, 또 <바람의 파이터>로 한국 영화에도 출연하셨는데, 각각의 작업 환경에 대한 느낌은 어떠신가요?
한국은 미국이나 프랑스에 가까운 편이에요. 음, 미국에 좀더 가까운데, 여러 가지 기자재를 써가며 촬영하는 것이 많이 비슷하죠. 좀 다른 것이 있다면, 미국이나 프랑스는 트레일러가 있어서 거기서 옷을 갈아입거나 대기하는 장소로 활용하는데 그런 게 없다는 것이 달라요. 하지만 시스템이나 기술 기자재 면에서는 할리우드와 거의 비슷하고, 현장에서 쓰는 용어 자체도 많이 비슷하죠.

필모그래피를 보면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아지테이터>, 기타노 다케시의 <브라더> 등 한국에서도 팬들이 많고, 유명한 감독님의 영화에 출연하셨는데요. 좋아하거나 함께 일하고 싶은 일본 감독이 있다면요?
미이케 다카시 감독, 기타노 다케시 감독 모두 좋아해요. 음, 아직 같이 일해보지는 않았지만 같이 작업하고 싶은 감독들도 있구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젊은 감독들하고 작품을 많이 해 보고 싶어요. 아, 강제규 감독과도 일하고 싶어요. (웃음) ( (^^);; 일본 감독들만 궁금했는데….)

일본에서 친하게 지내는 동료를 비롯, 선후배들로는 어떤 분들이 계신지요?
음, 꼽는다면 기타무라 가즈키(그의 얼굴이 궁금하다면, 곧 우리나라에 개봉되는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의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을 참고하시길)…하지만 친하다 해도 보통 때 편하게 만나지는 못해요. 다들 바쁘니까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일본 영화가 전적으로 개방되지 않아 보고싶어도 못 보는 영화들이 개인적으로 많거든요.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의 <아라가미>도 그 중 한편인데, 출연한 영화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요?
제가 출연한 영화 얘기를 먼저 하면, 말씀하신대로 <아라가미>도 좋은 영화니까 기회가 생긴다면 꼭 보셨으면 좋겠네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용서받지 못할자>나 아름다운 영화인 반도 타마사부로 감독의 <게카시츠>, 특이한 영화인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오떼>, 또 서스펜스 영화인 <노바디> 등등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들이 굉장히 많아요.
음, 저는 출연한 영화들이 다 제 아이라고 생각해요. 부모한테 자식들 중에 누가 제일 예쁘냐고 하면 대답하기 힘든 것처럼, 어느 작품이 애착이 가는지 대답하기 힘드네요. 기회가 생기면, 제가 출연한 여러 영화들을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모든 영화들에서 각기 다른 타입으로 변신하니까 어쩌면 제 모습을 못 알아볼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잘못 알고 있는 정보일 수도 있는데, 출연하신 작품들을 보면 액션 연기가 적지 않았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연기가 혹시 액션인가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액션 영화를 많이 하진 않아요.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라 마셜 아트는 굉장히 힘들죠. 이에 비하면, 건액션이 조금 낫고,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치고 때리는 연기는 매우 힘들기 때문에 좋아하진 않아요. 드라마 장르도 꽤 있었지만, 히트친 것 중에 액션영화가 많아서 액션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드라마 장르에 출연하면 외국에서 아무래도 이해받기 어렵지만, 액션 장르는 상대적으로 이해받기 쉽죠.
아, 물론 저는 일반적인 러브 스토리 영화는 한번도 찍은 적이 없어요. 이상한 러브스토리는 찍었지만요. (웃음) 그래서 한국의 멜로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요. (미소지으며) 이제 나이가 들어서 액션 연기가 힘들어요. 그렇게 안 보이겠지만, 제가 벌써 40년의 세월을 살았거든요. 근데 다들 제 겉모습만 보고 잘 할거라 생각해서 자꾸 액션을 시키는데 사실 힘들죠. 제가 양윤호 감독보다 나이가 많아요. 겉모습이 할아버지처럼 돼 있으면 안 시킬텐데…. (웃음)

같이 일해보고 싶은 한국 감독이 있나요?
전 <쉬리>를 보기 전까진 홍콩 영화를 많이 봤어요. 스페인이나 프랑스쪽 영화들도 비디오로 많이 봤었구요. 근데 <쉬리>를 보고 나서 한국 영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훌륭한 한국 영화들을 대부분 젊은 감독들이 만든다는 사실도 무척 놀라웠죠.
몇 년 전부터 이상하게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과 일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더니 <아라가미>를 찍게 됐고, 미이케 다카시 감독과 일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더니 그렇게 됐고, 한국영화에 출연하고 싶다 생각했더니 양윤호 감독과 일하게 되고…그런 묘한 운들이 따랐어요. 이제는 강제규 감독과 일해 보고 싶어요.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는 보셨어요?
아니요. 예고편만 봤어요. 근데 <실미도>는 한국에서 봤어요.

