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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사람을 잘 챙기고 그 관계를 잘 유지해 나가고 싶다” 디즈니+ <파인: 촌뜨기들> 양세종 배우
2025년 9월 8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로 데뷔하여, 지상파 첫 주연작인 <사랑의 온도>로 크게 사랑받고, 이후 탄탄대로를 걸어온 양세종이다. 그간 미소년 + 섬세한 연기를 보여줬다면, 이번 <파인: 촌뜨기들>에서는 1970년대 서울 거리에서 볼 법한 촌스러움과 투박함으로 무장해 시청자를 찾았다. 이번에 그가 맡은 캐릭터는 ‘희동’. 서로 속고 속이는 복잡하게 얽힌 인물 관계도 속에서 ‘근면성실’한 사기꾼 삼촌 ‘관석’(류승룡)을 아버지처럼 따르고, 사기는 치되 사람까지 죽이지는 말자는 나름의 신념을 지닌 인물이다. 양세종을 만났다. 무엇보다 희동에 끌린 점으로, 생각이 많은 자신과 다른 희동의 빠른 실행력을 꼽는다.

“야망은 없는 것 같아요.” ‘야망’에 대해 생각해 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목표가 없다는 양세종. 하지만, 지키고 싶고, 하고 싶은 건 있다. 주위 사람을 잘 챙기고 그 관계를 잘 유지해 나가는 것. 그리고 배우로서 아직은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것. 양세종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완성된 작품을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웃음) ‘오희동’ 캐스팅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의외다 싶었는데, 어떤 면에 끌렸나.
공개되면서, 정말 재밌게 실시간으로 봤다. 반응을 찾아보니 ‘저인 줄 몰랐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게 정말 기분 좋게 다가왔다. 대본을 처음 받고 읽는데 심장이 뛰기 시작했었다. 일단 작품 자체가 재미있었고, 희동이라는 캐릭터의 거칠고 투박하며 날 것 같은 성향이 마음에 들었다. 충동이 일어나면 바로 실천에 옮기는 모습이 매력적이더라. 현실에서는 대부분 참고 인내하게 되니까, 작품 속에서나마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이 신선했다. 동물로 비유하자면 왠지 늑대가 떠오르기도 했고. 평소보다 증량하면, 내가 생각한 희동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주로 어떤 이야기에 심장이 뛰는지. (웃음)
전체적인 글이 재미있으면 ‘어, 벌써 다 봤네?’ 하는 느낌이 든다. <파인: 촌뜨기들>은 페이지를 앞으로 돌리지 않고도 저절로 쭉 읽게 되는 글이었다. 읽는 내내 심장이 뛰었던 것 같다. ???,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면서, 그 속에서 설렘과 긴장을 함께 느꼈었다.

희동이는 생각이 많지 않고 단순한데 비해, 당신의 성향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그렇지. 희동을 연기할 때는 시원시원하고 쾌감이 있었는데 작품이 끝나고 나니까 또 생각이 많아지더라. (웃음) 그래서 끝나자마자 바로 런던, 파리, 하와이 등을 가서 엄청 걸었다. 이런 과정이 있어서 희동에게서 벗어난 것 같다.

직선적이고 투박한 희동을 구축하기 위해 내외적으로 신경 쓴 부분은.
일단 대본에 집중했다. 대본이 주는 힘이 크다. 또 시대극인데 미술팀이 너무 잘 구현해 놔서 세트 안에 들어가면 저절로 집중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분장 받고 나오면 저절로 딱 그 시대 인물이 돼 있는 것 같더라. 내적으로는 희동은 선인까지는 아니지만, ‘사람까지는 죽이지 말자’라는 신념을 가진 인물이라 생각하고 접근했다.

초중반, 목포팀들이 서로 뒤통수를 치는 게 너무 리얼하게 잘 그려졌다. 긴장감도 있고 연기들이 다들 대단하더라.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캐릭터로서 탄력 받는 순간이 있다고 본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뭔가 느낌이 오는 순간이 있다. 예를 들어, 월요일 오후에 30회차 씬을 찍으면서 이런 모멘트가 느껴지면, 감독님께서 잠도 못 자고 다음날 찍을 31회차 대본을 수정하신다. 선배님들도 이 수정된 대본을 새로 받아 맞춰서 연기한다. 이런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다 보니 다들 푹 빠져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긴장감이 더욱더 실리지 않았나 싶다. 덕분에 모든 인물의 서사가 다 보이고 리얼함이 살아난 것 같다.

선배들과 함께하면서 연기적인 성장도 경험했을 것 같다.
정말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많이 나오시지 않나. 지켜보면서, 연륜과 경험을 쌓아 저 나이대가 되었을 때, 나도 저런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정말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선배님들과 함께 했기에 매 순간 촬영이 행복했다. 연기하는 시간이 굉장히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현장에서는 (홍) 기준 형을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고, 나중에 드라마로 보면서는 임수정 선배와 류승룡 선배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수정 선배는 내적인 파도를 어쩜 그렇게 잘 표현하는지, 또 승룡 선배는 전체적인 서사를 흐트러짐 없이 개연성 있게 끌고 가는데 정말 대단하시다 싶었다.

