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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칭찬 들으면 눈물 날 것 같아” 넷플릭스 <고백의 역사> 신은수 배우
2025년 9월 22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의 첫 장편영화인 <가려진 시간>(2016)에서 확고한 믿음을 지닌 중학생 ‘수린’으로 데뷔한 배우 신은수.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전지현의 아역으로, 또 섬세한 청각장애 연기로 호평받은 <반짝이는 워터멜론>, 최근작 디즈니+ <조명가게>까지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주며 20대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청순한 외모로 주목받아온 그가,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에서 악성 곱슬머리가 고민인 발랄한 여고생 ‘박세리’로 변신해 시청자를 만난다.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해 결국 고백해야 직성이 풀리는 인물이다. ‘귀엽다’, ‘사랑스럽다’는 반응을 얻고 있는 신은수를 만났다. 사투리 연기 때문에 고생했지만, “사투리 칭찬을 들으면 눈물이 날 정도로 뿌듯하다”고 웃어 보인다.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글로벌 시청자에게 인사하게 됐는데 공개 소감 한 말씀. (웃음)
일단 떨리고, 열심히 찍은 작품을 재미있게 봐 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글로벌 성적 같은 건 진짜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라 더욱더 기쁘다. 어느 나라든지 첫사랑의 풋풋한 감정은 공통적이라, 이런 감성이 통하지 않았나 싶다.

<고백의 역사>의 어느 부분에 끌렸는지.
우선 기분이 좋아지는 글이었다. 모든 인물이 사랑스럽고 행복감을 줘서 꼭 참여하고 싶었다. 또 ‘박세리’라는 이름도 좋았다. 골프 선수 박세리님은 그 시대의 영웅 같은 멋진 분 아닌가. 그런 유명한 분과 이름이 같은 평범한 소녀라는 대비가 재미있었다.

부산 사투리를 준비하느라 고생했겠더라.
간혹 사투리 칭찬을 들으면 너무 행복해서 막 눈물이 날 것 같다. (웃음) 촬영 들어가기 두세 달 전부터 아이패드로 대본을 스캔해서 억양이나 높낮이 같은 걸 통으로 외웠다. 촬영 때마다 사투리 선생님이 오셔서 디테일을 잡아 주셨다. 부산 출신 배우들이 많아서 지켜보니 토박이 특유의 바이브가 있더라. 그 느낌을 어떻게 낼지가 제일 큰 고민이었다. 내가 듣기에는 똑같은데 선생님은 틀렸다고 한 적도 있고, (웃음) 그 미묘한 차이를 캐치해 내는 게 어려웠고, 숙제였다.

곱슬머리 분장은 어떻게 한 건가. 세리는 곱슬이라 싫어하지만, 예쁘기만 하더라. (웃음)
대본을 읽으면서 악성 곱슬 설정이라 엄청난 머리가 나오겠구나 싶었다. (웃음) 실제로 반 곱슬에 머리숱이 많아서 파마하고 고대까지 해 놓으니, 머리가 엄청 부풀었다. 세리의 자유분방함과 잘 어울려서 마음에 들었다. 사실 내가 보기에도 세리 머리가 귀여운데, 극 중 ‘윤석’(공명)도 귀엽다고 하고, 본인은 불만이지 않았을까 싶다. 원래 자기에게 부족할 걸 부러워하기 마련 아닌가.

세리는 참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인데 싱크를 맞추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을까.
세리와 비슷한 점이 많기는 한데, 차이점이 있다면 세리의 기본값이 좀 더 높은 것 같다. 내가 친한 친구를 만날 때 나오는 높은 텐션을 많이 끌어다 쓰면서 연기했다. 현장에서 한바탕 쏟고 나면 숙소에서 기절하기도. (웃음) 아주 솔직하고 그것도 너무 예쁘게 솔직한 친구라, 이런 부분이 잘 드러났으면 했다. 세리가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을 드러낸 점이 시청자에게 잘 가 닿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1998년이 배경인데 그 시대상이 낯설지는 않던가.
필름 카메라도 좋아하고 그 시대 감성을 좋아한다. 또 학알을 접고 하는 건 초등학교 때 해본 적이 있어서 반가웠다. 그때 미래의 남편을 준다고 접었던 게 아직도 집에 있다. 다만 그 시기의 노래는 잘 몰랐는데, 이번에 하면서 찾아보니까 너무 좋은 거다. S.E.S.의 ‘I'm Your Girl’, 쿨의 ‘애상’ 등을 자주 들었다. ‘애상’은 노래방에서 부를 정도였다. 또 신기하고 귀여운 것도 많더라. 삐삐 사용 방식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숫자로 그 의미를 내포하는 것도 그 시대 감성 같고 재미있더라. 미니 전화부도 너무 귀여웠다. 촬영장에 감독님을 비롯해 당시를 경험한 분들이 많아서, 서로 자기가 썼던 워크맨 종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다. 그 모습도 신기했다.

‘윤석’역의 공명과 호흡은 잘 맞았는지. 선배로서 공명은 어땠나.
오빠가 잘 맞춰 주어서 나이 차이는 사실 전혀 느끼지 못했다. (웃음) 촬영 들어가기 전에 함께 식사하는 등 편안해진 것도 있다. 현장에서 정말 많이 의지했고, 덕분에 부담감도 많이 줄었던 것 같다. 또 오빠가 로맨스를 워낙 잘해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많이 냈었다. 우리 영화가 첫사랑의 풋풋함과 간질간질함이 있는 작품이라, 이런 부분에 대해 서로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키스씬에서 이런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어색하면서도 설렌 공기가 잘 담긴 것 같다. 사실 애드립도 하고 싶었는데, 사투리를 사용하다 보니, 생각처럼 100% 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말보다는 행동과 표정으로 세리의 에너지를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 아, 그리고 세리와 그 친구들과의 케미는 슛이 들어갈 때나 안 들어갈 때나 똑같이 ‘꺄르르’ 였다. 다들 또래라 진짜 재미있게 찍었다.

