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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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마석도’가 오컬트 장르에 상륙했다.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에서 어둠의 해결사로 일하는 팀 ‘거룩한 밤’을 이끄는 리더 강바우는 타격과 개그감에서 여러모로 마석도를 연상시키는 캐릭터다. 기시감을 느끼면서도 마석도의 시원시원하게 펑펑 터지는 액션을 기대한 팬도 많을 터인데, 강바우는 한두 발짝 떨어져 지켜보는 캐릭터다. 구마의식과 이에 얽힌 두 여성캐릭터(정지소, 서현)가 예상 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강바우를 ‘사이드 킥’ 같은 캐릭터라고 소개하는 마동석을 만났다. <범죄도시> 시리즈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기획, 제작하고 있는 마동석이다. 영화 산업의 불황과 더불어 나날이 힘들어지는 제작환경이지만, 그럼에도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는, 영화인의 본분인 것 같다는 그의 말을 들어본다.
요 몇 년 5월은 <범죄도시>였는데, 올해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이하 <거룩한 밤>)로 잊지 않고 관객을 찾았다. (웃음) 일전에 이 영화는 OTT 공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게 되어 더욱더 기쁘겠다.
OTT 공개와 개봉 양쪽 모두를 염두에 두고 투자배급사와 일을 진행했었다. 모든 영화가 그렇지만, 많이 고생한 작품이라 이렇게 극장에서 보여드릴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특히 연출을 맡은 임대희 감독의 입봉작이라 더욱더 기분 좋다. <범죄도시>는 8편까지 써 놓은 원안을 네 명의 작가가 붙어서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극장 영화로서 <거룩한 밤>의 매력은 무얼까. 어느 부분에 신경 썼는지.
극장 관객이 많이 감소한 상황 아닌가. 그럼에도 (극장용) 영화는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경우 TV 화면으로 느끼기 힘든 사운드 타격감에 신경을 많이 썼다. 평소에도 <베놈> <데드풀>, 만화 ‘베르세르크’ 등과 같은 다크 히어로물을 매우 좋아하고 이런 장르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장르지만, 우리는 그렇게 큰 자본은 아니더라도 ‘우리’ 스럽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영화에 다 담을 순 없어도 세계관을 크게 만들어 놨다. 그중 일부를 이번에 보여드리는 것이고, 나머지는 프리퀄로 웹툰으로 연재 중이다. 여건이 되면 나머지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있다. 사실 비단 다크히어로나 오컬트만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 관심이 많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백수 아파트>의 경우는 호러가 가미된 수사물이고, 또 지금 헤비메탈 밴드 이야기를 하나 준비 중이기도 하다.
‘거룩한 밤’은 어둠의 영역에서 퇴마를 업으로 삼는 팀의 이름이다. ‘강바우’(마동석), ‘샤론’(서현), ‘김군’(이다윗)이 그 멤버이고. 왜 거룩한 밤인가. (웃음)
거창하지 않은 사람들이 사실은 거창한 일을 한다고 할지.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 거창한 제목(이름)을 지어놓고 큰 일을 해낸다는 의미로 지었다. 멤버 이름은 특별히 부여한 의미는 없지만, 어떤 느낌이 들도록 작명했다. 강바우의 경우는 바위같이 굳건한 느낌, 샤론은 어딘지 신비한 느낌, 김군은 이름이 ‘군’ 외자로 약간 쉬어가는 느낌을 담았다.
각 멤버들이 담당한 역할은.
메인 핵심은 샤론이다. 그가 구마 등 지옥 같은 상황을 해결하는 캐릭터이고, 바우는 샤론의 일을 방해하는 악령들을 때려주는 동네 오빠 같은 캐릭터라 하겠다. 김군은 그 사이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해결하는 멀티플레이어로서 투입한 인물로, 만약 어떤 식으로든 뒷이야기가 나온다면 김군이 굉장히 업그레이드되어 등장하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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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은 극을 주축으로 이끌어가는 인물인데, 서현의 어느 면을 보고 캐스팅하게 된 건가.