그러잖아도 류승룡과는 삼촌 조카로 호흡을 맞췄다. 대부분 붙어다니는데, 현장에서는 어땠는지.
정말 최고시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먼저 연락 주셔서 공연보러 가자 혹은 밥 먹자 하셨다. 이런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보내서 저절로 친밀해졌던 것 같다. 항상 따뜻하고 유머러스한데 진중할 때는 또 진중한 분이다. 현장에서도 전체를 다 살펴보시는 분위기 메이커시다. 촬영이 끝난 후에는 제주도 올레길을 100km 가까이 함께 걷기도 했다. 인생의 조언도 듣고 또 해수사우나도 같이 가기도 하고. (웃음) 지금도 선배님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먼저 손 내밀어주는 선배라니! 당신은 어떤 후배일까. (웃음) 또 앞으로 어떤 선배가 되고 싶은가.
음… 나는 매우 진지한 후배가 아닐까 싶다. 내가 생각해도 좀 진지한 면이 있거든.(웃음) 앞으로 되고 싶은 선배는 다가가기 편한 선배다. 그렇게 될 수 있을진 모르겠다.

임수정과의 밀실 장면이 인상적이더라. 희동은 정숙에게 어떤 감정이었을까. 또 임수정과의 케미는 어땠나.
그 무드와 음악이 좋았던 것 같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이런 부분이 마치 홍콩 영화 같은 느낌도 들더라. 희동의 감정은 정숙을 사랑하는 감정은 아니지만, 그 밀실에서만큼은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후에는 정숙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럴 상황이 못 되니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지 않았나 싶다. 수정 선배님은 현장에서 아주 디테일하시다. 그리고 매우 우아하고 섬세하시다. 카메라를 세팅하는 등 쉬는 쉬간에는 ‘희동아, 저기 가서 쉬고 있어요’ 하면서 챙겨주셨다.

머구리를 착용하고 잠수하는데, 많이 준비했겠더라. 상당히 무겁다고.
당시 들은 얘기로는 현재 머구리 잠수를 하는 분이 다섯 분이 계시다고 하더라. 그중 한 분이 항상 촬영장에 와서 살펴봐 주셨다. 그만큼 위험하니까. 수조세트에서 머구리를 착용하고 잠수하는 씬은 우리 모두 대역없이 직접 찍은 거다.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두세 번 해보니 적응이 되더라. 촬영하면서는 ‘누르면 내려가고 떼면 올라간다’ 이것만 생각했던 것 같다. 머구리는 진짜 생각보다 무거운 게 투구만 해도 거의 20kg에 달한다. 서로한테 ‘아프지 말라’고 위로하고 도와주면서 잘 해냈다.(웃음) 그런데 머구리보다 신체적으로 더 힘든 건 사실 햇빛이었다. 땡볕에서 촬영하는 장면이 많아서 정말 힘들었다.

감정적으로 가장 몰입했던 장면을 꼽는다면.
마지막 무렵, 삼촌 관석이 트럭 위에서 떨어지기 전에 희동을 부를 때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엄청 공들여 찍은 장면이기도 하다. 희동은 본질적으로 삼촌이 잘못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그의 생각에 집중했었다. 삼촌이 아무리 사람을 죽였어도 희동에게 ‘선자’(김민)와 삼촌은 제일 중요한 존재이다. 찍으면서, 감독님께 ‘희동이 관석을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런 감정으로 찍어도 될까요?’ 하고 여쭤보니, 감독님이 그래도 되겠다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이번 <파인: 촌뜨기들>을 통해 얻은 자신감이나 성과가 있다면.
자신감과 성과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웃음) 아직 보여드릴 면이 내 안에 좀 남아 있는 것 같다.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 아닌가. 앞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좀 더 다양한 역할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낭만닥터 김사부>(2016)로 데뷔해서 직후 <사랑의 온도> 주인공으로 발탁되는 등 무명시절 없이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슬럼프나 연기적 고민은 없었나.
당연히 있다. 그럴 때는 진짜 많이 걷는다. 그리고 내가 정말 믿을 수 있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물어본다. 냉정하게 제삼자의 눈으로 봐줄 사람에게 말이다. 가끔 지칠 때면 이 두가지 방법으로 극복해 나가는 것 같다. 예전에는 줄 이어폰을 끼고 새벽에 걷는 게 행복이었는데 요즘은 저녁 8시쯤에 걷고 있다. 체력이 떨어졌는지 이제는 한 시간 정도 걸으면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슬슬 들더라. (웃음)

살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것, 꼭 지키고 싶은 일이 있다면.
주위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가고 싶다. 이게 제일 힘든 일이기도 하고 또 (나를) 제일 행복하게도 하는 일인 것 같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말한 당사자는 그런 의도가 아닌 데도 과하게 받아들일 때가 있다. 내가 예민한가 보다 하면서 넘겼다가 다시 또 생각하기도. (웃음) 그만큼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해서인 것 같다.

<파인: 촌뜨기들>은 각자의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양세종의 욕망 혹은 야망은 무얼까. 또 배우로서 야망은.
그러잖아도 비슷한 질문을 받아서, 진지하게 생각해 봤는데 욕망은 없는 것 같다. 개인적인 야망도 글쎄…딱히 생각나는 목표가 없다. 배우로서 야망은 언제까지 배우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 남아 있는 나의 다양한 면들을 표현하고 보여주는 거다. 그런데 보물은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말했듯이 사랑하는 사람을 잘 챙기고 그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는 것이 삶의 최일순위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자 하는지.
외적인 부분에 집중하기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할 때, 본질 외적인 부분에 대한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들어와도, 이 캐릭터가 말하고자 하는 것, 상황이 말하고자 하는 것,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25년 9월 8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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