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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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동원이 단발머리에 두건을 쓰고 힙합 전사로 파격 변신했다. 영화 <와일드 씽>에서 댄싱머신 황현우 역을 맡아 완벽한 춤선을 선보인 그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에 대해 강동원은 “친한 형이 포스터를 보고 ‘뭐고 너 요새 돈 없나?’라는 문자를 보냈더라”고 웃으며, “개인적으로는 이보다 더 큰 칭찬이 없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근 강동원은 촬영이 없을 때면 미국에 자주 머물고 있다. 현지 에이전시 시스템상 계약을 맺으면 끊임없이 미팅이 잡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의 인지도를 뒤로하고 낯선 시장에서 렌트나 친구 집 체류를 감수하며 꾸준히 얼굴을 비추는 것은, 현지 관계자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해외 진출에 임하는 그의 태도 역시 큰 변화를 맞이했다. 과거에는 캐스팅을 기다렸다면 이제는 “내가 직접 프로젝트를 만들어내겠다”라며 제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배우가 프로듀싱을 겸하는 할리우드의 유연한 시스템에 자극을 받았다는 그는, 향후 자신이 만들 작품에 모실 배우들을 염두에 두고 “요즘에는 동료들에게 특히 잘하려고 노력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 속 현우처럼 끈기 있는 도전 정신으로 가득 찬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춤추는 본인의 모습을 본 소감이 어땠나.
일단 굉장히 만족스럽다. 특히 마지막 무대는 ‘정말 잘하는구나’ 싶었다. 촬영이 끝난 후 밤에도 계속 연습한 덕에 점차 짬밥이 생기면서 춤선이 살아나고 디테일도 챙기게 되더라. 처음에는 안무를 놓치지 않는 데 급급했는데, 나중에는 안무가 숙지 되니 라인을 살리는 데 신경 쓰게 되었다. 마지막 공연 씬을 맨 마지막에 찍어서 나뿐만 아니라 모두 다 완성도가 높다. 나중에 춤만 따로 빼서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웃음)
그간 액션 연기를 많이 해왔는데, 새로운 춤을 배우는 과정은 어떻게 다르던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은 비슷한데 이번에는 아예 베이스가 없는 운동을 새롭게 배우는 느낌이었다. 발차기 같은 동작은 예전에 태권도를 배운 기억이 있어서 수월한 편인데, 내가 느낀 힙합은 무용이랑 또 달라서 기본적으로 비트를 맞추는 게 힘들더라. 연습할 때 처음 30분 동안은 음악에 맞춰 ‘업 업 다운 다운’을 하며 걷는 것부터 시작했다. 걸으면서 제스처도 해보고 턴도 돌았다. 그렇게 몸을 풀고 스텝 연습을 1시간 정도 해서 땀을 쭉 흘린 후에 기술 연습에 들어갔다. 그 뒤에 팀들과 안무 연습을 하는 식으로 한 번에 4시간가량 맹연습을 진행했다.
평소 힙합에 문외한이었다고 들었는데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투팍’이 뭔지도 몰랐는데 나중에야 사람 이름이자 전설적인 가수라는 걸 알았을 정도로 힙합 음악에 무지했다. 힙합이 80년대 탄생한 음악이라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사실에 나도 놀랐다.(웃음) 평소에 힙합 음악을 듣지 않다 보니 그 특유의 제스처와 스웨그를 적응하는 데도 한참 걸렸다. 나중에는 평소에도 힙합 옷을 사 입고 다녔다. 원래 ‘메소드 연기’라는 말을 믿지 않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이번에는 옷이라도 입고 다녀야 그 문화를 이해하겠더라. 그들이 왜 그렇게 건들거리며 걷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다 비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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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아이돌 그룹을 오마주하면서 목표가 있었을 거다.
