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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대단하게 살고 있다’, 단단한 위로 전하는 <하나 코리아> 김민하
2026년 7월 21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Apple TV+ 글로벌 시리즈 <파친코>에서 강인하면서도 주체적인 여성 '선자'를 연기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배우 김민하가 다시 한번 이방인의 삶을 살아낸다. 영화 <하나 코리아>는 실화를 모티브로, 낯선 땅에서도 끝내 삶을 이어가는 탈북 여성 '혜선'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덴마크의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고, 봉준호 감독의 통역사로 널리 알려진 최성재(샤론 최) 작가가 공동 각본에 참여해 이야기의 결을 한층 섬세하게 다듬었다.

김민하는 실존 인물의 삶을 바탕으로 남한 사회에 정착해가는 혜선의 복잡한 감정과 단단한 생명력을 깊은 눈빛으로 담아낸다. 그는 "혜선을 연기하며 결국 우리는 모두 하나이고, 모두 대단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며 "대단하다는 건 특별한 성공을 이루거나 대단한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자체"라고 말한다. 이어 "그 마음이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다"며 작품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파친코>의 선자에 이어 이번에도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여성을 연기했다. 이런 인물들에게 유독 끌리는 편인가.
그런 역할을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다. 무엇보다 대본을 읽을 때마다 이야기의 울림이 크다. 많은 분이 이 작품을 통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기고, 인물은 모두 다르지만 오히려 그들을 연기하면서 나 역시 힘과 위로를 받는다. 감독님도 <파친코>를 하루 만에 다 보셨다고 하더라. 혜선처럼 눈빛과 몸으로 많은 것을 표현해야 하는 인물이라 내가 잘 어울릴 것 같았다고 말씀해주셨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탈북민의 삶을 감히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결국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으면 했다. 누구나 매일 새로운 하루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각자의 꿈과 목표를 위해 애쓰고 있으니까. 혜선에게 ‘보미’(안서현)와 ‘숙희’(김주령), 집주인 아주머니가 있었듯, 우리도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따뜻한 감정을 전하고 싶었다.

덴마크 출신 감독과 함께 한국에서 작업했다. 작업 방식이나 현장 분위기에서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
이 작품은 내레이션이 굉장히 중요한데, 영화를 본다기보다 누군가의 일기나 편지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말투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도록 더 신중하게 접근했다. 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 만큼, 어떻게 하면 픽션보다 다큐멘터리처럼 현실적으로 담아낼 수 있을지도 많이 고민했다. 감독님은 이 작품을 6년 동안 준비하셨고, 내레이션 역시 실제 인물이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많이 참고해 거의 그대로 사용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나에게도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외국 감독님과의 작업이라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이야기를 잘 전달하겠다는 목표만큼은 같았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는 있었지만 작업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인물의 습관이나 버릇, 사소한 행동까지 함께 이야기하며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만들어갔고, 중요한 장면은 충분한 리허설을 거쳐 촬영했다.

외국인 감독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은 어떤 도시였나.
감독님이 서울을 보며 가장 먼저 떠올린 색이 '민트색'이라고 말씀하셨던 게 인상 깊었다. 또 올리브영도 정말 좋아하셨다. 익숙한 서울을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고, 내부의 시선과는 다른 담백함이 영화에도 자연스럽게 담긴 것 같다. 촬영할 때도 매일 아침 감독님이 음악을 들려주셨다. 곡 자체보다 "오늘은 이런 분위기로 가고 싶다"는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는데, 그 덕분에 장면의 결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탈북 여성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어머니’라는 국경을 초월한 보편적인 존재가 들어오면서 공감대를 한층 넓히지 않았나 싶다. 연기하면서 어머니를 많이 떠올렸을 것 같다.
많이 대입해 봤었다. 만약 내가 엄마를 북에 두고 혼자 왔다면 어땠을까 계속 상상했다. 그래서 내레이션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졌다. 나에게 엄마는 어떤 말로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내가 모르는 나까지 알고 계신 분이다. 할머니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엄마와 떨어져 사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 가까이 지내왔다. 서로 너무 잘 알기 때문에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결국 가장 사랑하고 가장 의지하는 존재다. 그런 마음이 혜선을 연기하는 데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것 같다.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작품인 만큼 '허투루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떤 마음으로 혜선을 연기했나.
한순간도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혜선으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나를 대입하기보다 카메라 앞에서는 끝까지 혜선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실존 인물인 혜선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의 말투와 사투리도 최대한 현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많이 고증했다.

