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 Mr. 플랑크톤 >이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10위 안에 들었다.
촬영은 올해 초에 끝났는데 드디어 만나 뵙게 되어 너무 기쁘다. 엄청난 흥행을 기대하고 찍은 작품은 아니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많이들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 액션이 아닌 감정 연기로 끌고 가는 작품은 처음인데 많은 분들이 좋게 평가해 주셨고, 특히나 아버지께서 칭찬 스티커를 주실 정도로 마음에 들어하셨다. (웃음)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봤나.
정식 공개 전부터 포함해 총 세 번을 봤다. (웃음) 다시 볼 때마다 이 작품이 말하고 싶은 바가 점점 더 잘 느껴지더라. 그리고 처음엔 당연히 ‘해조’에게 이입해서 봤는데 그 다음에 볼 땐 ‘어흥’(오정세) 형이나 ‘봉숙’(이엘) 등 다른 인물들에게 이입하게 되더라. 한 번 보면 여운이 일주일은 가는 거 같다. 찍었던 순간의 기억 때문에도 그렇고, 남겨진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니 깊은 감정들이 올라와서 일상에 지장이 갈 때도 있다. 내가 찍은 드라마를 보고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게 나도 처음이다. (웃음)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뭘까.
안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웃음) 조금이라도 내가 어릴 때, 내가 사회와 덜 타협했을 때 이런 자유롭고 ‘똘기’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 ‘해조’같은 삶을 부러워했던 것도 같다. 또 내가 했던 작품 중에 가장 따뜻하기도 하다.
< Mr. 플랑크톤 > 덕분에 멜로 공포증을 이겨낼 수 있었다. (웃음) 반대로 이보다 더 절절한 사랑을 보여주긴 어려울 거 같아서 한동안 멜로는 쉬고 싶은 마음도 있다. <사냥개들>이 끝났을 때도 액션은 당분간 하지 않고 싶었는데, 그때와 비슷한 마음인 거 같다.
그러고 보니 멜로는 2018년 드라마 <위대한 유혹자> 이후 처음이다.
솔직히 <위대한 유혹자>에서와?같은 그런 부잣집 캐릭터는 안 맞는 옷 같다. 내 얼굴에 그런 부유한 느낌이 없다. (웃음) 액션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줄곧 액션만 하다 보니 로맨스물을 하고 싶으면서도 두려움이 있었다. 액션의 좋은 점은 정답이 있다는 거다. 여기에 후보정을 거치면 더 완벽해지니 연기하는 입장에선 마음 편한 부분이 있다.
반대로 코미디 같은 경우 현장에선 너무 재밌는데 정작 관객 반응이 안 좋을 때가 있지 않나. 로맨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멜로는 경험이 적어서 데이터가 별로 없다. 내가 표현하는 사랑을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더라. 그런데 ‘해조’의 ‘길바닥 멜로’라면 내가 가진 장점을 살리면서 로맨스도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았다. (웃음)
‘길바닥 멜로’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 말처럼 ‘해조’가 매너 있고 다정한 남자는 아니다. 거칠고 날것의 느낌에 가까운데.
‘해조’는 어릴 적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가족들에게 버림 받고 내일이 없는 삶을 살았다. 배신당했다는 생각을 항상 품고 있으니 올바르게 자라기는 어려웠을 거다. 사실 굉장히 이기적이고 충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재미’(이유미)라는 존재가 ‘해조’에게 새로운 가족이 되어준 거다. 그래서 ‘재미’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해조’의 태도가 변화하는 게 눈에 보일 거다.
감독님께서 초반에 ‘해조’를 조금 더 시니컬하게 연기해줄 걸 요구하셨다. ‘해조’의 상처입은 느낌을 더 살리길 원하셨던 거 같아서 개인적으로 체중을 감량하기도 했다. 살 빼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는데 대사에 욕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그 부분이 어려웠다. 유미 배우와 “평생할 욕을 여기서 다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웃음)
원래 이기적인 사람은 자기가 이기적인지 잘 모른다. ‘해조’도 그런 케이스다. 나는 ‘해조’를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이 어디서 기인한 건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해조’와 ‘재미’가 알아온 시간이 오래됐다는 걸 안다면, 서로 때리거나 잡아채는 행동이 둘의 연애 스타일이라고 이해하겠지만 처음엔 시청자 입장에서 폭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라이프>, <소년심판>을 연출한?홍종찬 감독과 합을 맞췄다. 현장에선 어땠나.
감독님과 서로 “우리는 들판의 풀이다.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움직이자.”라는 말을 자주 했다. (웃음) 로케가 전부 지방이라 집에 들어간 적도 별로 없고, 그밖에도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런 것도 긍정적으로 넘길 수 있게끔 그런 말을 했던 거 같다. (웃음) 사실 가장 어려웠던 건 디렉션이 없이 자유 연기를 해야했다는 점이었다. 감독님께서 자연스러운 걸 원하셔서 상황만 던져놓고 우리끼리 자유롭게 찍으라고 한 적이 많다. 차 안에 카메라를 달아놓고 계속 녹화를 하는데 어느 순간에는 촬영 중인 걸 잊게 되더라. (웃음) 그래서 유미 배우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유미 배우에게 많이 의존했던 같다. 동료가 아니라 전우라고 해도 좋다. 혼자서 자유롭게 연기하라고 하면 오히려 더 부담되고 의식돼서 잘 못할 텐데 상대 배우와 함께 있다는 그 하나만으로 즐거운 촬영이 됐다. (웃음)
‘어흥’ 역의 오정세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정세 선배님은 준비도 많이 해오시고 아이디어가 마르지 않는 분이다. (웃음) 많은 분들이 정세 형과의 케미를 좋아해주셔서 다행이다. 영화 <마스터>부터 드라마 <구해줘>와 <더 킹: 영원의 군주>, 그리고 <매드독>까지 남자 선배님들과 합을 맞출 기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반응이 좋았다. 어쩌다 보니 브로맨스 전문 배우가 된 거 같다. (웃음)
차기작으로 영화 <열대야>와 넷플릭스 <사냥개들2>가 정해졌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메시지가 가장 중요하다. <사냥개들>도 표면적으론 액션이지만 그 안에 따뜻한 메시지가 있지 않나. 사랑 이야기 중에서도 사랑이 가진 거대한 힘에 대해 얘기하는 작품을 좋아한다. 그런 것들이 내 안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연기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번 작품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거 같나.
< Mr. 플랑크톤 >은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란 없다는 말을 하는 작품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이 가진 것들에 대해 감사함을 잊고, 이유 모를 공허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럴 때 주변을 돌아보면 내가 얼마나 가진 게 많은 사람인지,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될 거다. 배우라는 직업도 그렇다. 봐주시는 분들이 없다면 우리가 존재하기 어려울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은 배우로서의 내 존재 의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어줬다.
사진제공_넷플릭스