캐릭터 접근을 위해 힙합 역사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하고 관련 다큐멘터리를 다 챙겨 보았다. 그렇게 하니 90년대 대중예술이 매우 화려했던 시절의 국내 선배 가수분들이 이해가 되며 오마주하고 싶어지더라. 우리 영화가 코미디지만 무대만큼은 진짜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었다. 2집 무대의 세기말적 감성을 막 웃기게만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당시 댄스가수였던 분들이 보면서 ‘나 저러지 않았어’ 하고 창피해하지 않도록 춤선을 잘 살리는 게 목표였다. 관객들이 보면서 ‘왜 저렇게 잘하지? 그래서 웃기네’ 이런 느낌이 들도록 만들고 싶었다.
스타일링이나 캐릭터 구현에 있어 차용한 레퍼런스가 있는지. 과장된 단발머리 비주얼도 인상적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 TV에서 봤던 1세대 아이돌 선배님들의 멋진 모습을 그대로 녹여내고 싶었다. 그분들이 보셔도 ‘우리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들게끔 말이다. 단발머리 설정을 두고 의아할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그게 최고의 멋이었다. 나 역시 어릴 때 단발머리나 긴 머리를 하고 다녔고, ‘스포츠리플레이’ 같은 브랜드를 입었다. 2집의 과장된 단발머리는 내가 먼저 세기말 감성으로 과하게 가보자고 재미를 위해 제안한 거다. 1집 무대는 진짜 멋있게 하고, 2집 무대는 예전에는 멋있었지만 지금 보면 묘한 느낌을 주려 했다. 인터뷰 장면의 대사가 원래 더 길었는데, 당시 특유의 “그랬구요, 그랬구요” 하는 말투를 살려서 연기했다.
촬영이 끝나고도 힙합 음악을 즐겨 듣는지 궁금하다.
음악 취향 자체는 예전과 똑같다. 다만 예전에는 힙합을 들어도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제는 들으면 귀에 쏙쏙 들어오고 ‘어, 좋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사실 요즘에는 음악 자체를 잘 안 들어서 정서가 메말라가고 있다.(웃음) 맨날 뉴스만 보고 그런다.
예전에 거절했던 <와일드 씽> 시나리오를 이번에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사실 예전에 시리즈물로 먼저 제의받았던 대본인데, 이번에 영화 시나리오로 다시 받게 되었다. 처음 받았을 때는 딱 읽고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해 거절했었다. 그런데 재작년에 글을 다시 읽었을 때는 ‘아, 이제는 트렌드가 왔다. 지금이 만들 시기다’라는 판단이 섰다. 당시의 레트로 감성을 다시 불러낼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동안 본격적으로 다룬 적이 없었던 댄스 가수분들의 이야기를 이젠 할 때가 됐다고 느꼈다.
영화 속 배경은 2000년대 초반이지만 무드는 90년대 후반으로 보인다. 고증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나이로 정확히 계산해 보면 사실 안 맞긴 하다. 극 중 20년 전은 2000년대 중반이 맞고, 그때는 내가 이미 <늑대의 유혹>으로 뜨고 활동했을 때다. 음악도 동방신기 세대였고 패션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과거와 현재의 대비가 시각적으로 크지 않다. 그렇다면 차라리 음악과 패션은 확실한 대비가 되는 90년대 후반으로 설정하되, 연도를 정확히 짚지는 말고 문화적인 콘셉트로 가자고 초반에 합의를 봤다. 영화적인 향수와 재미를 위해서는 90년대 무드를 포기할 수 없었고, 고증 영화가 아닌 코미디니까 이 정도 선에서 가도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극 중 현우는 빵 떴다가 대중에게 잊혀진 인물인데, 단 한 번도 그런 경험 없이 우상향해 온 배우로서 공감이 가던가.