같이 연기해 보고 싶은 한국 배우들이 있나요?
장동건, 한석규, 최민식, 최민수, 설경구, 송강호, 유오성이요(특히 유오성은 엄지 손가락을 번쩍 들만큼 인정했던 가토 마사야!).

(빠질 수 없는 질문!!) 그럼 좋아하는 한국 여배우는 있나요?
(웃으면서) 여배우는 아니지만 이효리요.

아, 섹시한 여성 스타일을 좋아하세요?
아니요, 눈이 귀여워요. 한국에는 웃을때 눈이 귀엽게 되는 여배우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아, 그래요? 왠지 제가 생각할 땐 일본 여배우들이 더 그런 것 같은데….
(고개를 살짝 저으며) 이효리같은 눈을 한 사람은 없어요. 쥬얼리의 이지현도 좋구요(아니, 어떻게 이지현도 알고 있나 궁금했던 기자! 알고 보니 촬영이 끝난 뒤 호텔에서 TV를 보다가 예쁜 연예인이 있으면, 통역을 담당했던 강민하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름을 물어봤다고)

양윤호 감독과 같이 작업한 소감은요?
굉장히 즐겁고 재밌었어요. 제가 촬영할 땐 한번도 화를 낸 적이 없었는데, 나중에 사람들한테 들으니 제가 없을 땐 가끔씩 화도 냈다고 하는데…제 인상으로는 무척 친절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대화할 때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죠. 종종 어떤 장면에 대해서 ‘이거 어떻게 생각하는지’라고 물어보는데, 사실 감독님 마음에선 이미 정해놓은 게 있어요. 최종적으로는 감독님 마음먹은 대로 가긴 했지만, 그래도 제가 가끔씩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거기에 맞춰주는 유연함도 가지고 있어요.

평소에도 무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편이신가요?
무술을 매일 하진 않고, 몸을 적당히 유지하는 정도의 운동만 해요. 왜냐면 근육을 너무 심하게 키워 놓으면, 어떤 배역이 들어왔을때 캐릭터의 성격과 맞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근육이 필요한 영화면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근육을 키우고, 슬림한 몸이 필요하면 감량하는 식이에요. 그래서 유연체조, 발차기 정도의 적당한 운동만 하죠. 무도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 영화를 찍을땐, 운동을 전혀 안할 때도 있구요.

<바람의 파이터>에 함께 출연한 히라야마 아야는 예전부터 알고 계셨나요?
TV에서 잠깐 봤던 정도인데, 일본에서 기대주로 꼽히는 여배우라는 건 알고 있어요. 젊은 배우들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야 하긴 하는데, 나이가 나이인만큼 앞으로 같이 할 만한 기회는 없을 것 같고, 나온다면 아버지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웃음)

흠, 아무리 봐도 마흔 살로는 안 보이시는데….
자기 나이만큼 안 보이는 건, 브래드 피트도 비슷한 것 같아요. 톰 크루즈는 저보다 1살 위인 걸로 알고 있고…아, 니콜라스 케이지는 저보다 어려요( (^^) 이 말의 의미는 과연?).

일본에선 배우 겸 가수로 활동하는 엔터테이너가 많잖아요. 혹시 가수 활동도 해 보고 싶진 않으신지?
일본에선 가수가 배우가 되는 경우는 있어도, 배우가 가수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제가 어제 스태프들하고 다같이 밥을 먹고 노래방을 갔거든요. 사람들이 제가 노래를 잘 부르는지 굉장히 궁금해하니까 녹음기사분이 이런 말을 하셨어요. “얘가 노래를 잘 했으면 가수가 됐지, 배우가 됐겠냐!”고. (웃음)

<바람의 파이터>가 크랭크업된 소감은 어떠신지? 아쉬운 점들이 있다면요?
좀더 많이 나오고 싶었어요. (일동 웃음) ‘가토’라는 배역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신 자체가 많진 않거든요. 좀더 많은 장면이 나왔다면, ‘가토’로서의 모습을 좀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중요한 때만 나오기 때문에 이럴땐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고민이 될 때가 많았어요.

