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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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암살자(들)>은 사건의 진실을 좇는 형사 ‘철구’(유해진)와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 이를 세상에 알리려는 사회부장 ‘재환’(박해일)을 통해 억압적인 시대에도 진실을 밝히려 했던 사람들의 신념을 좇는다.
<덕혜옹주>에 이어 허진호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박해일. 그간 여러 직업을 연기했지만, 기자는 처음이다. 2000년 데뷔 이후 숱하게 만나온 기자였건만, 정작 직접 연기해볼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고. 그래서 허진호 감독의 제안이 더없이 흥미로웠다. “기자라는 직업이 굉장히 흥미롭고 호기심이 가는 존재였다. 이건 해야겠다,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다. 한 작품에 가진 것을 모두 쏟아붓는 탓에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배우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필모그래피도 천천히 쌓아왔다. 그런 그에게 최근 작은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조금 속도를 내볼 생각이다. “제가 전체적으로 많이 느리다. 그런데 이제 좀 달려가 볼까 싶다. 이제야 뭘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처음 만난 기자라는 직업부터 허진호 감독과의 두 번째 작업, 그리고 조금 달라질 앞으로의 행보까지. <암살자(들)>과 함께 그 이야기를 들었다.
완성된 <암살자(들)>을 본 소감은.
매번 느끼는 거지만 작품을 끝내고 이 시점쯤 영화를 보면 굉장히 부끄럽다. 잘했든 못했든 아직은 영화 전체를 못 보고 내 것만 보게 되는 시기인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일단 부끄럽다.
2000년 데뷔 이후 수많은 기자를 만나왔는데, 직접 기자를 연기해보니 어땠나.
2000년에 데뷔했으니 적어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기자분들을 만났다고 하면, 이런 인터뷰 자리를 최소 26번은 경험한 셈이다. 허진호 감독님에게 기자라는 직업을 포함한 이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 ‘이거구나, 이건 해야겠다’ 싶었다. 굉장히 호기심이 갔고 잘해보고 싶었다. 따로 공부해본 적은 없지만 기자라는 직종이 내게 굉장히 흥미롭고 호기심이 가는 존재로 기억되고 있었던 것 같다. 자주 봐왔던 분들이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직업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웠고, 정말 쉬운 직업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더라.
기자 역할과 1970년대를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참고한 것이 있나.
따로 기자분들을 만나 구체적으로 준비하기보다는 감독님과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74년에 일어난 사건이고, 성인이 된 뒤에도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작품을 제안받으면서 다시 거슬러 올라가 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께 “70년대를 작품으로 다뤄보셨나요?”라고 여쭤봤는데 감독님도 처음이라고, 70년대가 굉장히 궁금하다고 하셨다. 같이 알아가는 과정에서 감독님이 자료도 많이 넘겨주셔서 그 시대의 공기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볼 수 있었다.
이번 <암살자(들)>에는 배우들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서로 밸런스를 잘 맞춰보려고 했다. 그분들과 잘 어우러지고 녹아들자는 마음이 다른 작품보다 컸던 것 같다. 또 감독님에게도 추적 스릴러는 처음인데, ‘이게 과연 허진호 감독님 작품인가’ 싶을 정도로 속도감이 빨랐다. 내 기준에서는 허진호 감독님의 작품 가운데 가장 호흡이 빠른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현장에서도 감독님이 작정하고 그 속도감을 찾아가고 계신다는 게 느껴졌고, 나 역시 그 호흡을 멈추지 않고 따라가려 했던 것 같다.
신입인 ‘영일’에게 기사를 다시 쓰라고 하는 장면 등 신문사 풍경도 상당히 구체적이다. 사회부장 ‘재환’은 어떻게 만들어갔나.