음… 늘 우상향(?)하긴 했다. 내 입으로 우상향이라는 말을 쓰려니 좀 웃기긴 하다.(웃음) 그래도 그 안에서 나름대로 왔다 갔다 하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데뷔 초부터, 영화 <늑대의 유혹>(2004)이 정말 잘 됐을 때부터 언젠가는 대중에게 잊혀질 거라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며 활동하고 있다. 다만, 생각보다는 그 인기가 오래가긴 하더라.
지금도 여전히 대중에게 잊혀짐에 대한 생각을 하는지, 그것이 영화 제작으로 이어진 것인지 궁금하다.
당연하다. 언젠가는 작품 콜이 안 들어오는 때가 있을 것이고, 인간 자체로도 언젠가 잊혀질 거라 생각한다. 세월이 흘러 ‘그런 인간이 있었나?’ 싶은 순간이 오지 않을까. 요즘 제작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도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직접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뛰어든 거다.
최근 행사를 통해 새로운 어린 팬들이 유입된 것을 실감하나.
아직 실감까지는 잘 안 나는데, 어제 어떤 행사를 진행했을 때 평소에 못 보던 팬들이 현장에 계시더라. 뮤직비디오를 보고 유입되셨구나 생각했다. 내가 팬들 얼굴을 비교적 기억을 잘하는 편인데, 처음 보는 분들이 엄청 열성적인 것을 보고 ‘아, 저분은 강동원의 팬이 아니라 황현우의 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새로웠다.(웃음)
매번 도전하는 현우의 코어는 헤드스핀인 것 같다. 배우 강동원한테 헤드스핀 같은 최종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
늘 똑같이 하는 생각인데, 단순하게 ‘세계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밖에 없다. 이게 나의 헤드스핀이다. 연기력으로든 스타성으로든 굳이 구분할 수는 없지만 늘 그런 목표를 향해 간다. 그런데 그게 진짜 나의 최종 꿈인가에 대해서는 가끔 잘 모르겠기도 하다.(웃음)
‘인생에 기회가 3번밖에 없다’는 현우의 대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본인의 첫 번째 기회는 언제였나.
현우의 대사 중 내가 제일 좋아하고 가슴에 와닿는 대사인데, 동시에 기회가 3번뿐이라는 건 너무 작고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일로 이야기하자면 촬영할 때 세 테이크밖에 못 찍는다고 하면 얼마나 억울한가.(웃음) 그래서 늘 삼진 아웃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스트라이크를 연속 세 번 받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늘 긴장한다. 나의 첫 번째 기회는 태어난 것, 그리고 좋은 가족을 만난 것이다. 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배우를 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첫 기회가 왔을 때 잘 풀렸다. 뭐든 기회가 왔을 때 그걸 잘 살렸으면 좋겠고, 지금의 기회라면 <와일드 씽>부터 먼저 잘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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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노력이 스크린에 비칠 때 느끼는 보람이 클 것 같다. 또 주변 반응도 궁금하다. (웃음)
이번 작품은 정말 노력한 게 화면에 여실히 드러나는 영화다. 최소 세 달은 캐릭터를 준비했는데 이번에는 유독 그 노력이 잘 보인 것 같다. 예전에 칼 쓰는 영화를 할 때는 연습실에서 8개월을 살며 새로운 칼을 사용할 때는 기본적으로 1000번씩 휘두르고 시작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힙합의 기본인 업다운 동작부터 철저히 연습했다. 극 중 상구를 찾아가서 건들거리며 “상구야~” 하는 톤이 처음에는 너무 안 돼서 계속 어슬렁거리며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폼이 나기 시작하더라. 또 춤을 출 때 서로 눈을 계속 쏘아보며 춰야 하는데, 처음에 배울 때는 너무 웃겼다. 그래서 감독님께 “나는 아예 카메라를 똑바로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춤을 추면 효과적일 것 같다”고 말씀드렸고, 그렇게 해서 첫 연습 장면이 나왔다.