전교 최고 인기남인 차우민과의 호흡은 어땠나. 또 대 선배 여럿이 특별출연해서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 같다.
우민 오빠와는 또래라 금방 친해졌었다. 김현이 최고 인기남이라는 설정을 되게 민망해해서, 엄청 놀려줬던 기억이 난다. (웃음) 나중에 보니, 너무 화면에 잘 나와서 정말 여성들의 마음을 훔치겠구나 싶었다. 특별 출연한 선배님들은 아주 짧게 나옴에도 불구하고,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하시더라. 여러 버전으로 연기하는 걸 보면서 역시 선배님들은 다르구나 싶었다.

세리는 자기감정에 솔직한 친구인데, 실제로는 어떤지. 세리를 연기하면서 변화가 있었을까.
평소에도 밝은 편인데 연기하는 동안 한층 더 밝아진 것 같다. 낯가림이 있었는데 촬영하면서는 이 또한 사라진 듯했다. (웃음) 스스로 완벽하게 준비해 가야 안심하는 편인데 이번 세리를 하면서 좀 더 유연해지고 과감해진 것 같다. 또 성격적으로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다. 무슨 말이냐면, 서운하거나 불만이 있어도 그 감정을 상대에게 표현하지 못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편이 오히려 상대방에게도 좋다는 걸 깨달았다. 한편으로는 표현에 힘든 나를 보면서, ‘이렇게 태어났나 보지’하며 긍정하게 된 것도 변화라면 변화 같다.

너무 귀여운 첫사랑 이야기 아닌가. 실제 첫사랑은 언제쯤? (웃음) 또 ‘김현’과 ‘한윤석’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 같나.
인기 많은 사람은 그만큼 경쟁자가 많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다. (웃음) 그래서 윤석에 한 표! 남자친구가 있다면 외모보다는 일단 다정하고 말을 예쁘게 하고, 또 배려심도 많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노잼이면 안된다! 내 첫사랑은… 유치원 때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가장 낭만적이고 소중한 첫사랑이었다. 유치원 공식 커플로 반지도 주고 잘 지내다가, <고백의 역사>에서처럼 어느 날 전학 가 버렸다. 지금은 그 얼굴이 잘 기억도 안 나지만 그래도 애틋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세리에게 곱슬머리가 큰 고민이듯이,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닌 일도 당시에는 크게 느껴지곤 한다. 이런 경험이 있는지.
대체로 모든 일이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정말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 학업에 좀 더 집중한 시기도 있었고 또 과연 연기라는 일이 내가 잘하는 일이 맞는지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어도, ‘그냥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그 시기를 지나왔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의 고민을 별것 아닌 일로 넘긴 게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리에게 곱슬머리가 콤플렉스이듯이, 나 역시 콤플렉스가 있었다. 아토피가 심하고 흉터가 있어 여름에 반팔을 못 입은 적이 있거든. 지금은 그냥 입는데, (웃음) 어릴 때는 친구들에게 괜히 보여주기 부끄러웠던 것 같다. 고민이 생기거나 생각이 많아지면 보통 일기를 쓰면서 그 감정을 쏟아내며 풀어내곤 했다. 나중에 일기를 보면서 ‘그때는 이랬네, 별것 아니었네’ 싶더라.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에서는 섬세한 수어 연기를, 이번에는 사투리 연기를 선보였다. 어느 쪽이 좀더 자신에게 맞다고 생각하나.
‘청아’와 ‘세리’는 사실 너무 다르다. 그래서 연기하는 마음부터가 달랐던 것 같다. 청아를 하고 나서 세리를 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발산하지 못하고 억누르는 캐릭터는 청아가 처음이었거든. 한껏 억누르다가 이번에 마음껏 발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은, 기회가 된다면 김현 같은 유죄 인간 캐릭터를 한번 해보고 싶다. 그동안 주로 먼저 좋아하는 역할을 해와서, 인기인을 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또 요즘에는 액션 장르에 흥미가 생겼다. 몸을 써서 하는 연기의 에너지가 남다른 것 같다.

현재 배우로서 고민이 있다면.
지금은 눈앞의 것을 어떻게 잘 해낼지에 집중하고 있다. 예전에는 조급한 마음도 있었다. 빨리 다양한 작품을 찍고 싶은 욕심이 앞서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처럼 잘하는 걸 하다 보면 새로운 역할이나 기회가 오는 것 같다. 그동안 해 보지 않았던 발랄한 캐릭터인 세리를 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주어진 연기를 잘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남궁선 감독은 표현력이 좋은 스마트한 배우라고 칭찬했는데, 스스로 생각할 때 강점은 무얼까. (웃음)
우선 감독님은 진짜 개성이 뚜렷하신 분이다. 자기 생각이 명확하시고 아주 재미있으시다. 스스로는 웃기려고 하는 것이 아닌데도 세리처럼 생각이 분명히 드러나서 주변을 즐겁게 해 주신다. 내 강점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좀 성실한 것 같다. 대본을 아주 많이 읽고 분석해 가는 편이다. 대신에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부분이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배우들을 만나면서 점차 보완해 가고 있는 것 같다.

<고백의 역사>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스스로에게 또 시청자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인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무엇보다 찍으면서 너무 행복해서 그 의미가 깊다. 앞으로 ‘부산’하면 이 작품을 떠올릴 정도로 행복한 기억이었다. 또 시청자분도 <고백의 역사>를 보면서 힐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5년 9월 22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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