혜선의 내레이션은 북한 사투리와 서울말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이런 말투와 톤을 잡아간 과정도 궁금하다.
그 부분을 정말 많이 고민했다. 편지를 쓰는 시점의 혜선은 이미 남한에 어느 정도 정착한 뒤였고,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익혀가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울말과 북한 사투리가 적절히 섞이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어 감독님께 먼저 제안드렸다. 우리도 고향 사투리가 가족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처럼 혜선 역시 그런 말투가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파친코>의 부산 사투리에 이어 이번에는 북한 사투리를 소화했다. 어떤 차이가 있었나.
사실 둘 다 어려웠다. (웃음) 내가 서울 사람이다 보니 쉽지 않았다. 대사야 연습해서 할 수 있었지만 애드리브까지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건 어려웠다. 그래도 사투리 코치님들이 현장에서 꼼꼼하게 봐주신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영화는 탈북 과정보다 남한에 정착해 가는 여정에 집중한다. 혜선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영화가 탈북 자체보다 정착 이후의 삶을 그리고 있는 만큼, 혜선이 어떤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는지를 이해하는 데 집중했다. 사투리 코치님들을 통해 탈북 과정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탈북민이 패널로 나오는 프로그램을 찾아보기도 했다. 또 촬영 전에는 감독님과 작가님과 함께 덴마크에서 일주일 동안 워크숍도 진행했다. 감독님이 직접 인터뷰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인물을 만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샤론 최 작가님의 도움도 컸다. 북유럽 스태프들에게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적 맥락을 설명해주셨고, 현장에서도 배우를 믿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혜선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통지를 받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기쁨보다는 복잡한 감정이 먼저 느껴졌는데.
그 순간에는 정말 많은 감정이 동시에 밀려왔을 것 같다. '정말 현실인가' 하는 믿기지 않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고,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모티브가 된 실제 분도 당시 가장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고 전해 들었다. 특히 간증 장면에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를 들을 때는 비로소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북에 두고 온 엄마에 대한 그리움,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한꺼번에 밀려왔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영화는 혜선을 따뜻하게 돕는 사람들을 보여주면서도, 쉽게 넘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벽도 함께 그린다.
그 장면들을 보면서 서울이라는 도시가 한편으로는 공허한 친절로 채워져 있는 곳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올리브영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 모두 친절하지만 어딘가 거리감은 남아 있는 모습이 현실적이었다. 나 역시 20대 때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어서 많이 공감했다. 그래서 혜선이 한국 사회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연기하면서도 그 감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었다.

스스로 '이방인'이 되어본 경험도 있었을 것 같다. 낯선 환경에는 어떻게 적응해왔나.
나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가장 힘든 건 나 자신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그곳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고, 언어는 물론 문화도 배우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방인인 만큼 넘어지고 실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건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했던 것 같다.

혜선은 대부분의 시간을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간다. 그래서 마지막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는데, 연기하면서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솔직히 그 장면을 찍을 때 나도 그렇게까지 감정이 터져 나올 줄은 몰랐고, 자연스럽게 감정이 올라왔던 것 같다. 처음부터 감독님과도 혜선이 처절하게 버티고 살아가지만, 감정을 계속 눈물로 표현하지는 말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래서 최대한 담담하게 버티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은 혜선에게 모든 것이 무너지는 계기였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쌓여 있던 감정들이 자기도 모르게 터졌던 거지. 연기하면서 내가 그렇게 아이처럼 울게 될 줄은 몰랐고, 촬영이 끝난 뒤에도 쉽게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정서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몰래카메라 장면이었다. 혜선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당황스러웠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정말 힘들었다.