친한 형이 포스터와 예고를 보고 문자를 보냈는데 “뭐고 너 요새 돈 없나?” 이러더라.(웃음) 그 짧은 말이 많은 걸 의미하는 것 같다. 나는 최고의 칭찬으로 받아들였고,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이런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하기도 했다. 대중분들이 보고 놀랄 거라고 생각했던 전작들이 몇 개 있다. <검사외전>이나 <초능력자> 때도 그랬는데, 이번 <와일드 씽>은 정말 되게 많이 놀라시겠다 싶더라.
작품 선택 시 주요하게 보는 기준이 있다면. 최근에 제작에 집중하게 된 데는 변화된 영화계 환경이 영향을 미쳤을까.
무조건 내 기준으로 ‘재밌는 책’, 즉 대본의 완성도를 최우선으로 본다. 오직 대본만 보고 고르기 때문에 신인 감독님들과도 작업을 많이 해왔다. 내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앞뒤 재지 않고 뛰어드는 편이다. 시장이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배우 이름만 있으면 영화 제작에 들어가는 동력이 되곤 했는데, 최근에는 하도 영화계가 어려우니까 이젠 그것도 통하지 않는 것 같다. 트렌드가 바뀌어서 일단 제작 예산이 작아야 하고, 그러면서도 인지도 있는 배우가 필요한 구조가 되었다. 예산이 작아진다는 건 시장이 줄어든다는 의미라, 지금은 이 작아진 시장 안에서 작품을 잘 만들어내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에서도 예전에는 ‘누가 나를 좀 캐스팅해 주면 좋겠다’ 했지만 이제는 ‘됐어, 내가 직접 프로젝트를 만들어내겠다’는 마음으로 제작에 임하고 있다.
타고난 재능파로 보이지만 그 뒤에는 엄청난 노력이 숨겨져 있다. 대중 호감도가 항상 높은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내가 뒤에서 얼마나 5개월 동안 헤드스핀을 연습하고 노력했는지는 관객분들이 굳이 아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과물을 보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 내가 얼마나 고생했냐보다 화면에서 ‘잘 돌면 되는 거다’. 물론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고마운 거고, 예전에는 ‘왜 내 노력을 몰라주나’ 싶어 속상할 때도 있었는데 살다 보니 대중의 마음은 내가 마음대로 할 수가 없더라. 지금은 좋은 이야기든 나쁜 이야기든, 대중들 사이에서 내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 자체가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라 생각한다. 불호가 완전히 없을 수는 없겠지만, 불호인 분들이 많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늘 성실하게 열심히 활동하고, 살면서 별로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으니까 대중분들도 나를 크게 싫어하지 않고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열린 ‘강동원의 밤’도 화제였는데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이 기회에 ‘강동원의 밤’에 대한 오해를 좀 바로잡고 싶다.(웃음) 내가 부국제를 한동안 안 가다가 집행위원장님이 꼭 좀 와달라고 하셔서 오랜만에 간다고 했더니, 미국에서 친구들이 대거 방문했다. 그 친구들과 뒤풀이를 해야 하는데 길거리를 돌아다닐 수는 없고, 인원이 많아져서 아는 동생에게 바(Bar)를 통째로 빌릴 수 있냐고 문의했다. 그렇게 바를 빌려놓고 KTX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도착하기도 전에 이병헌 선배님이 갑자기 전화가 오셔서 ‘너 오늘 파티한다며?’ 하시더라. 내가 ‘파티는 아니고 그냥 바를 하나 빌려놓긴 했다, 오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내가 바에 도착했더니 이미 나보다 먼저 와 계시더라. 소문에 소문이 꼬리를 물어서 그날 밤에 한 300~400명이 모였다. 다음 날 자고 일어났더니 기사에 ‘강동원의 밤이 성황리에 열렸다’고 대대적으로 났다. 그렇게 와전된 것인데, 이왕 이렇게 소문이 난 거 앞으로도 계속 해볼까 싶다.(웃음)
사진제공. AA그룹
2026년 5월 26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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