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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한복판에서 ‘고영’을 만났다, 티빙 <대도시의 사랑법> 남윤수 배우
2024년 12월 4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고영’과 같이 성장한 것 같아요.” 네 감독(손태겸, 허진호, 홍지영, 김세인)이 연출한 연작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의 주인공 ‘고영’ 역으로 분한 남윤수의 드라마를 떠난 보낸 소감이다. 클로짓 게이였던 20대 초반을 지나, 더 이상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며 인생을 배워가는 청춘 ‘고영’, 네 명의 감독과 원작자이자 극본가인 박상영 작가가 박수 치며 반겼다는 남윤수 역시 이 작품을 만났을 때 고영처럼 청춘의 한복판을 걷는 중이었다. “감정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좀 더 딥하고 또 위로 아래로 쓸 수 있게 됐어요.” 라는 말처럼 여러 층위의 감정과 그 표현을 배운 것 같다는 남윤수를 만났다. 누군가가 연상되는 배우가 아닌, ‘남윤수’로 보이는,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

해외에서 반응이 좋다. DM도 많이 온다고.
국내보다 해외에서 DM 등 반응이 더 많이 온다. (동성애가) 종교적으로 금지인 문화권 출신은 좋지 않게 말하지만, 대체로 좋은 말들을 해준다. 반응 중 1/3은 장문으로 왔고 울림이 있는 내용도 많았다. 악플은 1% 정도인데 오바이트 이모티콘이나, 하트 깨진 것 등이라서 크게 타격감은 없다. 또 내가 이건 작품으로 봐 달라고 하니, 자기가 쓴 댓글 볼 줄 몰랐다면서 미안하다고, 팔로우하신 분도 있다.

반응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면.
직접 글로 남기는 분도 있고, 건너 건너 듣기도 하는데 기억에 남는 건 ‘우리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는 반응이었다. ‘나의 20대를 보는 것 같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난다’ 등등도 있다. 어떤 분은 자기 연애사를 소설 형식으로 써서 DM으로 보내기도. (웃음) 아마 평상시 주변에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예전의 기억을 꺼낸다는 의미로 써서 보낸 것 같더라.

누차 받는 질문일 텐데, 퀴어 작품에 부담감은 없었나. 어느 면에 끌렸는지.
한 사람의 10여년 간 일대기를 보여주는 글이 좋았다. 짧지만, 함축적으로 청춘의 한 시기를 보여줄 수 있어 흥미로웠다. 퀴어라고 해서 어떤 부담감은 없었다. 어렸을 때 패션계 쪽에서 일하면서 성소수자와 같이 작업한 경험이 있어 익숙한 부분도 있었다. 또 배우라면 하고 싶은 작품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네 감독님의 작품에 스크래치를 내지 않을지, 혹시 누가 되지 않을지 걱정은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다 보니 부담감이 컸고, 한편으로는 기대감도 있었다.

당신을 캐스팅한 이유를 생각해 봤나.
음… 네 분 감독님과 제작진과 미팅 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었다. 더불어 내 단점도 장점도 솔직하게 말했는데 이런 모습을 좋아하셨던 것 같다. 말하다 보니 울음을 터뜨리기도. (웃음)

‘고영’이 되기 위해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은 무엇일까.
외적으로보다 감정적으로 다가갔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다 똑같다고 생각했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그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연기하기 힘들 테니 말이다.

10년에 걸친 고영의 연애사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매일 연애만 하나 싶었는데, 10년 동안 네 번이니,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웃음)
맞다, 10년 동안 네 번은 많지 않지! (웃음) 영이 친구에게도 중간중간 키스 같은 걸 해서 많아 보였지, 사실 연애 상대는 네 명이었다. 영은 연애를 통해 점점 성장해 갔다고 생각한다.

연작 시리즈의 중심에 고영이 있다. 캐릭터와 서사 간의 연결성을 어떻게 찾아 나갔나.
감독님 간에 내용을 공유하지 않아서 감독님과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었었다. 또 혼자 고영의 변화를 그려봤다. 자세히 보면 말로 표현되지 않는 고영의 변화가 보일 거다. 예를 들면 20대 초반,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고영은 좀 더 끼를 부리는 모습이라면,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게이의 끼를 뺀 모습으로 차별을 두었다. 생각보다 많이 알아보시더라. 또 1~2부에서는 (눈썹) 뷰러를 하는 등 외모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 나온다. 예쁘게 꾸며 보고 싶은 마음이 표현되도록 (내가) 아이디어 낸 부분이다.

감독도 네 분이지만, 파트너도 네 명이다. 호흡은 어땠나.
‘규호’ 역의 호은이는 고등학교 후배라, 그때는 몰랐지만, 오디션장에서 만나 인사한 후 DM을 보내와서 만난 적이 있고, ‘하비비’ 역의 (김) 원중 형은 원래 모델이라 알던 사이였다. 예전에는 낯을 많이 가려서 말을 너무 안 하니 초반에는 오해도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그렇지는 않다. (웃음) 이번에는 나답게 행동하되, 오버하지는 말자고 생각했었다. 편하게 대하니까 상대방들도 좋아해 주는 것 같았다. 현장에 적응되면서는 스탭들과도 많이 친해졌었다. 그분들의 고충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 스탭분은 ‘(배우가) 이렇게 편하게 다가온 적이 없었는데 고맙다’고 DM을 보내왔더라.