<바람의 파이터>는 ‘액션은 스포츠가 아니다!’, ‘진짜 목숨을 걸어야만 진정한 파이트(FIGHT)다!’라는 최배달의 명제에서 출발하는 영화인데요. 그런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마 그 말은 옛날 사무라이가 했던 말에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어떤 얘기가 있냐면, ‘한번 검을 뺀 후엔, 상대를 반드시 베어야 하고, 상대를 베지 않는 이상은 검을 검집에 넣지 말라’라는 말이 있거든요. 말하자면 진검 승부를 말하는 건데, 요즘 사람들은 서로를 죽여가면서 살 이유도 없고, 죽이려는 마음으로도 살아가지 않잖아요.
아마도 무도의 마음 가짐을 의미하는 명제라고 생각해요. <바람의 파이터>에서 ‘가토’가 ‘최배달’에게 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 부분을 제가 직접 써서 감독님께 드렸었어요. 원래 대사는 ‘네가 사람을 죽이게 된다 할지라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였는데, 저는 ‘무도의 궁극적인 진리는 이기는 것이다’라고 수정했거든요. ‘죽이게 된다’는 말이 들어가는 게,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얘기를 들은 ‘최배달’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영화의 라스트와 결부되니까 말하지 않을게요. (웃음)
최배달에게 하는 말 중에, “정말로 네가 죽을지도 모르고, 상대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때만 싸워라”라는 말이 있어요. 결국 그 의미는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부드러워지라는 말인 것 같아요. 아무리 강해도 되도록 싸우지 않돼, 어쩔 수 없이 싸워야한다면 그땐 진지하게 모든 걸 걸고 하라는 말이죠.

문득 『배가본드』의 미야무토 무사시 등이 떠오르는데요. (웃음)
(기자의 바보같은(?) 얘기에 귀엽게 웃으면서 덧붙이길) ‘무도’라는 것은 단순히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불교나 유교 등에서 온 가르침이 함께 들어가죠. 정신이 들어가지 않으면, 단순한 격투기일뿐이에요. 제가 익혔던 일본의 고(古)무술에선 몸가짐, 옷차림, 앉는 법. 예의 등에 대해서 굉장히 엄격하게 가르쳤어요. 그런 것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사람은 강해질 수도, 무도를 제대로 할 수도 없다고 합니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남고 싶으세요?
앞으로 저 배우가 어떤 역할을 맡을까 모두가 기대하는 배우, ‘아~저 배우가 나오면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이돌 스타처럼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오래도록 남는 배우요. 일본의 유명한 배우가 ‘연기를 잘 하는 배우도 있지만, 좋은 배우가 되라’는 말을 했어요. 전 그 말이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해요. 한국에도 그런 좋은 배우가 있을까요?

(살짝 당황하며) 아, ‘좋은 배우’라는 말이 의미가 잘 와닿지 않는데요.
연기는 무척 잘해도 왠지 그 사람 작품은 보기 싫어지는 배우가 있고, 연기는 별로인데 왠지 저 사람 작품이라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가 있어요. 그런 의미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물론 좋은 배우라면 연기도 잘 해야하겠지만요.

아, 그럼 어떤 묘한 분위기나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라는 말인가요?
(동조하며) 네, 분위기요…. 전 요즘 젊은 남자 배우들이 동경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물론 여자팬들도 많으면 좋지만요.

취재: 심수진 기자
촬영: 이영선
통역: 강민하
의상협찬: 겐조(KENZO), 케네스콜(Kenneth cole), kinloch2, Puma, Golden dew

5 )
pretto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2010-01-30 16:14
qsay11tem
이미지가 영 ..   
2007-08-09 21:18
kpop20
기사 잘 봤어요   
2007-05-27 11:18
soaring2
미소년이미지가 좀 나는데요?   
2005-02-13 06:52
cko27
오..영화와는 달리 부드러운 미소가. 매력있네요.   
2005-02-0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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