그런 장면은 감독님이 만들어주신 설정이었다. 신문사라는 공간도 그 시대처럼 굉장히 리얼하게 만들어 놓으셨더라. 나를 비롯해 기자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꽤 많았는데, 여러 부서를 거쳐 하나의 기사가 완성되고 편집국을 넘어 윤전기에서 신문으로 나오는 과정을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런 것들을 알아가다 보니 사회부장이라는 직책도 단순히 배우로서 역할 하나를 맡았다고 생각하기에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이제 이런 역할을 맡을 나이가 됐구나’라는 것도 동시에 느꼈던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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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환은 개인사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다. 초반의 주저함에서 후반부의 단호한 사명감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어떻게 만들어갔나.
재환에 대해서는 촬영 전에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과거는 어땠을까, 결혼했을까, 가족은 있을까 같은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한번 찾아가 보자고 했다. 그런데 철구와 달리 재환에게는 개인사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감독님도 재환은 그냥 지금처럼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사족 없이 사건에 집중하는 캐릭터로 가면 좋겠다는 의도셨을 듯하다. 가족이 있다면 오히려 신문사 팀원들이 가족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직장 동료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인물로 잡아 나갔다.
또 중견 기자라면 경험치도 풍부할 테고 조직 안에서 앞뒤 문맥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영일에게 과감하게 취재해보라고 던지기도 하고, 기사를 한번 써보라고 주문하고 검수하기도 한다. 재환은 티가 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계산을 꽤 많이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수가 있어야 후반부에 결정적인 인물을 직접 찾아가 취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연기하면서는 너무 경직되지 말자는 것도 염두에 뒀다. 후반부로 갈수록 인물 자체가 폭발력을 만들어내야 하는 장면들이 있으니까. 또 하나는 시대의 공기를 놓치지 말자는 것이었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지켜져야 할 공간에 빨간 펜을 들고 기사를 쫙쫙 그으며 재단하는 검열관이 있다. 그런 공간에 앉아 있는 재환이라면 머뭇거리고 답답해하고 눈치를 보는 현실적인 모습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경직되거나 단선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유연함을 가져가려고 했던 것 같다. 감독님 역시 인물을 다룰 때 “꼭 이래야만 할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는 분이다. 사람이라면 다르게 반응할 수도 있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행동할 수 있으니까 여러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뒀다.
후반부 자유언론 선언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하겠다. 뜨거운 상황에서도 재환은 비교적 담백하다. 두려움과 사명감 사이에서 어떻게 톤을 잡았나.
작품을 받으면 장면마다 나름대로 레벨을 표시해놓는 편이다. 이 작품에서 네다섯 장면 정도를 ‘난이도 상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중 하나였다. 신문사 안에 류혜영 씨, 김대명 씨, 배성우 선배, 사주 역의 김기천 선배까지 정말 많은 배우가 있었고 다른 부서 기자들과 보조출연자들도 계속 그 공간에 있었다. 신문사 장면의 분량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우들 사이에도 뭔가 연대가 생겼던 것 같다. 마지막 그 장면을 찍을 때는 서로 한두 마디 하지 않아도 끈끈한 연대감이 명확하게 느껴졌다. 내가 선언문을 외칠 때는 오히려 그들의 온도가 나보다 더 뜨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뜨거운 상황에서도 때로는 굉장히 냉정하게 가져갈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더라. 카메라가 돌기 직전에는 그 상황의 온도와 세팅을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했다. 내가 서퍼라면 오는 파도가 얼마나 높을지 낮을지를 계산하기보다 그 파도의 성질을 그대로 한번 타보자는 기분이었다. 선언문을 외우고 준비해 갔지만 앞에서 여러 상황이 동시에 벌어지니까 여러 채널이 한꺼번에 들어온다. 그걸 같이 느끼면서 선언문을 외치다 보니 대사가 조금 씹히기도 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오히려 이런 상황이라면 그게 자연스러울 것 같다고 하셨고, 나 역시 동의했다. 계산해서 할 수 있는 연기는 아니라는 생각에 그냥 그 상황에 나를 맡겼던 것 같다. 생각보다 테이크도 많이 가지 않았고 한두 번 정도로 끝냈다. 오히려 테이크를 많이 갈수록 인위적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더라. 내가 그렇게 연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허 감독님이라는 필터를 통해 나왔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후반부 재환이 사건을 브리핑하는 정부 고위층을 상대로 강하고 매섭게 질문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그 장면도 굉장히 어려웠다. 전날 밤에 미리 가서 연습을 많이 했다. 기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결정적인 순간부터 내가 계속 치고 들어가야 했다. 끊이지 않고 질문하고 거의 추궁할 정도까지 가야 하는 굉장히 센 장면이라 부담이 컸던 것 같다. 테이크도 많이 갔다. 대사를 많이 씹기도 했는데 감독님이 괜찮다고 하면서 끝까지 지켜봐주셨다. 개인적으로는 자유언론 선언 장면보다 그 장면의 온도가 더 뜨거웠던 것 같다. 질문하고 취재했을 뿐인데 사람을 잡아가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공포스럽지 않나. 이런 부분이 <암살자(들)>이 가진 어떤 결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이 60~70% 정도 진행됐을 때 찍은 장면인데, 이 장면을 하면서 재환의 톤을 많이 잡을 수 있었다. 한번 터뜨리고 나니까 ‘재환을 이제 이렇게 가져가면 되겠구나’라는 감이 왔던 것 같다. 이후의 재환을 잡아가는 계기가 된 장면이었다.