평소 캐스팅할 때 그 사람의 전작도 살펴보지만, 주변 사람에게도 많이 물어보는 편이다. 성향이 어떤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등을 알아본다. 서현 배우는 굉장히 반듯한 이미지가 있는데, 영화 속에서 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관객에게도 본인에게도 좋을 것 같더라. 내가 성룡 같은 액션 배우를 꿈꾸듯이 다른 배우들도 자기만의 바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의외’라는 역할을 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해보니까 서현 배우가 너무 잘하더라. (웃음) 고대어로 하는 주문을 스스로 만들어 가면서 현장에서 목이 쉬게 외치면서도 ‘컷’ 하고 쉬는 시간이 되면 춤을 추는 등 에너지가 너무 많은 친구였다. 이건 정지소 배우도 마찬가지였다. 굉장히 힘든 장면을 찍은 후인데도 애교도 많고 언니들과 너무 잘 지내 주었다. 경수진 배우도 악령에 씐 동생 때문에 감정적으로 힘든 역할을 3개월 내내 찍어야 했는데도 힘듦을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나이는 어리지만, 연기 경력이 오래된 다윗도 그렇고 정말 모두에게 고마운 현장이었다. 사실 액션씬이 많은 영화는 현장이 전쟁과 같다. 예민하고 긴장할 수밖에 없는데 서로 풀어주려고 배려하고 노력하면서 좀 더 가까워진 것 같다.
강바우는 <범죄도시> 마석도의 구마 버전 같은 인상이다.
<거룩한 밤>은 디자인 자체를 악마에 씐 ‘은서’(정지소)와 그를 구마하는 샤론의 대결을 주축으로 해서 가져갔다. 강바우는 두 발 정도 떨어져서 주변의 악인을 정리해주는 약간 사이드킥 같은 캐릭터라 하겠다. 정지소, 서현의 두 캐릭터가 돋보이길 바랐고, 특히 정지소 배우를 은서에 캐스팅한 건 귀엽고 작은 친구라 구해주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내가, 강바우가 빙의됐다고 하면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웃음)
주연 배우만이 아니라 제작자로서 캐릭터의 기시감에 대해 고민과 우려도 클 것 같은데 어떤가.
내가 등장하면 일단 기시감은 떨쳐버리기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이 시나리오를 개발하면서 전혀 다른 사람 같은 캐릭터로 잡아 나가는 건 어떨지 제안하기도 했는데 다들 말리더라. 어차피 액션물이 가미된 오컬트니만큼 ‘마석도’ 캐릭터를 적극 집어넣자는 거였다. 기시감이 들 수도 또 겹쳐 보일 수도 있지만, 복싱으로 치면 인파이팅이냐 아웃복싱이냐 같은 차이를 두었다. 이를 관객에게 굳이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어려서부터 캐릭터를 변주하면서 그 고유성을 유지하는 성룡 같은 캐릭터가 좋았다. 그래서 앞으로도 액션을 한다면 ‘마석도’ 캐릭터를 계속 투영하게 될 것 같다. 그러면서도 티가 나든 안 나든 차별성을 두고자 꾸준히 노력할 거다. 내 소리는 하나라서, 다시 말해 한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라 클래식을 하든 헤비메탈을 하든 그 소리의 원천은 같지만, 작품마다 다른 감정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변주를 주고자 한다.
캐릭터만이 아니라 웃음 코드도 기시감이 상당한데 (웃음)…
사실 개봉한 버전 말고 정말 독한 버전, 그러니까 웃음기가 전혀 없는 버전도 있었다. 처음부터 긴장감 있게 달려가는 버전이었는데 역시 관계자들이 이번 웃음이 들어가 있는 버전이 좋다고 의견 주었다. 중간의 유머들을 위해 기존의 오컬트 영화를 몇백 번 봤는데, 이건 참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슷한 걸 피해 가기 위해서였다. 오컬트와 다크히어로를 믹스한 이런 방향성에 호불호가 있겠지만, 나름의 재미있는 관람 포인트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트위스트 해 놓은 장르도 좋아해 주신다면, 다른 후배들도 좀 더 다양하게 새로운 영화를 시도하지 않을까 하는 관객으로서 기대감도 있다.
이번 액션에 있어서 신경 쓴 지점이 있다면.