재미있는 건, 1~2화의 ‘남규’(권혁)는 극 중 정석적인 벤츠남인데 실제로 벤츠를 타고 다닌다. 조용조용하고 부드러운 편이다. 3~4화 ‘영수’(나현우)역의 현우 형은 배드씬을 찍을 때 갑자기 터프하게 바뀌더라. 평소와 힘이 달라지는 것이… 형이 너무 집중한 나머지 리허설임에도 키스를 하길래, 나도 받아들였다. (웃음) 호은이는 평소에는 장난기 많지만, 연기할 때는 진지해지는 편이다.

네 감독과 동시에 작업해서 연기적으로 큰 경험이 됐을 것 같다.
당시에는 하루하루 찍기 바빠서 미처 몰랐는데 과연 그렇더라. 완성본을 보면서 처음에는 ‘내가 저런 감정을 소화할 수 있구나’하고 놀랐다가 계속 보다 보니 스스로 질타하게 되는 부분이 생기더라. (웃음) 작품의 흐름이 보이면서 ‘저기는 좀 더 해줬어야 하는데’ 하고 아쉬운 거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만이 아는 부분이 있지 않나. 또 20대부터 30대까지 하다 보니 감정을 좀 더 딥하게 위와 아래로 쓸 수 있는 법을 알았다고 할지, 이번에 경험한 감정을 나중에도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다.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층위의 감정을 경험하고, 표현하고, 또 네 감독님을 통해서 쓰는 법을 배웠으니, 고영과 함께 성장한 것 같다.

소울메이트 같은 ‘미애’(이수경)와의 티키타카도 좋더라. 좀 더 보고 싶을 정도로!
원래는 서먹서먹했는데 워낙 프로라서 그런지 슛 들어가면 그렇게 나오더라. 지금도 존댓말 하는 사이인데 촬영만 들어가면 누나가 세상 둘도 없는 친구 얼굴로 바뀌는 게 놀라웠다. 한편으로는 너무 유치하게 보이지 않을지 걱정했는데, 둘 다 20대 초반이니까 우리가 편하게 하면 시청자도 편하게 볼 것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던 것 같다. 한번은 너무 추워서 촬영하다가 철수한 적이 있다. 당시 영하 21도인 데다 바람이 너무 불어서, 스탭분들 속눈썹이나 모자에 서리가 끼고 얼음이 얼 정도라 결국 새벽 3~4시에 철수했었다. 잘 보면 2화 마지막에 둘이 헤어지는 부분에서 귀가 엄청 새빨간 걸 알 수 있다.

엄마(오현경)가 아들인 고영의 성적취향을 받아들이지 못해, 일부러 외면하고 의도치 않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이런 엄마를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했는지. 또 이 시절의 고영에게 공감한 면이 있다면.
엄마의 마음이 이해된다. 아마 모든 부모가 그렇지 않을까. 자기 자식은 안 그랬으면 하는… 이런 마음이 선배님과 촬영하면서 너무 잘 느껴졌었다. 3~4화에서 고영의 엄마가 아프듯이, 당시에 실제로 아버지가 아프셨었다. 촬영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내 심정이 고영에게 많이 녹아 들었지 싶다.

아버지께 신장 이식을 해드린 걸로 알고 있다. 지금 (당신의) 건강은 어떤가.
아주 좋다. 혹시라도 (기증을 고민하는 분이라면) 조금 편하게 생각하셨으면 한다. 우리집이 삼형제인데, 아버지와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서먹서먹한 관계였다. 왜 엄마에게는 반말로 조잘조잘 잘 얘기하면서 아버지한테는 존댓말 쓰고 그러지 않나.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왔다갔다 하면서 인사만 하는 정도였다. 성인이 되고 나서 조금씩 말문이 트이다가 이번에 수술하면서 서로 애틋해졌다. 예전 같으면 아버지가 질문하면 별로 할 말이 없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버지 덕분에 현재의 내가 있다고 생각해서 할 수 있는 건 다 챙겨드리고 싶다. 다행히 수술하기 전에는 내가 나오는 장면만 보면 우셨는데 수술하고 나서는 안 우신다.

예능 ‘편스토랑’에 나오고 나서 팬의 연령층이 다양해졌다고.
특히 어머니 층이 많아졌다. 편스토랑 스탭들이 내 또래인데, 다들 하나같이 ‘우리 엄마가 좋아하신다’고 한다. 배우는 이런 예능이 아니면 일상을 보여줄 일이 없어서, 친근하게 다가갈 기회라서 좋은 것 같다. 다만 너무 자주하는 건 마이너스 같긴 하다. 지금처럼 간혹 나가는 편이 균형에 맞는 것 같다.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너무 많아서 좋은 작품 주시는 대로 빨리빨리 하고 싶다. 예전에는 아픈 역할 혹은 사이코 등 어떤 기준이 있었는데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작품, 나와 만나는 작품을 하자고 생각이 바뀌었다. 작품을 제안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모델일은 살짝 우울감이라고 할지, 슬픈 감정을 이용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연기는 기쁨과 즐거운 감정 등을 다양하게 쓸 수 있어서 좋더라. 어떤 연기를 하겠다기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와 겹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싶다. ‘남윤수다’ 이렇게 보였으면 한다. 나만의 색깔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진제공. ㈜메리크리스마스/ ㈜빅스톤픽쳐스

2024년 12월 4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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