감정적으로 무거운 배역을 맡으면 후유증도 클 것 같다. 평소 배역에서 빨리 빠져나오는 편인가.
편한 작품은 없는 것 같다. 매번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인물을 연기해야 하니까 고민도 많이 하고 치열하게 준비한다. 다만 감정에서는 비교적 빨리 빠져나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힘든 장면을 찍었다면 거기에 오래 머물기보다 다음 장면에 집중하려 한다. 많은 분이 나를 단단한 사람으로 봐주시는데, 사실 나도 많이 흔들리고 약한 부분이 있다. 중요한 건 그런 모습을 부정하지 않는 것 같다. 고민도 많이 하고 울기도 하지만, 그런 감정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20대 때보다 지금은 조금 더 안정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파친코> 이후 쉼 없이 작품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의 배우 김민하는 스스로 어느 지점에 와 있다고 생각하나.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나를 칭찬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주변에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실수록 오히려 내가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계속 돌아보게 된다. 늘 스스로를 점검하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싶다.

데뷔 후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본다면.
사실 데뷔는 2013년 광고를 통해 먼저 했다. 이후 독립영화와 단편영화, 모델 활동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많이 아프기도 했고 정말 많이 넘어졌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경험을 하면서 배웠고, 그 과정이 없었다면 훨씬 더 불안정했을 것 같다. 지금의 나를 보며 부모님도 많이 뿌듯해하시지만, 살이 많이 빠졌다며 걱정도 하신다. 이번 시사회에서도 아버지가 영화보다 먼저 "밥 좀 먹어"라고 하셨다. (웃음) 그러면서도 이런 잔잔한 영화를 하게 돼 정말 좋았다고 말씀해주셨다.

부모님이 걱정할 정도로 최근 많이 마른 모습이 화제가 됐다. (웃음) 차기작을 위해 오랜 시간 감량을 이어왔다고 들었다.
갑자기 살이 빠진 줄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드라마 <태풍상사>를 준비할 때부터 1년 반에서 2년 정도에 걸쳐 천천히 감량했다. 차기작 캐릭터를 위해 약 17kg 정도를 뺐다. 처음에는 술과 커피를 끊고 탄수화물도 줄였고, 최근 1년 정도는 하루 한 끼를 소식하며 운동을 병행했다. 촬영이 시작된 뒤에는 심리적으로 식욕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더 감량된 부분도 있었다. 지금은 유지 중이고, 필라테스와 PT를 받고 산책도 자주 하며 몸을 관리하고 있다.

마음이 힘들거나 지칠 때 스스로를 다잡는 방법이 있다면.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건 명상이다. 명상을 하면서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몸과 마음이 어떤지를 들여다보려고 한다. 처음 가졌던 신념과 가치관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배우 김민하와 개인 김민하의 균형도 계속 점검한다. 정말 지치고 쉼이 필요할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것도 큰 위로가 된다. 최근 독립하면서 빔프로젝터를 샀는데, 집에서 영화를 보며 보내는 시간이 요즘 가장 큰 힐링이다.

앞으로 공개될 차기작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면 될까.
지금은 드라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촬영하고 있다.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무척 기대된다. 넷플릭스 <꿀알바>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이전 작품들이 절제된 감정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훨씬 더 날것의 에너지와 자유로운 모습을 담았다. 많이 뛰어다니고 감정도 크게 폭발하는 인물이라 새로운 김민하를 만나실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통해 탈북민과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아직도 탈북민을 바라보는 편견이 남아 있는데, 그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으면 좋겠다. 그분들도 우리와 똑같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탈북민뿐 아니라 지금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모든 분께 '정말 대단하게 살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대단하다는 건 특별한 성공이나 부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버티고 적응하며 살아내는 것 자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가고 있고, 우리 곁에는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이 영화를 통해 함께 느껴주셨으면 좋겠다.




사진제공. 트리플픽쳐스



2026년 7월 21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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