매 액션마다 배우와 스턴트맨이 다치지 않도록 피땀 흘려 찍고 있다. 사고나 자잘하게 다치고 하는 건 늘 상, 조금씩 생기는 일이지만,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액션이 제대로 잘 안 나오면 너무 속상하니 잘 나오게 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열심히 찍는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실제 있었던 범죄 사건을 재구성한 현실 베이스 이야기라, 복싱으로 치면 탁 때렸을 때 고개가 너무 돌아가면 현실감이 떨어지니 고개를 2/3만 돌리는 식으로 디자인했었다. 이번에는 바우가 초인적인 힘을 가진 캐릭터이니만큼, 와이어를 이용해서 만화적으로 표현했다. 그가 상대하는 악당이 1부터 6이라면, 각 넘버에 따라 그 타격감과 반응의 종류를 달리하는 식이었다. 누구는 저만치 날라가고, 또 다른 누구는 와이어를 달고 공중으로 붕 뜬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부상과 재활 전문가가 촬영 현장에 상주했다고. 마동석표 액션 복지 아닌가. (웃음)
액션할 때 매번 의료진을 불러오는 일이 쉽지가 않다. 부상과 재활을 많이 해 본 일인으로서, (웃음) 현장에서 사전에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든지 하는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현장에서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촬영 직후에도 재활 의학이나 물리치료 전문가가 현장에 있으면 그 도움을 받을 수 있거든. 덕분에 배우들이 조금 더 마음의 안정을 갖고 연기에 임할 수 있는 것 같다.
정지소와 서현의 대결이 이뤄지는 집의 구조가 독특한데, 미술과 세트에 있어서 참고한 부분이 있다면.
집의 구조뿐만 아니라 아래층과 위층의 디자인 등 모든 것이 고민이었다. 그림자가 어느 방향과 각도에서 들어오는지, 창문은 어떻게 내려가는지 등 세세하게 준비했다. 처음 걸어 들어갈 때는 1970년대 영화인 <엑소시스트>의 느낌이 조금 떠올랐으면 했고, 기존 엑소시즘 이야기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임대희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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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제작, 투자, 배급 어느 한 분야 할 것 없이 영화 산업이 어려운 상황인데 ‘마동석’도 예외는 아니지 않을까 한다.
당연하다. <범죄도시> 시리즈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 장르의 작품도 제작하고 있지 않나. 최근 개봉한 <백수 아파트>도 그렇고. 나는 주로 액션 역할이 필요하면 직접 출연하고, 그렇지 않은 작품은 기획, 개발,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데 알다시피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서 드는 비용이 상당하다. 시나리오 개발 단계부터 계속 지출이 생기고 기획하는 작품의 수가 많아질수록 그 형편이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결론은 힘들어도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재미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 이것이 영화 하는 사람으로서 맞는 길인 것 같다. 요즘 관객의 발길이 뜸해졌는데 다른 큰 바람은 없고, 개인적으로 팝콘 사 들고 큰 소리 팡팡 터지는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 재미있는 영화가 많이 나와서 관객 역시 즐겨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행 중인 할리우드 프로젝트 ‘피그 빌리지’의 진척 정도는 어떤가. 이외에도 할리우드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독특한 설정의 영화인데 그 독특함이 잘 묻어나오고 있는 것 같다. 할리우드 배우 11분이 한국에 와서 너무 만족스러운 분위기에서 작업했다. 쉬는 날에는 내가 운동하는 복싱장을 방문하여 같이 운동하기도 했고. 외국에 나가 찍을 것이 아니라, 외국 배우를 한국에 모셔와서 찍으면 안 될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됐는데, 처음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 괜히 시도했다 싶었는데 지금은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MCU와는 세 편을 계약했기 때문에 아직 두 편이 남았는데 캐릭터를 이어갈지, 또 언제 어떤 프로젝트가 될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악인전> 할리우드 리메이크는 현재 진행 중이다.
바쁜 와중에 복싱장도 운영하다니, 권투 사랑에 진심인 것 같다. (웃음)
영화 촬영에 도움되는 부분이 있다. 리얼리티 베이스인 경우 복싱 액션으로 합을 짤 때도 다 실제로 싸워보고 만들곤 한다. 사실 복싱장은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복싱하는) 후배들이 그 공간을 이용해 돈을 벌고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용도로 운영한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오픈한 지 11개월 됐는데 나는 0원 가져갔다. (웃음)
소위 ‘힘캐’(힘쓰는 캐릭터)를 도맡아 하면서 캐릭터로서 또 인간으로서 지치는 순간은 없을까.
지금까지는 괜찮다. 연기라는 것이 소비가 심한 일인데, 이를 휴식하며 채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로써 채우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내 경우는 후자로,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그러니까 크리에이티브한 일이나 글을 쓰면서 혹은 복싱장에 나가서 해소하곤 한다. 젊은 친구들에게 맞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다 보면 (웃음) 조금 개운해지는 면이 있다. 앞으로 몇 년은 액션을 계속 하고 싶고, 또 액션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장르의 연기와 제작 또한 계속하고 싶다.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2025년 5월 14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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