이민호의 첫 촬영 날 본인 촬영이 없는데도 현장을 찾았다고 들었다.
배우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나는 현장에 조금 미리 가보는 편이다. 민호 씨의 첫 촬영이었고 공중전화 장면이었다. 영일이 전화를 거는 상대가 재환이었기 때문에 옆에서 대사를 해주면 동시에 내 리허설도 되겠더라. 또 민호 씨가 어떻게 연기를 준비하고, 연기할 때 어떤 느낌인지도 미리 한번 느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신문사도 미술팀이 굉장히 공들여 만든 공간인데, 70~80% 정도 완성됐을 때 미리 내려가 공간에 들어가봤다. 재환은 부장이니까 오랫동안 그 공간에서 숨 쉬어온 사람이고, 그렇다면 공간에 대한 익숙함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가서 걸어도 보고 앉아도 보고, 타이핑도 쳐보고 혼자 상상하면서 대사도 해봤다. 촬영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정신없어지니 미리 준비했던 것 같다.
이민호와는 처음 호흡인데 함께해 보니 어땠나.
일단 작품에 들어가면 후배라기보다 동료로 생각하는 것 같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선후배가 있을 수 있지만 작품 안에서는 각자의 역할로 보게 된다. 민호 씨도 프로니까 서로에 대한 정중함이 뒷받침된 상태에서 각자의 캐릭터로 바라봤던 것 같다. 재환의 입장에서 영일은 우리가 열 수 없는 문을 열 수 있는 ‘키’를 구해오는 인물이다. 민호 씨는 몸을 아끼지 않고 그 역할을 굉장히 잘 표현해줬고 고맙게 생각한다. 사실 민호 씨도 자기 촬영이 없는 날 현장에 몇 번 온 적이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한류 배우라 현장에 나타나면 어떻게 알고 팬들이 몰려들더라. (웃음) 그런 부담을 안고 촬영이 없는데도 온다는 건, 연기를 위해서든 응원하는 마음이든 그만큼 작품과 역할에 잘 녹아들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게 아닐까. 유해진 선배를 비롯해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끝까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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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여러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주로 어떤 작품과 캐릭터에 끌리나.
돌이켜보면 나는 이미 많이 다뤄왔던 소재나 역할에서 조금 비껴가는 걸 좋아하는 성질의 배우인 것 같다. <최종병기 활>(2011)을 할 때 김한민 감독님이 국궁 하나를 쥐여주셨는데 그 그립감이 굉장히 좋았다. 원래 사극에서 한 장면 정도 부차적으로 쓰일 수 있는 소재였던 활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영화로 가져가겠다고 하니 흥미로웠다. 허진호 감독님 역시 기자라는 역할을 가지고 영화의 기승전결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하셨다. <암살자(들)>도 그 지점에서 호기심이 확 다가왔던 것 같다. <헤어질 결심> 때는 박찬욱 감독님이 시민들에게 친절하고 품위가 있으면서 문학적인 기질도 있는 형사라고 설명해주셨다. 사실 그때까지 형사 역할을 한 적이 없었다. 남자 배우들이 대부분 한 번씩 하는 역할인데 나는 안 해봤더라. 문학적인 형사라길래 급 궁금해지더라. 이번 김재환도 그런 결에 속하는 캐릭터인 것 같다. ‘내가 한번 뛰어들어 볼 법하다’는 생각이 들면 용기를 내서 도전하는 편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게 다른 배우와 섞이지 않으려는 나름의 발버둥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봉준호, 김한민, 박찬욱, 허진호 감독 등 여러 감독과 작업해왔다. 연기에 있어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가. 이렇게 유명 감독들이 당신을 찾는 이유는 무얼까. (웃음)
내 장점일 수도 있고 그냥 특징일 수도 있는데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배우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감독을 많이 따라가고 흡수하려고 노력하는 편인 것 같다. 감독이 무엇을 요구하고 이 장면에서 무엇을 바라는지, 나라는 기질의 배우가 감독이 원하는 곳까지 얼마나 들어갈 수 있는지, 상대 배우와 호흡하면서 어떤 리듬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많이 생각한다.
나를 찾는 이유라… 내가 알겠나. (웃음)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너무 궁금하고 해보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그 작품 안에 한번 쫙 빨려 들어가 보고 싶은 기분이다. 그러면 최대한 해보고 싶은 대로 다 해보려고 노력한다. 물론 감독님이 원하는 범위가 있지만, 내가 그 모든 걸 맞춰드릴 수는 없다. 일단 다 해본 뒤 서로 만족스러운 것을 취하는 것 같다. 그런 작업이 이어지다 보면 서로 신뢰하게 되고 서로의 장점과 한계도 알게 된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부분도 알게 되고. 그 안에서 이 작품에 쓰일 것이 무엇인지 하나씩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같이 해봅시다. 힘들더라도 한번 해보고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찾아봅시다”라는, 서로 유기적으로 섞이고 배려하면서 오해를 줄여가는 방식이 나한테 맞는 것 같다. 연기에서도 그렇고 삶에서도 웬만하면 그런 방식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다작하지 않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작품 사이의 호흡이 긴 이유가 있나.
작품을 연이어 들어갈 수 있는 기질의 배우는 아니라는 걸 인정하게 됐다. (웃음) 스스로 가진 게 많은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작품을 하면서 있는 것 없는 것 다 끌어다 쓰다 보니, 다시 거기서 빠져나오는 시간이 필요하더라. 새 작품을 할 준비가 됐을 때 나에게 온 책(시나리오) 가운데 해볼 수 있는 걸 찾는 과정을 반복해왔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활동한 시간에 비해 필모그래피가 좀 적은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면서 이렇게 가다가는 정말 안 되겠다는 위기감 같은 게 느껴지더라. (웃음) 내가 전체적으로 많이 느리다. 그런데 이제 조금 달려가 볼까 싶고, 이제야 뭘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힘을 쓰는 방식을 조금 다른 시스템으로 바꿔서 작품을 연달아 할 수 있게끔 세팅을 바꾸고 있다.
영화 외에 드라마나 시리즈에 출연할 생각은 없나.
지금은 영화를 제대로 한번 연달아, 쉬지 않고 해보자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드라마나 시리즈도 좋은 작품이 많지만 왠지 그쪽으로 가면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같은 연기라고 해도 호흡의 길이나 접근하는 방식에 미세한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는 ‘하던 거나 더 잘하자’는 쪽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영화만 고수하겠다는 건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하게 되는 시점이 오지 않을까 싶다. 다만 OTT 플랫폼에서 공개되는 영화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영화 자체는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영화관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여주는 방식이 달라져도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계속 있지 않을까 싶다. 플랫폼 영화 역시 내가 해볼 수 있는 작품이라면 열려 있다. 영화를 만들어왔던 분들이 영화적인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사진제공. ㈜하이브미디어코프
2026년 9월 30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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